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급 위상 지표인 '퀄십21' 박탈 우려

 

- 유럽서도 올해 1척만 더 걸리면 등급 하향 조정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선급의 대외신뢰도가 내년부터 더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국적선 1척이 미국 항만당국서 출항정지인 '코드 30'을 받으면서 선급의 위상 지표 중 하나인 미국의 '퀄십21'이 박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에서도 2년 연속 2척의 국적선이 출항정지를 받아 올 연말까지 1척 이상의 선박이 출항정지를 받으면 최상위등급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한국선급 및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 입항한 국적선 1척이 미국 항만당국인 USCG(미국연안경비대, Coast Guard)의 항만국통제(PSC) 결과 중대결함이 발견되면서 출항정지 조치가 취해졌다.

해당 선박은 미국 입항 전 선박내에 있는 환기구 중 일부가 오작동되는 것을 확인하고, 이같은 문제에 대해 선박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과 논의후 USCG에 알렸으며, USCG측에서도 입항 후 시정을 하라고 통보해 미국 항만에 입항했다.

하지만, 입항 후 PSC 점검 중 당초 문제가 됐다는 환기구 오작동이 4개가 아닌 7개가 발생하고 기름을 배출하는 유수분리기에 검은 침전물이 보이자, 해당 물질이 기름인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 보겠다면서 파이프 일부를 절단해 가고는 해당 선박에 '코드 30'을 부여했던 것을 알려졌다. 해당 선사와 우리 정부는 이같은 USCG의 조치에 부당하다고 이의제기를 해놓은 상태로 내달 중 결론을 통보받을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환기구 개폐 장비가 잘 작동하지 않아서 입항 전 사전 통보했고, 미국측에서도 입항 후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를 받아 정상적으로 입항했는데, 출항정지 명령이 내려졌다”며, “국제 규정인 솔라스(SOLAS)협약에도 이같은 조항은 없는데, 미국에서 왜 그렇게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검사원이 점검 중 유수분리기에 있는 침전물이 기름인지 아닌지를 분석하겠다고 해서 분석 후 기름이 아닌 것도 판명이 났다”며, “해당 선사와 우리 정부측에서 미국측에 이의제기를 해놓은 상태고 내달 안에 결과를 통보해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A사 관계자는 “해당 선박은 일부 개런티를 하면 풀어주겠다고 해서 출항은 했지만, 큰 결격사유도 없는데 출항정지 명령을 내려 해당 선사에서도 미국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미국측에서 출항정지 명령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나올 경우, 국적선의 신뢰도 및 국적선 선박검사를 전담하는 한국선급의 위상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선박 안전도의 지표로 볼 수 있는 '퀄십21(점검우대제도, Qualship21)'의 지위박탈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퀄십21은 미국에 입항하는 기준 미달 선박 퇴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로, 최근 3년 평균 미국 입항 국적선의 출항정지율이 1% 이하여야 한다. 통상적으로 국적선의 미국 입항 선박은 연간 30~40여 척 수준으로, 3년동안 출항정지 선박이 1.2척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출항정지율 1%가 1.2~1.5척이라는 다소 애매한 수치인데다, 다른 나라보다 미국이 더 까다로운 조건이라 1척만 걸려도 상당히 타격이 있다”며, “이번에 미국에서 1척에 대한 출항정지가 인정되면 향후 3년간 추가로 1척이 더 걸릴 경우 퀄십21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퀄십21 자격이 박탈될 경우, 국적선의 선박안전 위상과 더불어 국적선의 선박검사업무를 독점하는 한국선급의 대외신뢰도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세월호 문제로 대외신뢰도에 금이간채 회복하지 못한 위상이 또 한없이 추락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USCG의 터무니없는 조치가 한국선급의 대외신뢰도 악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선사들 입장에서 퀄십21이 제외되든 혜택을 받든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정부의 해운산업 위상이나 선급의 대외경쟁력 등의 지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신경쓰는 곳은 선사도 선사지만, 우리 정부와 한국선급이다”며, “가뜩이나 연말까지 선급 개방을 앞두고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한데, 이러한 상황까지 알려지면 한국선급 입장에서 좋을 게 없지 않냐”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애시당초 국제 규정에도 없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가지고 미국측에서 트집을 잡았는데, 아직까지 해당 사항에 대해 풀어주지 않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세월호 이후 한국선급과 선급클래스를 받은 국적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퀄십21을 제외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도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선급측은 이와 관련, 선급보다는 선주 귀책사유로 재심의 진행 중이며, 퀄십21 자격 유지를 위해 정보 공유 및 사전검사 시행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지난달 국적선의 출항정지에 대해서는 선주귀책 사유로 재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우리나라가 퀄십21 자격유지를 위해서는 더 이상 출항정지 선박이 없어야 하는 상황이므로 선급귀책이든 선주귀책이든 출항정지 원인은 차치하고, 선박 안전확보를 위해 정부 및 선사와 정보공유 및 자체적으로도 미국 출항 전 PSC 사전검사 시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의 국적선 안전 위상 역시 2년 연속 2척이 출항정지를 당하면서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유럽은 파리MOU에서 선박안전을 블랙, 그레이, 화이트 등 총 3개로 나눠 등급을 부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7월 기존 그레이리스트에서 화이트리스트로 격상된 바있다. 등급 유지는 미국보다 느슨한 편이지만, 최근 3년동안 전체 입출항 선박의 출항정지율이 3% 이내여야 한다. 유럽의 경우 연간 국적선이 약 40여 척 가량 입항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는 창명해운 소속 국적선 2척이 2013년 캐나다와 2014년 이탈리아에서 각각 출항정지를 당하면서 올해 1척만 출항정지를 받으면 내년에 그레이리스트로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최근 3년간 3척 이상이 걸리면 안되는데, 해가 넘어가면 그 직전년도 출항정지는 없어지고 새로 계산되기 때문에 미국보다는 느슨한 편이다”며, “2013년과 2014년 1척씩 선박이 출항정지를 당했지만, 올해만 넘기면 2013년 출항정지 선박은 내년부터 계산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올해만 잘 넘기면 화이트리스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