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택배시장에 ‘로켓배송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이 제공하고 있는 배송서비스인 로켓배송이 소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왜 택배업체도 아닌 유통업체가 택배서비스로 극찬을 받고 있는 걸까요?

바로 그들이 제공하고 있는 ‘로켓배송’의 서비스 질이 기존 택배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사실, 로켓배송의 서비스가 기존 택배업체들이 제공하지 않는 파격적인 방식은 아닙니다. 배송서비스에 충실하되, 소비자들에게 먼저 다가서려는 서비스업의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기존 택배서비스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다름’이 소비자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로켓배송은 고객의 측면에서 배송서비스를 바라봅니다. 예를 들면, 물건을 주문한 사람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면 작은 초콜릿이나 손편지를 써서 축하해 주는 것입니다. 또 부재 시에는 해당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겨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두고는 ‘인증샷’을 보내줍니다. 택배서비스의 모토인 ‘빠른 배송’은 기본입니다. 한마디로 고객의 물건을 내 것과 같이 소중하게 배달해 주는 것입니다.

기존 택배업체와 뭐가 다를까요. 간단합니다. 로켓배송은 구호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입니다. 택배기사들은 바쁩니다. 많이 배달해야 그만큼 많이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질은 마음 속에만 있습니다. “내 몸이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서비스 질을 따지느냐. 제 때 갖다 주면 되지”라는 반응을 보이는 택배기사가 대다수입니다.

택배기사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소비자들은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강하게 공감하고 있지만, 어느 택배업체의 서비스가 좋다는 식의 반응은 거의 없습니다. 유명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서는 택배기사들이 고생을 하고 있으니, 배송서비스 질이 좀 나쁘더라도 이해를 하자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택배업체에 대해서는 “△△택배업체 서비스가 개판이다”라는 등 서비스 질을 질타하는 내용이 육두문자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택배업계가 반성해야 할 대목입니다.

- 택배업계 CEO의 마인드 변화와 중장기적 권한 주어져야

그렇다면 이러한 부문은 어디에서부터 바로잡아 나가야 할까요. 필자는 서비스 중심의 택배시장이 형성되는 데, 가장 우선적이면서도 절대적인 것은 CEO의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CEO의 마인드 변화와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는 전문 CEO가 택배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적이 나쁘면 바로 교체되는 현 상황 속에서 CEO가 서비스 트렌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문제는 택배시장에 트렌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택배시장은 대기업 택배사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현재 CJ, 현대, 한진 등 3사의 시장점유율은 70%가 넘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대기업 중심의 시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결국 택배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대기업 계열 택배사들의 CEO는 100% 전문경영인입니다. 전문경영인의 맹점은 시장에서의 자사 위치가 흔들리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실적이 악화되는 즉시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택배시장은 언제든지 단가만 내리면 시장점유율을 원하는 만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택배업체 CEO들은 ‘단가 인하’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국내 택배업체의 서비스 질이 유사한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택배사업은 오너의 결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너가 단기 실적에 급급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중장기적인 비전을 통해 보다 개선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오너가 전문 CEO를 믿고 기다려야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비웃을 수 있었겠지만, ‘로켓배송’이 택배시장에 등장한 후, 많은 것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기존 택배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택배서비스를 누가 제공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믿음이 반영됐습니다. 예를 들면, 대기업이 제공하는 택배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택배서비스가 브랜드화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어떤 기업이 택배물량을 많이 배송하느냐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나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만 따질 뿐입니다. 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배업체의 브랜드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쿠팡이 소셜커머스업계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결정적 무기는 바로 로켓배송입니다. 쿠팡은 고객들의 욕구 변화를 잘 읽었던 것입니다. 동종 업계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차별성이 없으니 택배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던 것입니다. 이는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때문에 또 다른 소셜커머스업체가 혁신적 배송시스템을 꾀하고 있고, 롯데, 현대백화점 등 내로라하는 유통업체가 택배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입니다. 택배서비스가 유통기업의 경쟁력을 판가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너가 전문 CEO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저단가에 허덕이는 국내 택배시장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질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입니다.

- 택배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 바뀌어야

택배시장에 ‘로켓배송’이라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택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로켓배송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죠. 로켓배송을 한 번쯤 이용해본 소비자는 기존의 택배서비스와는 뭔가 다른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한마디로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택배사들이 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면 상냥하고 친절한 택배기사로부터 물건을 받고 싶습니다. 그냥 집 앞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가는 서비스에 비해 부재 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방법으로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가 훨씬 믿음이 가고 좋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빠르기까지 합니다. 어떤 서비스가 나은지 굳이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서울 구로에 거주하는 한 주부의 말입니다.

