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사 제주지점, 정부에 민원 제기…공정위 조사 착수

- 업계 “다 같이 죽자는 것…한 번 해보자”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CJ대한통운이 중견택배업체인 L사를 타겟업체로 정하고, 해당업체의 물량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등 택배시장에서 비상식적 저단가영업을 자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주장해 왔던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과는 상반된 행보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물량 확보를 위해 중견업체인 L사를 타겟업체로 정하고, 이 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화주의 물량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주로 재계약을 앞둔 L사의 화주업체에 현재 계약을 맺고 있는 단가보다 박스당 50~100원 싼 가격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측의 이 같은 영업행위로 경영위기에 몰린 L사의 한 지점은 급기야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난달 말 중견택배업체인 L사 제주지점은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CJ대한통운이 덤핑을 통해 L사가 거래하고 있는 물량을 무차별적으로 빼앗아 갔다’며 국토교통부에 이를 시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민원을 제기했다.

국토부 물류산업과 관계자는 “지난 3월에 민원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고 확인한 후, “택배관련 주무부처는 우리부이지만, 민원 내용에 ‘독과점’과 ‘덤핑’이라는 표현이 있어 우리부서가 아닌 공정위에서 다루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 관련 내용을 넘겼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최근 접수했으며, 양측의 의견을 들어본 후 합당한 처분을 내릴 것이란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8일 국토부로부터 관련내용이 넘어 왔기 때문에 아직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덤핑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을 다 들어본 후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택배업계가 L사 제주지점의 이 같은 민원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향후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는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CJ대한통운이 지난해 말부터 무차별적으로 저단가 영업을 진행하고 있어 업계가 공멸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J측의 대마불사(大馬不死)식 영업행위가 대다수 택배업체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는 것.

 
A사 관계자는 “CJ가 L사와 거래하고 있는 화주의 물량을 가져오면 해당 화주가 L사와 거래하던 단가보다 박스당 50~100원까지 낮아도 받아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CJ의 타겟에 오르면 해당 업체의 영업소는 우후죽순 격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CJ측은 대한통운과 CJ GLS를 통합한 이후 지난 3년간 고밀도 배송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구현하는 시스템을 선호하고 있는 것. 시장점유율이 높다보니 이러한 저단가 영업행위가 가능한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시장질서가 붕괴될 위험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인 B사 임원은 “CJ의 시장점유율이 현재 43%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데, 단가를 100원만 올려도 CJ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추가할 수 있다”며,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지속적으로 단가를 인하해 무차별적으로 물량을 뺏어가고 있어 시장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CJ가 후려치면 우리도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러한 영업행위는 서로 죽자는 것”이라며, “지난 1분기 평균단가가 2,300원대 초반이라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인데, CJ측이 (저단가영업행위를)끝낼 생각이 없으니 앞으로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견 택배업체인 C사 임원은 “택배업체간 경쟁은 어쩔 수 없지만, 최근 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CJ의 영업방식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C2C(개인과 개인) 물량을 제외하면 현재 평균단가는 2,000원 대도 되지 못해 진흙탕 단가 싸움으로 이익을 보는 데는 유통업체를 비롯한 대형 화주들뿐인데,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업체 간 과당경쟁은 사업자단체에서 중재하고 있지만, CJ의 저단가영업 행위는 필터링 작업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택배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는 통합물류협회 산하 택배위원회인데, CJ대한통운의 택배본부장이 해당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 2009년 통합물류협회 출범 이후부터 택배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는 8년째 대한통운에서 전담하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 CJ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D사 관계자는 “사실상 CJ대한통운이 택배위원장을 독점하고 있어 문제가 생기면 항상 CJ가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며, “우리 같은 중소업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진과 현대는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택배업계가 쿠팡을 제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CJ가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냐”고 반문하고는, “(쿠팡의)로켓배송이 합법화 되면 가장 손해를 볼 기업이 CJ이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건 뭐 나머지 기업은 거수기 역할밖에 못하니 CJ가 시장을 휘저어도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택배기사들도 이러한 시장상황에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산동에서 만난 B사의 한 택배기사는 “불과 2~3년 전만해도 배송기사가 박스당 평균 900~1,000원의 배송비를 가져갔지만, 현재는 700원 대로 뚝 떨어졌다”며 “이는 배송기사가 2~3년 전만큼 돈을 벌려면 20~30%의 물량을 더 배송해야 한다는 것인데, 점점 더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이 잘 팔리기 때문에 택배물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유통업계에서도 배송이 회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택배회사들이 유통업체에 휘둘리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같은 저단가 논란에 대해 CJ대한통운측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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