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언제부터인지 ‘택배노동자’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택배기사를 일컫는 말입니다. 택배기사는 하루 평균 13~14시간씩 근무를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그날 배달할 물건을 차에 싣고 이리저리 골목을 누비며 각 가정집 초인종을 눌러 물건을 전달해 주는 것이 그들의 업무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좀 힘들어서 그렇지, 일 자체는 매우 단순하고 스트레스 없는 직장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고 합니다. 본사로부터, 영업소로부터, 고객으로부터.

흔히 택배기사들을 가리켜 갈 곳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정착지라고 표현합니다. 트럭 한 대만 있으면 재기를 노릴 수 있어서 그러는 듯합니다. 지난 18년 간 택배현장을 취재하다보니 재기에 성공해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들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의 업무는 고됩니다. 하루 근무시간이 적게는 12시간에서 많게는 16시간까지 됩니다. 이 시간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고 이집 저집 물건을 배달해야 합니다. 노동강도에 비해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돈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옛날 70~80년대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새 삶을 그리며 많이 찾던 곳이 탄광입니다. 강원도 태백은 탄광이 많아 ‘약속의 땅’이라고 불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사업이나 직장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땅속 깊은 막장에 들어가 죽을힘을 다해 석탄을 캐내 받은 목숨 값으로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그러한 별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당시 목돈을 꿈꾸며 탄광으로 향했던 광부들은 현실에서 ‘막장인생’이 어떤 것인지 경험했을 것입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택배기사들이 ‘막장인생’을 입에 올리고 있습니다. 식구들은 먹여 살려야 하는데 오라는 곳은 없고, 그렇다고 장사를 해보려 해도 밑천이 없는 사람들에게 택배 일은 꽤나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다 찌그러진 1t 화물차 한 대만 있으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으니까요. 꿈은 꿀 수 있지만, 현실에서 꿈을 이루기에는 매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일이 너무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13시간씩 돌아다녀야 하지만, 버는 돈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택배기사들은 육체적인 고통도 있지만, 때로는 고객들로부터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남몰래 트럭에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택배기사들은 그 당시 광부들보다는 돈을 모으기 힘듭니다. 광부들은 먹는 것 입는 것, 심지어 잠자리까지 제공해 줘 딱히 돈을 쓸데가 없습니다. 급여도 일반 회사원보다는 월등히 많은 돈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조금만 고생하면 목돈을 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하루종일 200여 개의 박스를 배달하면(일부 집하 물량까지 포함), 한 달 330~420만 원 가량 받습니다. 이중 유류비, 차량 정비비 등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250~300만 원이 순수입이 됩니다. 250~300만 원으로 택배기사들은 한 달을 생활해야 합니다. 광부와는 달리 이 돈으로 의식주를 모두 해결해야 하고, 아내와 자식도 돌봐야 합니다. 때문에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모든 택배기사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기사들은 이보다 많이 벌기도 하고, 또 일부는 못 벌기도 합니다. 초보자의 경우, 순수익이 100만 원 중반대에 머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1주일에 하루만 쉬고 6일을 출근해 매일같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별보기식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견디기가 힘든 직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인지 택배기사들의 연령대는 30~40대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20대는 몇일 일하다 대부분 그만두고, 50~60대는 힘이 부쳐 어렵습니다. 이는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어도 택배기사 생활 10년 이내에 목돈을 만들어 영업소라도 하나 차려야 택배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언제까지 체력이 받쳐주진 않을 테니까요.

최근 들어 택배기사들이 가져가는 돈은 많이 늘었습니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택배기사들은 월평균수입이 200~300 정도밖에 안 됐었습니다. 지금은 250~30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니 늘어난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박스당 기사들의 몫은 700~800원 대로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3~4년 전에 비해 평균수입은 늘었지만, 그에 비례해 노동강도도 훨씬 심해졌다는 것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한다면 택배 배달직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 직업이 된 것입니다. 순수입이 300만 원 이상 되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경력을 갖고 밤 10시까지 고생을 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전화에 시달리고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어 차에서 대충 해결해야 합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숙달이 되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택배기사들이 불쌍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나름 자부심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고 하지만, 택배 배달직은 너무나도 고된 직업중 하나입니다. 오죽하면 그들 스스로 ‘막장’에 비유할까요.

택배업계는 기사들에게 평균 수익을 얼마나 더 주고 있다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박스당 배송단가를 올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균단가가 올라야 하고, 이를 위해 업계가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단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택배기사들의 배송단가를 올려줄 방법은 요원한 것입니다. 현재의 택배시장 구조에서 택배기사들의 수익이 늘었다는 것은 노동강도가 위험수위에 이른 상황에서 그만큼 더 심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졸음운전’ ‘과로’ 등에 따른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택배시장을 하루라도 빨리 선순환구조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택배단가 상승에 따른 배송단가 인상’은 현재의 택배시장을 선순환구조로 바꿀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됩니다. ‘택배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는 여건은 택배업계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드론이 배달을 대신할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림의 떡’입니다. 결국 택배는 사람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작업여건이 만들어질 때 ‘택배노동자’가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택배가 ‘희망의 직업’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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