로켓배송은 택배시장을 거세게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택배업체 간 경쟁이 아닌 택배서비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켓배송은 택배서비스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확실하게 바꿔놓고 있습니다. 이는 택배시장의 올바른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쿠팡은 물류기업이 아니라 유통기업입니다. 이 업체가 제공하는 로켓배송은 무료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료라서 좋은 서비스가 가능한 것입니다. ‘돈을 받고 제공하는 서비스는 질이 별로인데, 무료로 제공받는 서비스는 질이 좋다’는 것입니다. 모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순이 쿠팡의 성공비결이 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성공비결이 이 업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1년에 인건비로만 수백 억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기존 배달사원(쿠팡맨) 2,100명에 앞으로 1,000명을 추가로 채용함으로써 3,000명이 넘는 배송인력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쿠팡맨에게는 1인당 평균 4,000만~4,500만 원(세전 금액)의 연봉을 지급합니다.

여기에 수천 대에 달하는 1t 화물차와 유류비, 자동차 보험료 등 제반 비용도 모두 회사가 부담합니다. 이 외에도 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비용까지 상당한 투자를 감내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유통업체인 쿠팡은 물류서비스 개선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류부문에 대한 투자는 쿠팡을 1위로 올려놓았지만, 수익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1,2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택배업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론적으로 택배업계는 쿠팡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로켓배송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적자는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로켓배송은 쿠팡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한 부가서비스이지만, 택배업계는 배송비를 받고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재의 서비스 시스템에 택배기사들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만 접목시키면 또 다른 형태의 로켓배송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실행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업계는 이러한 서비스 도입을 망설입니다.

“로켓배송은 기존 택배사들이 배워야 합니다. 사실 이런 말을 하기가 좀 창피한 일이기도 합니다. 20여 년을 택배업종에 있었지만, 서비스 개선은 쉽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업계는 시스템을 확대한 후, 저가로 물량을 잡아오고 있습니다. 물건을 사고 그에 맞는 봉투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큰 봉투를 산 후, 그 봉투를 채우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이치입니다. 물량확보경쟁이 낳은 폐단이지요. 저단가로 물량을 많이 확보하면 해당 회사의 배송사원 1인당 배송건수는 더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배송기사도 이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한 개라도 더 날라야 가져가는 돈이 늘어나니까요. 택배기사가 하루에 배송해야 할 물량이 넘쳐나는데 어떻게 고객이 생일이라고 손편지를 써주겠습니까. 그리고 고객의 기념일에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사실, 본사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됩니다.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왜 안 하는지 아세요. 마인드 자체가 유통업체와 다르기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우린 빨리 갖다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런 것 까지 신경을 써야 하느냐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러니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질이 개선되겠습니까.” 택배업체인 A사 임원의 말입니다.

지난 7월 한 택배업체는 자사의 택배기사 개인별 사업수입이 2013년 월평균 434만 원에서 올해 546만 원(세전 금액)으로 26%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택배기사 개개인이 사업자라는 점에서 사실상 급여에 관여할 수 없는 택배업체가 이러한 수치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는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박스당 단가는 떨어졌는데, 이 회사의 영업소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들의 평균 급여가 26% 올랐다면 그만큼 물품을 더 배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노동강도가 똑같은 상황에서 급여가 오른 것이 아니라 노동강도가 높아진 만큼 급여가 오른 것입니다. 100개 배송하던 사람이 126개를 배송한 것입니다. 서비스 질은 어땠을까요?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국내 택배업체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택배서비스 평가'에서 '빅 3사' 중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택배업계에 종사하는 택배기사는 물건 하나를 배달하면 800원을 벌 수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많이 배달해야 먹고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쿠팡맨은 물건 1개를 빨리 배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으로부터 불만사항이 접수되면 정규직 전환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서비스가 우선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택배 배송기사에게 로켓배송식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로켓배송’은 택배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같은 배송서비스라 할지라도 본사가 어떤 시선으로 서비스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택배서비스가 브랜드화 된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 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것은 보고 배워야 합니다. 물론, 선택은 각 택배업체가 하는 것입니다. 다만, 고객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택배업계가 됐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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