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채무 변제 개시 및 채권자 동의하면 가능”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재 법정관리 중인 팬오션이 하림에 인수되지 않아도 법정관리는 조기 졸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이미 회생채권 조기 변제를 했던데다, 1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함에 따라 채무 변제 조기 개시 및 채권자 동의만 있다면 법정관리 졸업 요건을 충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팬오션은 내달 12일 감자안이 포함된 변경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개최한다.

이 계획안에는 하림의 인수대금을 이용해 10년간 분할 상환키로 한 회생채무를 조기 변제하고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무상감자를 진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팬오션이 2023년까지 갚아야 하는 확정 회생채무는 1조 1,000억 원이지만, 하림이 인수자금 1조 79억 원 중 매각주간사 수수료와 실사 이후 변제액 등을 제외하면 9,247억 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변경계획안에는 채권자들이 내년부터 변제받을 예정이었던 회생채무의 조기변제를 전제로 18% 할인 및 팬오션 주식 20% 감자안이 포함됐다. 하림 측은 감자안이 포함된 이번 변경회생계획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팬오션 인수를 재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회생채권을 조기 상환하는 대신 일정부분 할인해 인수대금으로 일시에 갚고 법정관리도 조기 졸업시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는 대신 주주들도 손실을 감안하라는 차원에서 감자안을 포함시킨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바람대로 감자안이 무산돼 하림의 인수가 물건너 가더라도 팬오션의 조기 법정관리 졸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해 이미 1·2차분 회생채권 207억 원 중 166억 원을 조기변제한데다, 나머지 1조 1,000억 원에 대한 채무변제를 개시하고 채권자 동의만 있다면 법정관리를 끝낼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회생채권에 대한 조기변제를 진행했기 때문에 채무변제가 시작된 것이며 채권자들의 동의만 있다면 법정관리를 끝낼 수 있다”며, “하림이 인수해야지만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수가 무산된다고 해도 회사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분기 최악의 시황속에서 영업이익 600억 원을 달성한데다, 회생계획 특성상 후반부로 갈수록 채무액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환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팬오션의 계획안에 포함된 변제 일정에는 총 1조 1,000억 원의 66% 가량인 7,260억 원이 8, 9, 10년차에 매년 22% 갚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장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회생채무를 갚아나가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전언이다.

팬오션 주식에 투자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채무 변제가 시작된데다 초창기에는 적게 후반부로 갈수록 많은 금액을 상환하도록 돼 있다”며, “1조 1,000억 원 중 34% 가량을 6년동안 나눠서 갚는다면 연평균 623억 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데, 팬오션이 최악의 시황에서 1분기에만 600억 원의 이익을 본 상황이기 때문에 변제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하림에서 인수가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에서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시킨 후 팬오션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은행에서 인수했던 전례를 살펴볼 때 기업의 적기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인수자가 거액을 투자해 기업을 인수한 직후 원활한 투자가 이뤄진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수가 무산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법정관리 이전에는 팬오션 인수를 거부했지만, 지금은 영업이익이 나고 문제되던 고가 용선도 처분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지 않냐”고 반문하고는, “산은측 입장에는 조건에도 없는 감자를 추진해 거액의 손실을 볼 바에는 차라리 인수를 무산시키고 본인들이 직접 인수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각에서 현재 선가가 낮다는 점 때문에 인수 무산시 팬오션의 적기 투자가 이뤄지지 못할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수자가 거액 투자를 해 인수한 기업에 대해 투자가 이뤄진 적이 거의 없다”고 밝히고는,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했을 때나 SM그룹이 대한해운을 인수한 이후 상황과 비춰보면 하림도 팬오션을 인수한다고 팬오션에 대한 적기 투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달 12일 개최되는 팬오션의 관계인집회에서 변경회생계획안이 주주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일부 언론 보도처럼 법원이 강제인가를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에서는 주주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주주들이 반대하는 계획안에 대해 강제인가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과거 법원이 강제인가를 강행했던 경우는 자본잠식이거나, 영업적자인 경우였었는데, 영업이익이 나는 기업에 대해 감자를 할 이유도 없고 그러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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