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 등 5개 정책금융기관과 공동으로 12억 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는 ‘초대형 선박 신조 지원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에 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부는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춘 해운사에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1만 3,000TEU급 선박을 10척 내외로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후, 이를 용선해준다는 방침이다. 표면적으로 글로벌 선사들에 비해 초대형선이 부족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게 이같은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은 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지원책이 과연 양대선사에게 도움이 된다고만은 볼 수 없다.

정부는 12억 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구성하고 선순위로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통해 60%를, 후순위에는 정책금융기관들이 구성한 선박펀드를 통해 30%를, 나머지 10%는 선박을 운항하는 해운사가 부담하게 만들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양대선사는 이 10%에 해당하는 자금도 없어 결국 금융권으로부터 빌릴 수밖에 없는데, 이에대한 이자만 10%에 달한다고 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신조발주해 BBC(나용선)구조로 선사에 용선해주면서 부채비율 400%를 요구하는데, 컨테이너선사가 부채비율 400% 이하면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결국 정상기업에만 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금이 없어 자산매각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10%에 해당하는 현금이 있겠냐”고 반문하고는, “결국 그 10%도 돈을 빌려주는 대신 10%에 가까운 고금리를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선박펀드 지원책이 선사들에게 부담만 더 지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선박발주 후 선박 소유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선박을 금융기간이 끝난 후 선사에게 소유권이 돌아가는 BBCHP(국적취득 조건부나용선)구조일 경우 발주 후 급격하게 부채비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용선만 해주는 BBC구조로 발주를 하게 해줬을 것이다. 해당 선박 소유권이 결국 선박펀드에 귀속되면, 선박의 금융기간이 종료됐을 때 선가가 상승하면 선박펀드에서 이득을 챙길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선가가 하락했을 경우에는 선사들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 소유권을 선박펀드에 귀속시키는데 금융 종료 후 선가가 상승하면 상당한 이득이 생기니 문제가 없겠지만 반대로 하락하면 펀드 자체가 정책금융기관들이기 때문에 국민 세금 손실 운운하면서 결국 선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기 직후 한진해운을 가장 많이 도와줬다고 평가받았던 캠코펀드와 비교해 보면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09년 국제금융시장 자체가 고금리로 적용될 당시, 부실선박을 인수해 유동성을 확보해 준다는 명분으로 캠코펀드를 구성했으며, 이를 통해 한진해운 선박 17척을 매입한바 있다. 당시 정부는 총 33척의 선박을 매입했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선박을 캠코펀드에 매각하면서 7~8%의 고금리를 적용받아 오히려 금융비용이 늘었다고 한다. 이듬해인 2010년 이후 금리가 인하되면서 이후 매각했던 흥아해운이나 동아탱커 등의 기업이 3~4%를 적용받았던 것과 비교해 금리만 2배에 달했었다. 

당시 해당업무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금융비용이 과도하고 금리 적용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등 여러 어려움으로 캠코에 금융 리파이낸싱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캠코측에서는 국민 세금 운운하면서 거절했었다”며, “이는 금융위기 직후와 몇 년 지난 후의 금리 차이가 너무 커 민간 금융기관에서조차 리파이낸싱을 먼저 하자고 제안했던 것과 비교됐으며, 결국 (한진해운은)펀드 운용기간 종료 후 선박 대부분을 매각할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해운이 겪는 유동성 위기의 가장 큰 부분은 외국계 금융기관에 유입되는 막대한 금융이자비용 때문이라고 한다. 한진해운 스스로도 선박금융을 받을 당시 국내은행보다 0.1%라도 낮으면 외국계 금융기관과 계약을 했던 탓에 그 화살이 되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선박펀드를 일으켜 해운업체와 조선업계를 동시에 지원한다는 장밋빛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정부가 해운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해운업계를 짓눌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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