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관리시, 국내 최대선사 사라져 해운산업 타격 불가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늘(26일) 오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한진해운 채권단들은 회사가 전날 제출한 5,0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에 대해 실무협의회를 열어 최종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어제(25일) 기존 자구안에 포함됐던 대한항공 유상증자 4,000억 원과 롱비치터미널 매각 1,000억 원을 마련하고, 추가 필요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을 검토하겠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한바 있다.

당초 채권단에서는 1조 2,000억 원의 자구계획안을 요구했으나, 용선료 협상 진전 및 선박금융 상환 유예 등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을 반영해 최소 7,000억 원의 추가 자구안을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에서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던 조 회장의 사재출연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 정도로 한정, 기대에 못미쳤다는 전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유상증자 4,000억 원 확보는 이야기가 됐던 상황에 추가적으로 롱비치 터미널 매각과 오너의 사재 출연을 포함시켰다고 하는데 채권단에서 원하는 것은 선제적으로 사재 출연을 하고 이후 채권단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추가 자구안에 선제적 사재출연 내용이 없어 당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의 추가 계획안을 받아든 채권단은 고심에 빠진 눈치다. 미흡한 자구안을 받아들여 자율협약을 체결하기에는 명분이 약하고, 법정관리를 보내자니 해운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팬오션과 비슷하지만 상황이 달라 산은에서 상당히 고심을 하는 모양새라 오늘 안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하고는, “과거 팬오션도 자금을 투입해 봤자 해외 용선주들과 외국계 선박금융 상환에 자금이 투입돼 국부유출 논란이 있어 법정관리를 보내 이를 정리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진해운도 비슷한 문제이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보내 정리시키면 좋겠지만, 법정관리를 하게 되면 얼라이언스 퇴출이라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얼라이언스 퇴출이 파산으로 연결되면서 모든 화살이 산은으로 향할텐데 산은 입장에서도 국내 최대 선사를 없앴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업계에서는 채권단과 한진해운간 양보없는 줄다리기의 가장 큰 대안은 조 회장의 사채 출연을 꼽고 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으로부터 이미 사태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한진해운을 넘겨받은 조 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사재 출연으로 어느정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서 최 회장에게 싸이버로지텍이나 해외 물류자회사를 다 떼주고 이미 부실해진 회사를 넘겨받아 사재출연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사재출연만큼 채권단을 달랠 수 있는 카드도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지금까지 채권단에서 법정관리를 보내네 마네 하는 것도 사재출연 압박하려고 그런 것 아니겠냐”고 반문하고는, “한진해운이 겪는 최대 문제인 외국계 선박금융도 다 최 회장 시절에 산은이 경고했던 것들이지만 막연하게 언젠가 뜰 시황을 꿈꾸며 무리한 투자를 강행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 (조 회장 입장에서)억울한 면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채권단에서 어느정도 성의를 보여줬으면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진해운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게 되면 수 많은 직원들이 일터를 잃고 계약돼 있던 화주들도 외국선사로 이탈하는데다, 부산항 역시 타격을 입는 등 경제적 타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좋은 쪽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