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CJ가 택배시장을 휘젓고 있는데,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다는 겁니까.”

CJ대한통운이 특정업체를 타겟업체로 정하는 등, 최근 택배시장에서 저단가로 물량을 휩쓸어 가자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1992년 택배시장이 형성된 이후, 택배업체간 물량 확보경쟁은 늘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이들은 주장합니다.

“당시에는 대한통운, 한진, 현대, CJ GLS 등 이른바 택배업계 ‘빅 4’가 비슷한 점유율로 경쟁을 했습니다.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단가가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는데다 CJ대한통운이 시장을 거의 장악하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특정업체를 타겟업체로 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단가를 인하해 물량을 뺏어간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닙니까.”

2000년대 중·후반까지 국내 택배업체는 30여 개 사가 난립해 있었습니다. 이중 ‘빅4’가 전체 시장에 차지한 점유율은 55~60% 가량 됐습니다. 때문에 서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빅4’ 중 어느 한 기업이 단가를 파격적으로 내려 영업을 하면 일시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업계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적이 생명인 대기업 CEO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 ‘빅4’ 가운데 단 한 번도 1위를 해 보지 못한 기업은 없었습니다. 4개 기업 중 어느 기업이 얼마만큼 더 내리느냐에 따라 시장에서의 업계 순위는 몇 번이고 바뀌었으니까요. 이렇게 몇 번이나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단가는 계속 곤두박질 쳤습니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하락세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2010년 들어 업계 내부로부터 자중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영업현장에서의 단가싸움은 오히려 더 치열했습니다. 결국 ‘더 나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 적정한 단가를 받고, 그 이익을 택배기사에게 돌려주겠다’는 업계의 주장은 홍보성 헛구호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시장에 판도가 뒤집어질만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대한통운과 CJ GLS의 합병입니다. 2013년 업계 1, 2위 기업인 대한통운과 CJ GLS가 합병, 현재의 CJ대한통운이 생겨났습니다. 당시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34% 가량이었습니다. 한진택배와 현대택배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1~12%로, 더 이상 CJ대한통운의 경쟁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택배업체 수도 절반 이상 확 줄었습니다. 때문에 단가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진 않더라도 상승곡선은 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CJ대한통운이 출범한지 만 2년이 됐지만, 시장에서의 단가인하현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현재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44%를 넘어서, 사실상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습니다. 합병 2년 만에 시장점유율 10%를 더 가져간 것입니다. CJ대한통운이 저단가영업을 지속한 댓가로 얻어낸 것이지요. 물론, CJ대한통운만 저단가영업을 한 것이 아닙니다. 물량을 뺏기지 않으려면 경쟁업체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 내어줄 순 없을 테니까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장흐름은 택배기사들에게 더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어떤 한 회사의 독과점시장으로 흘러간다면 결국 소비자들도 피해를 떠안게 될 것입니다.

택배기사들은 현재 하루 평균 적게는 100개에서 많게는 200개까지 배송을 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배송과 집하를 반복하는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환경은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1주일에 일요일 하루만 쉬고 6일을 하루 15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건 뭐 거의 사람이 아닌 기계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루 12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택배기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달 평균 벌이가 200만 원이 채 못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노동강도에 비해 수입은 형편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택배기사의 80% 이상이 30~40대입니다. 이는 택배기사들 대다수가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문제는 하루 12~15시간(주 6일 근무) 근무하는 이들의 체력이 언제까지 받쳐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택배기사들은 몸이 곧 재산입니다. 이들은 열심히 배달을 해 일을 한만큼 돈을 가져갑니다. 만약 몸이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수입은 크게 줄기 마련입니다.

이렇듯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들의 근무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택배 물량 1개를 배송해서 얻는 수익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배송수수료가 2년 전 개당 1,000원에서 지금은 700원으로 줄었습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그만큼 많이 배송하면 된다고 배송기사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노동강도가 가장 센 택배업체는 자타공인 CJ대한통운입니다. 이 회사는 택배기사들의 하루평균 배송량이 200개가 넘습니다. 회사측은 배송밀도를 높이면 300개까지도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일시적 물량이 아니라, 매일 꾸준하게 300개 이상 물량을 배송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현 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택배기사들의 체력은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피로가 누적되면 반드시 좋지 않은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CJ대한통운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1인당 노동강도가 가장 센 배송기사들은 CJ대한통운 소속 기사들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CJ대한통운의 지난 1분기(1~3월) 택배 물동량은 2억 1,000만개입니다. 전 분기 대비 무려 23.2%나 오른 수치입니다. 이 기간 시장 증가율 보다 10%나 높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몰아친 저단가영업 전략의 산물인 것입니다. CJ대한통운은 1분기 택배물량만 공개했지 택배부문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어떻게 됐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현 시점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가 향후 1~2년 내에 시장점유율 50%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단가 영업의 힘은 실로 엄청나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뒷짐만 지고 있을까요. 시장은 날로 황폐해 지는데, 정부는 업체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입니다. 지난 3월 중견택배업체인 L사가 CJ대한통운의 저단가영업행위와 관련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업체간 경쟁이니 정부가 관여할 수 없으며, L사는 업계 4위권으로 대기업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인즉슨, 한 기업이 시장을 마음대로 유린하더라도 지들끼리 알아서 할 일이지 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또 언제부터 L사가 대기업 군이었는지 다소 황당할 뿐입니다. 물론, 해당사안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고는 있지만, 국토부가 주무부처임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안일한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 택배시장이 기업 간 경쟁에만 맡겨도 되는 걸까요. 현 시점에서 업계 스스로의 자정능력은 없어 보입니다.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CJ대한통운이 저단가로 시장을 휘젓고 있는 동안 거래처를 잃은 영업소장은 원통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택배기사들은 현재의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밤낮없이 더 많은 물량을 배달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국토부에 강한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택배시장은 곪아가고 있는데,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아닙니다. 수년간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거래처를 늘려왔는데, CJ가 단가를 500원 이상 후려쳐 다 뺏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정말 답답합니다. 정부는 뭘 하고 있답니까.”

국토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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