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25살 된 택배업계가 로켓배송을 시작한지 이제 두 돌도 채 되지 않은 쿠팡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전쟁터는 택배시장. 택배업계를 더욱 자존심 상하게 하는 것은 쿠팡이 물류업체가 아닌 유통업체라는 점입니다. 자신들이 25년 동안 갈고 닦은 시장에서 이제 1년을 갓 넘긴 로켓배송에 택배서비스 질 측면에서 게임이 되지 않고 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지난 3일 쿠팡측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택배업계의 서비스 만족도는 39%, 자신들이 제공하는 로켓배송의 만족도는 99%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전해지자 택배업계 관계자 대다수의 공통적 질문은 “조사 주체가 누구냐” 였습니다. 쿠팡 자체조사라고 하니 “그럼 그렇지”라는 안도 섞인 말이 돌아왔습니다. 당시 택배업계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아마도 내심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 입니다. ‘자체 조사’라는 것이 객관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쿠팡의 서비스에 대해 대다수 소비자가 만족하고 있다는 점은 택배업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택배업계의 서비스 만족도가 39%라는 점은 사실 조금은 충격적입니다.

택배업계는 그동안 틈만 나면 ‘서비스 질 향상’을 외치며, “고객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 만족도가 겨우 39% 밖에 되지 않는다니, 택배업계가 반성해야 할 부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택배업계가 본격적으로 서비스 경쟁을 벌인다면 쿠팡의 로켓배송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단언컨대, 택배업계는 유통업체인 쿠팡의 택배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양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송기사의 직영화에 있습니다. 쿠팡은 로켓배송 기사를 100% 자체적으로 채용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택배업체 배송기사 직영률은 상위 5개 사(우체국택배 제외) 평균 5%를 넘지 못합니다. 직영률이 가장 높은 업체는 CJ대한통운으로, 10%에 조금 모자랍니다. 나머지 업체들은 대다수가 외주업체(영업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직영화와 외주화의 장·단점이 있지만, 고객서비스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직영율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주업체(영업소) 비중이 높다는 것은 같은 택배업체라 해도 서비스 질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본사에서 서비스 교육을 하더라도 수 천 명에 달하는 기사들이 회사 직원이 아닌 만큼 본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우리 집에 배달 오는 아저씨의 성향 및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서비스가 들쭉날쭉 한 것입니다. 우리 집에 오는 A사 택배의 서비스 수준이 매우 높은데, 옆 동네 친구 집에 오는 A사 택배 서비스 수준이 엉망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나친 외주화에 따른 서비스 질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에 반해, 100% 자사 직원이 배송하는 로켓배송의 경우, 서비스 수준이 일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로켓배송을 제공하는 쿠팡맨들은 쿠팡이라는 회사 소속 직원이기 때문에 회사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일정한 수준의 서비스를 지역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직영률은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필자는 택배업계의 서비스 질이 쿠팡을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양측의 서비스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택배서비스에 대한 접근방식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 입니다. 택배업계는 물건을 배달해 주고 수익을 얻지만, 쿠팡은 자사가 판매하는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한 서비스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태생적으로 택배업계는 택배서비스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지만, 쿠팡의 로켓배송은 투자의 개념입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서비스 질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택배업체의 가장 큰 목적은 하루에 많은 양을 배달하는 것이지만, 쿠팡은 한 개를 배송하더라도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택배업체에서 근무하는 기사들은 한 개라도 더 많이 배달해야만 더 많은 돈을 벌어갈 수 있습니다. 고객에 대한 세밀한 배려보다는 빨리빨리 배달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퇴근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쿠팡맨들은 고객의 클레임이 가장 무섭습니다. 쿠팡 소속 직원으로 급여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하겠지요. 쿠팡측의 정규직원이 되려면 계약직으로 6개월을 버텨야 한다는 점에서도 쿠팡맨들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에서 택배업계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쿠팡의 로켓배송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쿠팡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배송직원들의 100% 직영화에 대해 회사측은 투자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비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쿠팡이 기록한 영업손실 1,200억 원은 물류비에 투자한 비용 때문이었습니다. 쿠팡측은 오는 2017년까지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러한 투자가 매출은 늘릴 수 있겠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게 됩니다.

직영률을 높이면 서비스 질을 강화할 순 있지만, 기업의 이익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00년대 초까지 대한통운의 직영율은 60%가 넘었습니다. 당시 대한통운,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CJ GLS 등 ‘빅 4’의 시장점유율 싸움은 엎치락 뒤치락 하다 최종적으로 대한통운이 승리했었습니다. 이유는 딱 한 가지였습니다. 대한통운은 경쟁사에 비해 직영률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저단가경쟁에서 단가충격을 이겨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대한통운에 비해 3개 사는 더 이상 단가를 내릴 수 없었지만, 대한통운은 높은 직영율로 인해 이들 업체보다 조금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당시 대한통운은 택배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직영률을 낮춰가고 있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남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현재 택배사들은 이익을 조금이라도 남기기 위해 거의 100% 외주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영률은 서비스 질을 높일 순 있지만, 수익 창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쿠팡은 직영을 택했고, 택배업체는 수익을 택한 것입니다. 때문에 고객의 서비스 선호도에서 택배업계는 절대로 로켓배송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이 같이 택배서비스 질을 좌우할 핵심요소는 택배기사들의 직영화입니다. 일본의 택배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야마토와 사가와큐빈은 배송기사들을 100%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야마토와 사가와큐빈이 전략적으로 직영화를 택한 것이 아닙니다. 일본은 지입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모든 택배사들은 직영률이 100%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는 10여년 전, 우리나라 택배서비스와 일본의 택배서비스의 질 차이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아니 IT 기술이 보다 나은 우리나라의 택배서비스가 오히려 나은데 왜 일본 국민들은 택배서비스에 만족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불평을 해야만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해답은 직영화에 있었습니다.

현재 쿠팡이 이들 일본 택배기업과 유사한 스타일로 배송서비스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결정적 약점이 있습니다. 일본 택배기업은 직영체제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을 가져왔지만, 쿠팡은 직영화에 소요되는 비용이 영업손실로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쿠팡이 언제까지 현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굉장한 관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향후 2년 내에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쿠팡. 개인적으로는 이 회사가 대규모 투자의 이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아무튼 현재 시장에서는 쿠팡의 무상배송이 언제까지 계속될 순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쿠팡이 향후 무상배송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감과 동시에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면 이는 ‘택배시장의 혁신’으로 남게 될 것이고, 고객들은 환호할 것입니다.

현재 택배업계와 쿠팡은 소송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쿠팡의 서비스가 현행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자가용화물차량의 유상운송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장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업계가 쿠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해당 분쟁은 법원에서 판단할 것입니다. 만약, 법원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한다면, 택배업계에 상당한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로켓배송이 합법이라면 직영화로 무장한 제2, 제3의 쿠팡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화물자동차운수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지입제를 낮춰야만 합니다. 지입제가 90%가 넘으니 어떤 정책도 시장에서 먹히지 않습니다. 어렵겠지만 내가 재직할 때까지 지입제를 50% 이하로 내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택배시장에서의 로켓배송 논란은 결국 직영화가 택배서비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로켓배송 논란이 지입제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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