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M&A로 아시아 시장 장악” VS “있을 수 없는 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이 가입한 디(THE) 얼라이언스가 아닌 2M 가입을 논의하는 현 상황을 놓고 해운업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대다수가 공룡 2대 선사 사이에 끼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일각에서는 2M을 이끄는 머스크가 현대상선과 M&A를 통해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상선이 2M 가입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일부 금융업계와 해운업계에서는 M&A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던 머스크가 현대상선 인수를 목표로 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999년 씨랜드와 사프마린 인수를 통해 미국과 아프리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사프마린을 통해 거의 독점적으로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했던 머스크는 아시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3년전 자회사 MCC를 설립해 동남아항로를 집중 공략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룡 머스크의 MCC가 상황이 녹록했던 것은 아니라고 전해진다. 지난해 P3네트워크 설립 무산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공격적 영업을 펼쳤으나, 그에 비해 실적은 전년도 영업에서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남아 항로의 한 관계자는 “공격적 영업을 펼치긴 했었지만, 실제 항로 운항은 그 전부터 해왔던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아웃 포트 일부였다”며, “말레이시아는 머스크가 말레이시아 정부와 전략적으로 투자했던 항만이 있었기 때문이며 영업력이 확대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도 “아시아 항로에 이미 국영선사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들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된 마당에 후발주자인 MCC가 진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프리카 시장처럼 독점적 구조가 형성되지 않아 아시아 시장에서 고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머스크가 M&A를 통해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현대상선의 M&A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드류리에서도 현대상선의 2M 가입에 대해 ‘머스크와 M&A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업계에서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설상가상 정부가 해운과 조선 구조조정을 위해 마련한 자금 총 11조 원 중 해운업계에 쏟아 부을 돈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현대상선에 대한 M&A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도 현재 정부가 마련한 구조조정 자금이 조선을 지원하기에도 모자라다고 보면서 현대상선 M&A설에 대해 상당부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 현대상선에 안그래도 부족한 자금을 투입해 끌고 가는 것보다 좋은 값에 매각하는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 어찌됐든 구조조정 자금이 부족하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우려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머스크 입장에서 아시아 시장은 굉장히 작은 파이일뿐인데 거액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대상선을 인수해 얻을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같은 예상은 낭설이라는 주장도 많다. 또 국내 사업체에 대한 해외 매각에 대해 정서적 반감을 감내할 정부 관계자도 없을뿐더러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양수산부에서 막아내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해수부는 지난 2013년 국토해양부 시절 산업은행이 팬오션 인수가 어렵게 되면서 영국의 조디악에 매각을 시도하자, 거대 자본과 해외 및 국내 영업력 유출 등을 이유로 산은을 설득시킨 바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고려해운 정도면 모를까 현대상선이 아시아 시장에서 강점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데다 거액의 적자까지 나고 있는데다 아시아 시장 자체가 머스크에서 큰 시장도 아닌데 (머스크가) 미치지 않고서야 인수를 하겠냐”고 반문하고는, “설령 그럴수 있다 하더라도 부산신항을 외국계 기업에 다 넘겨줬다고 비난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상선까지 외국계에 넘기면 그 뒷감당을 할수나 있겠냐”고 주장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M&A를 통해 자사가 구축하지 못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장지배력을 키워왔던 머스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대 점조직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야망이 있어 우리도 처음에 M&A설에 대해 믿기는 했다”며, “그렇지만 지금 현 상황에서 해외 매각에 대한 국민 반감이 큰 상황인데다, 설령 M&A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해수부와 선주협회에서 막아내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운업계에서는 M&A설과 별개로 현대상선이 공룡 얼라이언스인 2M에 승선하는 것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얼라이언스의 주도권이 선복량이 높은 선사가 갖고 있는데, 규모의 차이가 크다면 소형선사 입장에서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은 항로에도 선박을 투입해야하는 등 손실을 감내해야해 장기적으로 현대상선한테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2M 소속 선사와 현대상선 선복량 차이가 꽤 큰데 지금 당장이야 얼라이언스에 가입만 하면 출자전환을 약속받아 어떻게서든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고래사이에 낀 새우꼴 밖에 안된다”며, “밖에서 다들 얼라이언스 좋다고만 하는데 그것은 얼라이언스를 몰라서 하는 소리고, 얼라이언스의 주도권은 선복량이 높은 선사가 쥐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복량이 낮으면 높은 선사한테 끌려다녀야 하는데 본인들이 특정항로에는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아 배를 집어넣고 싶지 않아도 투입을 해야하는 등 감내해야할 부분이 많다”며, “특히, 운항 중에는 해당 항로에서 수익이 나는지 손실이 나는지 해당팀에서도 모를 정도로 어려운 문제인데, 산은에서 잘 판단해서 얼라이언스 가입 여부보다 유익한 방향으로 현대상선을 이끌고 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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