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야단법석입니다. 마치 당장 내일이라도 드론이 날아와 우리 집에 택배상자를 떨어뜨리고 갈 것만 같은 분위기입니다.

조금은 우려스럽습니다. 정부가 어찌 이리도 조급하게 행동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몇몇 업체가 드론택배 시범운행에 성공했다고 하니, 앞뒤 가리지 않고 발표부터 하는 모양새입니다. 마치 “우리도 너희만큼은 할 수 있다”는 식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드론택배서비스 조기 상용화 등을 담은 ‘물류서비스 육성안’을 발표했습니다. 육성안에는 드론택배 상용화를 위해 비행승인과 기체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드론의 범위를 ‘자체 중량 12㎏ 이하’에서 ‘최대 이륙 중량 25㎏ 이하’로 확대했습니다. 25㎏ 이하 소형 드론을 사용한 사업의 자본금 요건도 폐지했습니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드론택배를 내년 상반기 중 시범 운영하고, 오는 2020년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일상적으로 드론으로 택배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밝혔습니다.
이 발표를 기점으로 관련 정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3차원 공간정보 지도인 ‘드론길’을 구축한다고 하더니, 26일에는 아예 최정호 국토부 2차관이 직접 나섰습니다. 최 차관은 한 택배업체의 R&D센터를 찾아 “글로벌기업이 드론 기술과 같은 첨단기술을 물류산업에 도입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의 주도권을 이끌고 있다”며, “우리기업도 물류서비스 혁신을 위한 기술개발 투자를 아낌없이 해달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니 대다수 언론도 춤을 추고 있습니다. 각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드론’이나 ‘택배’를 치면 드론택배 관련 기사가 수백 건이 넘게 검색됩니다. 아주 드물게, 한 두 건 정도 신중해야 한다는 기사도 있지만, 대다수는 아마존, 구글에 뒤처지니 우리도 빨리 따라가자며 정부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2016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택배산업은 드론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현재 분위기라면 택배산업에 드론만 도입된다면 ‘대박’입니다.

-  '드론택배 = 첨단 택배업체'라는 이미지 장사(?)

사실 지난해부터 택배시장에 드론택배 관련 내용이 조금씩 나왔을 때만 해도 그냥 가능성만 타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3개 주요 택배업체 모두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용’일 뿐이라고 판단했으니까요. 그런데 웬걸, 정부가 주도해 드론택배 도입이 본격화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인공지능과 인간 간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구글 딥마인드사의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4대 1로 승리하자, 구글의 주가가 수십조 원 치솟았습니다. 바둑대결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구글의 전략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바둑 몇 판에 자사의 가치가 엄청나게 뛰었으니까요.

구글 딥마인드사는 이러한 글로벌 이벤트를 통해 자사의 인공지능(AI) 개발수준을 증명했습니다. 이러한 AI는 향후 대다수 산업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사실 드론택배도 이벤트를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택배업체는 드론을 이용해 물건을 배달하는 ‘첨단 택배사’라는 타이틀이 필요한 것입니다. 각 택배업체가 드론을 도입하면 어떤 이익을 챙길 수 있는지 아주 기초적인 경제성조차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국내 한 기업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드론택배 안전성 테스트를 시연하다 망신을 당했습니다. 드론이 아예 뜨지도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거꾸러졌기 때문이죠. 쇼를 한 번 하려다 제대로 망신을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드론택배 도입에 목소리를 높이자 해당 택배업체가 국내 선도기업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드론을 띄우지 못했더라도 이미 국내 택배시장에서는 ‘첨단기업’이란 감투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드론택배’의 현실입니다. 현재까지 국내 택배시장에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이 보다 좋은 소재는 없을 것입니다.

