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부산북항 통합운영을 위한 관련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지만, 지분율 산정작업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달 초 북항 운영사 4개 회사 대표 및 실무자와 토론회를 갖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원칙적으로 북항 운영사 4개사가 20%씩 동일 지분을 배정하고, 나머지 20%는 BPA에 배정하되 추후 통합 참여구성원간 최종 협의 후 결정하는 방안이 첫 번째 안으로 제시됐다.

또 두 번째 안으로는 4개 운영사 기준에서 동일지분(25%)을 가져가는 것을 수용하지 않을 시, 목표지분율 산정을 위해 ▲순자산가치 ▲하역능력 ▲물동량 등 3가지 항목에 대해 균일한 가중치로 반영해 최종 지분율을 산정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각 사별로 최종 지분율이 확정되면 BPA가 이후에 유상증자하는 방향으로 일정 지분을 확보해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두 번째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첫 번째 안은 그동안 4개 운영사가 모두 일관되게 반대해왔으며, 두 번째 안은 각 사가 요구해 왔던 지분산정조건 3가지(순자산가치, 하역능력, 물동량)를 균일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당초 정부가 발표한 통합 스케줄에 따르면, 3월까지 통합법인의 주주협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두 번째 방안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두 번째 안에 대해서는 북항을 기항하는 선사들도 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선사들은 북항의 운영권이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을 반대해왔는데, 이 방안대로라면 외국계 기업이 통합법인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민을 거듭한 후 나온 이 방안이 추진되려면 가장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운영사들로부터 합의를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BPA측은 당시 이 같은 내용에 이견이 있다면 2월 19일까지 서면으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4개 운영사 중 다수의 업체가 시한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해 아직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시한을 언제까지 연장해 달라고 했는지에 대해선 BPA측은 함구하고 있다.

통합작업이 삐걱거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CJ대한통운이 허치슨에 신선대부두 지분을 매각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누차 언급했듯 CJ대한통운이 허치슨에 신선대부두 지분을 매각하면 허치슨의 북항 지분율이 크게 높아져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작업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떤 식으로 통합하든 허치슨이 통합법인의 주인(대주주)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관련 업계를 떠나 국가 차원에서도 상당한 손실이라 할 수 있다.

해수부는 오는 2019년 개장 예정인 부산신항 2-5단계 부두의 운영사로 북항통합법인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컨테이너 수출입물량의 63.4%를 처리하는 부산신항의 24개 선석 가운데, 한진이 운영하는 4개 선석을 제외한 무려 20개 선석의 대주주가 외국기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부두의 '주인'인 해수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이러한 경우는 없다.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얄궂게도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달 26일 손관수 CJ대한통운 대표가 16대 한국항만물류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업자단체장은 업계를 대표해 정부(장관)와 정책을 논할 수 있는 자리이다.

지난 2012년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 물류 관련 사업자단체장 자리를 정중하게 거절만 해왔던 CJ가 어떻게 단 한 번도 사양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항만물류협회장 자리는 수락했는지 관련 업계조차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신선대부두 임대료를 230억 원(2015년 12월 기준) 가까이 체납하고 있는데다, 대한통운 인수 이후 컨테이너 항만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등 ‘컨’항만사업 철수 움직임을 보여 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선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손 대표의 협회장 취임에는 ‘왜?’라는 의문이 붙고 있다.

손관수 신임 항만물류협회장은 취임식에서, 허치슨으로의 신선대지분 매각계획을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그거 안된다니까”라고 답변했다. “매각을 하는지 안하는지 확실하게 말씀을 해 달라”고 두 세 차례 재차 질문했지만, 이후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우리 항만에서는 항만시설 공급 증가 및 물동량 감소로 항만운영사간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임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막중한 것이어서 무거운 책임감이 앞섭니다.” 손 회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내용 중 한 대목이다.

국내 항만물류를 이끌어 갈 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앞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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