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항만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컨테이너 수출입 물량의 63.4%를 처리하는 부산항의 항만 운영에 대한 주도권이 외국기업에 넘어가게 생긴 것이다.

최근 CJ대한통운이 홍콩의 세계적 항만업체인 허치슨에 일부 지분만 남기고 부 산신선대 부두를 매각키로 결정함에 따라, 현재 개발 중인 부산신항 2-5단계 부두의 1대 주주는 허치슨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부산신항과 부산북항으로 이원화돼 있는 부산항의 물류업무를 부산신항에 집중키로 이미 정책방향을 정한 바 있다. 따라서 부산신항을 운영하는 항만사업자들의 국적이 어느 나라인지는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부산신항 21개 선석 가운데 외국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선석은 13개에 달한다. 여기에 오는 2019년부터 2-5단계 3개 선석이 운영되면 부산신항 24개 선석 중 16개에 대한 운영권이 외국기업으로 넘어가게 된다. 무려 66.7%에 달하는 수치이다. 세계적 무역항을 갖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조차 찾아볼 수 없다.

항만사용권 계약기간은 짧으면 30년, 길면 50년이다. 외국기업이 길면 50년간 국내 수출입 화물을 좌지우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핵심이 되는 곳간의 열쇠를 외국기업에 갖다 바친 꼴이다.

외국기업이 주도권을 쥐면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된다. 이들 기업이 부두 사용료 및 하역료를 올리면 수출입 물류비용이 높아져 국내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화된 시대에 무슨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하는 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국가간 무역에서는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때문에 정상적인 국가는 수출입을 전담하는 항만만큼은 철저하게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국은 자국의 모든 항만에 대한 운영권의 51%는 무조건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다. 나머지 49%도 자국 기업에 일정 지분을 확보해준다. 외국기업이 대주주가 될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공기업인 부두운영공사에서 주요 무역항의 항만 관리 및 운영을 담당하고, 항만운영사업자들은 사용료를 내고 부두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독 외국기업에 국내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국제입찰을 붙이고 있으며, 이미 확보한 항만운영권도 언제든지 타 기업에 매각할 수 있다. 한 국가의 중요 시설인 항만을 운영함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것이다.

이번에 본지가 CJ대한통운이 허치슨에 신선대 부두를 매각키로 했다고 단독보도하자 해수부의 첫 반응은 ‘설마’였다고 한다. 80여 년간 국내에서 항만사업을 독점해오다시피 한 대한통운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에서 ‘설마’ 철수하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통운의 주인이 CJ로 바뀌었고 내부사정 또한 바뀔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설마 외국기업에 그 중요한 항만운영권을 매각하겠느냐’는 안일함이 해수부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정부가 지난 7월 ‘북항운영사 통합 추진계획’을 통해 북항의 통합법인에 부산신항 2-5단계 운영권을 주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계약이 성사됐다.

관련 업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본지 보도가 오보이길 바라고 있다. 그만큼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CJ대한통운은 민간기업이다. 이는 합법적인 조건 내에서 이익이 된다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얼마든지 자신들의 것을 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계약이 개탄스럽지만, ‘합법적인’ 조건 하에서는 어떻게 해 볼 방도가 없다. 막연하게 애국심에만 바랄 순 없는 것이다.

문제는 해수부다. 해수부는 도대체 일을 어떻게 했기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사태파악조차 제대로 못했다는 것인가. 십분 양보해 사태가 발생한 것을 추후에 알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국가 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제재를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어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지자 해운, 물류, 항만하역 등 관련 업계는 “해수부가 어떠한 안전장치를 갖고 있지 않겠느냐”며 답답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 문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아마도 정부에서 마지막 히든카드(안전장치)는 갖고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해수부는 “허치슨이 통합법인의 대주주가 되게 하진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말 해수부는 안전장치를 갖고 있는가. 만약 그 비슷한 것이라도 있다면 지금 나서야 한다. 아울러 당장 국내 항만 운영과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한 조사 및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걱정이다. 항만 운영과 관련해서는 국가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역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 ‘무역 식민국’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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