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지난 2011년 12월 말을 기점으로 대한통운을 인수한 CJ는 경영권을 확보한 2012년부터 항만부문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했습니다. 때문에 지난 2013년과 지난해에는 “CJ대한통운이 항만사업에서 철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대한통운은 2010년 4월 한진과의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인천신항 A터미널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무슨 이유인지 CJ가 경영권을 인수한 지 1년 만인 2012년 12월 사업권을 포기했습니다. 인천신항 개발로 향후 인천항으로 반출입되는 컨테이너 물량은 전량 신항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은 내년부터 자사가 운영 중인 인천내항 4부두에서 컨테이너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항만공사로(IPA)는 인천신항 개장 이후 신항 활성화 및 인천항 부두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컨테이너 전용 부두인 인천내항 4부두를 올해부터 계약 종료시점인 2018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잡화부두로 전환시킬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CJ대한통운이 수십 년간 이어온 인천항에서의 경쟁력은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수출입관문인 부산항에서도 마찬가지 신세입니다. 부산항은 현재 부산신항이 물동량을 주도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향후 부산신항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부산북항(신선대, 자성대, 감만, 신감만) 물량이 급속도로 빠지면서 신항으로 대량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컨테이너 하역료도 TEU 당 북항이 4만 원대 초반이지만, 신항은 5만~6만 원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북항에 위치한 신선대부두 5개 선석만 운영하고 있을 뿐입니다. 특히, 북항의 경우 물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정부에서 운영사를 통폐합한 후, 물류기능의 대부분을 신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CJ대한통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광양항의 경우, CJ대한통운은 4개 선석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업성은 안개 속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9월부터 컨테이너 부두에서 일반화물을 처리할 수 없게 된 데 이어, 최근에는 주요 물량 공급업체였던 대만선사 완하이가 이달부터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부두로 옮겨감에 따라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부산항, 인천항, 광양항 등 국내 3대 항만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던 CJ대한통운은 시나브로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특히, 타 항만업체와는 다르게 CJ대한통운은 하역한 화물을 육상운송 및 보관사업으로까지 연동시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항만사업의 쇠퇴는 기업경쟁력을 결정할 수있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CJ대한통운이 CL사업부문에서 투자를 최소화하자, 무형의 기업가치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이를 실제로 추진하는 것은 기업들입니다. 특히, 물류파트는 국가 인프라 사업과 연계돼 있는 사업이 많아 기업들의 협조 없이는 정책을 펴 나가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대한통운이 물류업계 맏형으로서 이러한 역할들을 해 줬는데, 지금은 CJ대한통운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에 어떤 기업과 정책을 펴 나가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외국계 기업과 국내 항만정책을 의논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지난해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의 푸념입니다.

CJ는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막대하게 투자했던 인수비용을 회수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입니다. 때문에 투자보다는 자금을 회수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80여 년간 쌓아온 유무형의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류는 기본적으로 장치산업입니다. 투자 없이는 미래의 먹거리도 없는 것입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년 7개월간 항만사업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 택배사업의 ‘본질적 리스크’ 정확히 파악해야

택배는 물류산업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높습니다. 최근 5~6년간 매년 6~7%씩 성장해 왔으며, 한 때는 100~150%씩 성장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을 정도였습니다. 택배는 물류사업 중 가장 역동적이며 화려합니다. ‘물류’와는 달리 일반인들에게도 친근감이 있습니다. 택배는 우리가 가장 많이 활용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화려한 만큼 택배시장에서의 업체 간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1위 기업도 삐끗하면 곧바로 순위가 추락하는 곳이 택배시장입니다. 현재 2, 3위인 현대로지스틱스와 한진도 2000년대 초반 모두 1위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단가를 조금만 내리면 물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1위를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1~4위가 엎치락뒤치락 할 때였습니다. 현재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35%를 육박합니다. 2위 업체가 13% 가량 되니 시장에서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월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은 시장을 좌지우지 할 정도의 힘은 갖고 있질 못합니다. 돈을 좀 더 벌기 위해 단가를 올리면 언제든지 점유율이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택배시장이 갖고 있는 본질적 리스크(Risk)입니다.

CJ대한통운도 아직 이러한 리스크에서 벗어났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경쟁자가 없어야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단가를 높여나갈 텐데, 아직 잠재적 경쟁자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협과 롯데가 바로 CJ대한통운을 압박하고 있는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 롯데의 경우,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로지스틱스의 대주주가 된 근본적인 이유가 택배시장 진출이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에는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농협도 중견기업 인수를 통한 시장진출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롯데와 농협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단가경쟁은 불가피 할 것입니다. 이 싸움은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당장 점유율은 비교하기 힘들지만, 롯데와 농협이 자금력 면에서는 CJ를 앞서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진도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항만은 중장기적인 사업으로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많이 들어가지만, 수익도 꾸준히 장기적으로 나옵니다. 이는 주변여건에 따라 휘청거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한통운이라는 회사가 그 어떤 회사보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사실상 국내 항만 하역사업을 장악했었으니까요. 하지만, 택배는 다릅니다. 물량을 뺏기고 영업소가 이탈하기 시작하면 일순간에 1위가 바뀔 수 있습니다. 때문에 택배사업만으로 기업체질이 견고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CJ대한통운의 중심에는 CL사업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85년 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내년 하반기쯤 상당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업계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택배시장에서 롯데와 농협이라는 호적수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다, 그동안 투자를 하지 않았던 항만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시기가 도래할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대한통운을 인수한 CJ 측은 2012년부터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 7개월 동안 소문만 무성했습니다. 최근 동부익스프레스 M&A에 대한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이 또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21만 9,000 원을 넘어설 수 있을지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다면 한바탕 주가가 요동칠 것이고,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한동안 주가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말까지(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경쟁자가 없는 택배시장에서는 당분간 더 성장할 것이고, 이 수치는 겉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아건설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을 때에도 투자부문은 제대로 이뤄졌습니다. 투자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한통운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CJ로 인수된 이후에는 투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뭐라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습니다. 금호 지배 아래에 있을 때에는 회사가 갖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해 가져가더니, CJ는 투자는 없이 돈을 버는 족족 그룹으로 가져갑니다. 현장에서는 본사가 영업활동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아 수 십년 동안 쌓아온 영업라인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쩌자는 심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CJ대한통운 퇴직인사의 말입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11월 창립 85주년을 맞이합니다. 이 회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오래된 물류전문기업입니다. 국가기업에서 동아건설로, 동아건설에서 금호로, 금호에서 CJ로 주인도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숱한 세월 사업을 영위해 오면서 부침이 많았던 대한통운이 현재까지 건재한 것은 외부로 드러난 경쟁력도 있었겠지만,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필자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 물류시장에서 차지했던 ‘대한통운’의 진짜 가치가 사라져 간다는 점입니다. 지난 80여 년간 ‘대한통운’은 국내 물류시장에서 기업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