日기업 10% 가격인하시 국내기업 수출 12% 감소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 충남도에서 반도체 제조기계를 만들어 온 A사는 저렴해진 일본산 기계와 경쟁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엔저로 중국시장에서 대형장비 입찰 때 일본업체의 저가격공세로 입찰에서 밀리고 있는 것. 수출물량도 수출컨테이너로 20% 가량 줄었다. A사 관계자는 “바이어들에게 일본처럼 가격을 깎아주는 수밖에 없는데, 고비용저효율 요인은 없는지 협력업체 납품단가도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엔저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일본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기계, 음식료, 자동차․부품, 조선업종의 기업들은 원엔환율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최근 일본에 수출 중이거나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수출기업 300여개 사를 대상으로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 절반이상(55.7%)이 엔저로 수출에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특히, ‘거래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환율’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들의 평균은 ‘924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평균 원엔환율 908 원을 훨씬 상회한 수치다.

업종별로 철강이 963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석유화학(956 원), 기계(953 원), 음식료(943 원), 자동차‧부품(935 원), 조선‧기자재(922 원), 반도체(918 원) 지난달 평균치(908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정보통신‧가전(870 원), 섬유(850 원) 업종은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현상이 일본기업의 가격공세로 이어진다면, 가장 큰 물량타격을 받는 업종은 ‘음식료’ 부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 가격의 미세한 변화에도 수출물량이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는 것.

‘수출경합중인 일본제품이 가격을 10% 낮춘다면, 자사의 해당 수출물량은 몇 %나 준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 ‘음식료’가 18.7%로 가장 높았고, ‘철강’(15.1%), ‘조선‧기자재’(13.3%), ‘자동차‧부품’(12.4%), ‘유화’(10.6%), ‘기계’(9.2%), ‘정보통신‧가전’(9.2%), ‘섬유’(9.1%), ‘반도체’(8.1%)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유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한 중견기업은 “미국 현지에서 일본 야쿠르트와 경쟁하는데 많이 밀리고 있다”며, “일본 현지에서의 경쟁은 더 어려워 수출물량이 3분의1이나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엔저는 시차를 두고 심화될 수도” ... 하지만, 기업 70% ‘엔저 무방비’

전문가들은 엔저현상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기업의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수출침체와 더불어 엔저는 시차를 두며 추가 하락할 수 있고, 유로화 역시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전망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책 모색을 주문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대응은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현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우리 기업 열 곳 중 일곱 곳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마련했다’는 12.0%, ‘계획중이다’는 18.3%에 그쳤다.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는, ‘대외경제환경 불확실성’이 60.8%로 가장 높게 꼽혔으며, ‘일시적 현상이라 생각’(16.7%), ‘해외시장 정보 부족’(15.3%), ‘전문인력 확보 어려움’(9.1%) 순으로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베노믹스 초기 우려했던 근린궁핍화정책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과거 엔고시대를 이겨낸 일본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원고시대를 헤쳐 나가기위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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