- '드론택배 상용화'의 위험성

그렇다면 택배시장의 최대 이슈인 드론택배가 상용화 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절대 안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용화는 일반인들이 모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개념인데, 이는 드론택배에 적용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큽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올해 택배물량은 연간 20억 개를 돌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시장 성장성을 봤을 때, 정부가 상용화 시기로 예상한 2020년에는 대략 연간 26억 개의 물량이 택배로 배송될 것입니다. 26억개의 20%만 드론으로 배달을 한다고 가정하면, 5,200만개의 물량이 드론을 통해 배달이 됩니다. 365일로 나눠 계산하면 매일 14만 2,000개의 화물이 한반도 상공을 떠다니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한 야외행사 중 무게 1.3kg인 드론이 추락해 한 여성의 목뼈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드론이 미국 백악관에 추락하는 소동도 발생하는 등드론으로 인한 크고작은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문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매일 최대 20kg에 달하는 화물 14만개가 하늘을 날아다니게 되는데, 정부나 택배업체가 관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드론은 기본적으로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 지방은 좀 덜하지만, 수도권은 고층 아파트가 일반 주거공간이 된지 오래입니다. 도시가 거미줄 형태로 오밀조밀하게 구성돼 있어 드론을 이용한 배송이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3차원 공간정보 지도인 ‘드론길’을 구축한다고 합니다. 드론길이 구축되면 송전탑, 전신주, 고압선 등 장애물을 미리 인식할 수 있어 드론을 먼 거리까지 안전하게 날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주장을 100% 신뢰해 드론이 여러 장애물들을 피해 배달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십만대의 드론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드론은 테러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테러리스트가 드론에 위험물질을 넣어 배달할 수도 있고, 범죄에도 드론이 이용될 수 있습니다. 해킹을 당한다면 드론은 더욱 위험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 “뭣이 중헌디?”

그럼에도 정부와 극히 제한된 일부 업체는 상용화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돼 정부의 주장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바로 중요한 것이 뭐냐는 겁니다.

문제는 드론택배를 상용화 할 수 있냐, 없냐가 아닙니다. 드론택배가 왜 상용화가 되어야 하며,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다시말해 드론택배가 상용화되면 택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편리하고 행복해 질 수 있냐는 것입니다. 시간과 기술력, 자본력을 투입해 국내에 드론택배가 도입된다면 국민들이 편해지고 혜택을 받아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문제인 기술적인 문제, 안전문제 등이 완벽하게 해결됐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드론이 택배상자를 배달하면 뭐가 좋아지냐는 것입니다.

드론이 사람보다 빨리 배송할 수 있을까요? 드론으로 물건을 받으면 제품이 더 나아 보일까요? 드론이 사람보다 안정감 있게 배달을 할 수 있을까요? 드론이 사람보다 빨리 배달할 수 있을까요? 드론으로 배달하면 택배회사는 이익이 더 많아 질까요? 드론택배가 상용화 되면 인력고용이 늘어날까요? 도대체 이 중에서 드론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AI는 인류를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첨단기술이란 인류의 필요에 의해 개발되고 발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반면, 드론택배는 택배이용자들에게 ‘신기함’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편함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드론택배는 택배서비스의 기본인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가 되지 않습니다. 택배는 배달원이 화물을 이용자의 손에 전달해 준다는 ‘편리성’ 때문에 발전이 돼 왔습니다.

드론택배가 각 가정의 문을 두드려 이용자들에게 화물을 전달해 줄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화물을 아파트 관리실이나 대문 밖에 내려놓고 간다는 것인데, 이러한 방법이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요. 택배기사들이 집에 올라오지도 않고 경비실에 물건을 놓고 갔다는 고객불만사항이 끝도 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경비실에 내려놓고 가는 드론이 효용성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드론 한 대 한 대가 각각의 화물을 경비실에 내려놓고 가는 것 보다, 차라리 택배기사들이 1t 트럭을 이용해 아파트단지 경비실에 화물을 쏟아 놓고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택배산업이 발전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싼 비용으로 내가 사거나 보낸 물건이 빠르고 정확하게 도착하는 것입니다.

드론택배는 아주 특별한 환경에서 특정 화물을 긴급하게 보내거나 받을 때만 사용할 때, 존재의 이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요. 보편화 가능성이 아주 낮은 기술력에 정부가 세금을 쏟아 부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 당국은 요즘 유행이 되고 있는 “뭣이 중헌디?”를 다시 한 번 잘 새겼으면 합니다.

참고로 드론택배 도입 가능성에 대해 제가 만난 택배업계 주요 관계자들은 모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차피 그거 다 쇼(Show)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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