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도 고통분담” 요구한 하림측 주장 이해 안돼

 

-금융권, “1조1,000억 원 현재가치 훨씬 낮아”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한 후 18% 가량 할인된 금액으로 회생채무를 조기변제하면 채권단은 전혀 손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회생채무액 대부분이 마지막 3년차에 상환하는데다 채무금액에 대한 이자가 전혀 없기 때문에 채무의 현재가치를 계산하면 채권자들은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림측이 변경회생계획안(20% 감자안)을 제출하며 내세운 논리는 말 그대로 ‘그들이 만들어 낸 논리’라는 것이다.

팬오션의 원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팬오션이 올해부터 2023년까지 갚아 나가야할 회생채무는 1조 1,000억 원으로, 이중 66%인 7,260억 원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동안 매년 22%씩 채권단에 갚아야 한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는 평균 623억 원을, 2021년부터는 2,420억 원을 매년 갚아 2023년까지 채무를 모두 상환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은 지난 2013년 11월 인가받은 것으로, 인수자인 하림이 인수대금을 활용해 1조 1,000억 원의 약 18% 할인된 9,247억 원을 조기변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변경회생계획안을 작성해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있다.

하림측은 조기변제에 따른 18% 할인을 근거로 채권단 손실이 불가피한만큼 주주들도 20%가량 감자를 통해 일부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림측은 3일 “팬오션의 회생과정에서 채권단이 손해를 보는 만큼 주주도 당연히 권리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는, “만일 감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팬오션 인수를 철회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등 채권단과 법원을 압박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업계 및 금융 전문가들은 채무상환에 따른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기변제에 따른 채권자의 손실이 사실상 전혀없다는 전언이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모든 채무에 대해 이자가 적용되지만, 팬오션은 회생계획 개시 이전에만 이자를 인정하고 이후에는 이자가 면제됐다”며, “현재 채권자들의 회생채무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고 전했다.

금융전문가도 “회생채무에 대한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1조 1,000억 원에 대한 현재가치는 훨씬 낮다”며, “10년 뒤에 받을 회생채무에 대한 현재가치를 분석해 보면 8,000~9,000억 원가량일텐데, 팬오션 채권자들은 조기변제시 손해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본지가 팬오션의 원 회생계획안을 토대로 회생채무에 대한 현재가치를 분석한 결과, 시중 금융권의 대출이자가 3~4%라는 전제 하에 회생채무 1조 1,000억 원은 이자율 4%를 적용했을 때 8,917억 원, 3%시 9,382억 원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하림이 채권자들에게 조기 변제해주기로 했던 9,247억 원은 이자율 3% 수준에서 할인율을 책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팬오션의 채권자 대부분인 금융권과 선주에게는 전혀 손실이 없는 셈이다.

또 다른 해운업체 관계자는 “채권자가 금융권인 경우에는 현재 대출이자가 3~4% 수준이기 때문에 조기 상환해 주면 그 돈으로 다른 곳에서 수익을 낼 수 있어 전혀 손해가 없다”며, “선주들은 선박으로 수익을 내는데, 현재 선가가 낮은 수준인데다 시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해당 채무의 조기 상환시에는 현금이 생기므로 해당 금액을 운영자금이나 선박투자에도 활용할 수 있어 하림측의 주장처럼 조기변제 할인에 따른 손해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팬오션 주식에 투자한 한 관계자도 “어쨌든 10년, 그것도 만기에 대부분 상환하는 구조의 채권액을 일시에 받아서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는데 채권자가 왜 손해를 본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채권자가 할인에 따른 손해가 없음에도 주주에게 감자를 통해 손실을 분담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표> 회생채무 상환 연도별 환산시 현재가치

 

 
 
 
(단위: 백만원)
 
 
 
 
상환연도
회생채무액
이자율 4% 적용시
이자율 3% 적용시
2015
62,300
62,300
62,300
2016
62,300
59,935.5
60,517.4
2017
62,300
57,630.3
58,754.8
2018
62,300
55,413.8
57,043.5
2019
62,300
53,282.5
55,382.0
2020
62,300
51,233.1
53,768.9
2021
242,000
191,256.1
202,671.1
2022
242,000
183,900.1
196,768.1
2023
242,000
176,827.0
191,037.0
합계
1,100,000
891,778.6
938,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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