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해수부가 이사장 후보 적격 심사에 참여해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투표 실시 후 이사장이 선임되니까 뒤늦게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승인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한국해운조합의 이사장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했던 한 대의원의 말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말께 해운조합의 대의원 총회에서 선출된 A씨를 해운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조직관리 경력 부족 등을 이유로 최종 불승인했다. 해운조합 이사장은 대의원 선거에 의해 이사장으로 당선되더라도 해수부장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A씨는 이사장에 선임되지 못했다.

해수부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해운조합 회원사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이다. 투표 직전 열렸던 후보 적격 심사에 올랐던 최종 10명 중 6명을 심사에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해수부 관계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를 했음에도 A씨가 당선되자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 대의원들에 따르면, 투표날 후보들의 정견발표 당시에도 공정성과 객관성이나 추후 법적 문제 때문에 변호사까지 참석시켰다고 한다. 해운조합은 지난해 5월 이미 한 차례 이사장 선출이 무산됐던 만큼 이번 공모에서는 이사장을 반드시 뽑겠다는 의지가 강했었다.

이 대의원은 “적격 심사 당시, A씨가 전문성 부족 등 자격이 미달됐다면 그때 통과를 시키지 말았어야지 해수부 측이 심사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는,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으면 당선자를 승인해 줘야지 뜬금없이 불승인을 하면 앞으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사장 선임에 대한 장관 승인이 해수부의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과 함께 장기간 공석으로 방황하는 조직 내부 문제와 맞물려 ‘이사장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이 투표를 해 선출해 놓고는 최종 승인을 장관한테 받는데 이 조차도 불승인을 해버리면 그냥 해수부에서 전문성 다 따져서 적당한 사람 선임하지 뭐하러 대의원들에게 투표를 하라고 하냐”고 반문하고는, “조합은 공제사업을 하면서도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데 이러한 절차 자체가 이사장 선임에 대한 해수부의 지나친 간섭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조합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사장이 장기 공석되면서 해수부에서조차 조합에 이사장 자리가 꼭 필요하냐고 묻기도 했었다고 한다”며, “오는 4월이면 이사장이 2년째 공석으로 남게 되는데 ‘이사장 무용론’이 제기되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해운조합에서 이사장은 사라졌다. 조직의 수장인 이사장이 부재하다보니 내부에서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갈팡질팡 갈지자 걸음을 걷고 있다.

2,000개가 넘는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해운 단체가 선장도 없이 2년 가까이 위태로운 항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사장 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해왔던 경영본부장 조차 지난달 중순 이미 임기가 만료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누구보다 해수부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해수부는 이번 이사장 공모에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 하지만, 조합도 더 이상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하루라도 빨리 조직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마침 내일(12일) 임시총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번 이사장 선출 무산과 관련해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안건이라고 한다.

총회에서 어떤 방안이 도출될진 모르겠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상운영체제를 이끌어 나갈 적임자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서로 네탓이라고 손가락질만 하다 끝나는 총회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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