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정부 법정관리 압박으로 화주 대거 이탈

- 업계, “화물가액만 15조 원 추정…표류 길어지면 클레임 액수도 커질 것”
- “화주도 문제지만, 중소형 포워더 줄도산 우려”

▲ 한진해운 사태에 반발한 부산시민단체가 7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상경투쟁을 진행했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선박 수십 척이 해상에 표류하거나 하역작업이 중단되면서 묶인 화물가액만 15조 원으로 추정된다.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까지 미국 쇼핑 대목을 앞두고 한진해운의 선박이 묶이면서 머스크나 MSC, 에버그린 등 외국선사들만 운임을 50% 이상 인상하는 등  배를 불리고 있지만, 정부와 채권단이 여전히 모든 책임을 한진그룹에 떠넘기고 있어 관련업계가 답답해하고 있다.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해상에 떠있거나 하역작업 거부 등으로 화주 및 선복교환 선사, 포워더 등의 화물가액만 15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미국 쇼핑 특수 대목을 앞두고 선박이 해상에 묶이면서 국내외 화주들은 피해를 보고 있으나, 정작 동종업계인 글로벌 선사들은 운임을 56% 이상 인상시키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통상 컨테이너선은 3분기에 미국이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대규모 쇼핑 할인에 들어가면서 성수기에 진입한다. 한진해운은 이러한 시기에 해상에 수십 척의 선박이 묶이면서 운임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으며, 그 결과 미주노선을 운항하는 글로벌 선사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2M 가입 직전까지 채권단에서 법정관리행 압박으로 화주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오히려 별다른 이익은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정부와 채권단의 무지에 따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국 외국선사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어 비판을 받는 것.

해운업계 관계자는 “어느 하나 죽으라고 덤벼든 머스크의 전략에 결국 우리나라 선사인 한진해운이 쓰러졌다”며, “이렇게 되면 남은 현대상선이라도 혜택을 봐야 하는데 2M 가입 직전까지 채권단과 정부, 하다못해 부총리까지 나서서 법정관리를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했으니 화주들이 남아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큰 해운사가 무너진 적이 한 번도 없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며, “결국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이익은 외국 선사들만 보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수출업체들에 전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2일 한진해운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의 하역작업 재개를 위해 부산항만공사(BPA)측에서 지급보증에 나서면서 해상에 떠있는 한진해운 선박들이 부산항에 입항하면서 물량을 처리하는 한진터미널도 포화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BPA에 따르면, 8일 오전 10시 기준 한진터미널의 장치율 85.87%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터미널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보는 장치율은 70~80%인데 이를 넘어서면서 하역작업조차 원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신항 한 관계자는 “한진터미널이 현재 작업 중단으로 대기하고 있던 선박 하역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배들 조차 일단 하역작업이 가능한 부산신항으로 오고 있어 한진터미널 이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며, “BPA에서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 다른 신항 터미널들에게 터미널 장치율이 넘쳐 처리를 못하게 되면 처리를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돈도 못받을 상황에서 어떤 터미널이 이를 받아주겠냐”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표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화물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발생할 클레임이다. 화주들은 보험사에 클레임을 청구해 비용을 받아내더라도 보험사에서 반대로 한진해운이나 포워더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포워더 업계 특성상 영세한 업체들이 많아 해당 손해배상이 청구될 경우 파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상가상 부산에서도 한진해운에 부식을 제공하는 업체들이나 물을 공급하는(청수) 업체, 고박(라싱)업체들까지도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화물 물품가액 피해, 화주들 피해 이러한 것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며, “화물이 묶이는 일수가 장기화될수록 화주들은 보험사에 클레임을 걸텐데 보험사에서 한진해운이나 한진해운과 계약한 포워더들에게 해당 클레임 액수를 청구하는 소송을 걸게 되면 피해액수는 어마어마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뜩이나 한진해운에 돈도 못받을텐데 국내 포워더들이 대부분 영세해 손해배상액수를 내놓기 힘들게 되면서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고는, “고박업체들도 6억 원을 못받아 힘들어 하고 있는데 선박에 식자재 등 부식을 제공하거나, 하다 못해 청수업체는 2,000만 원을 못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1주일이 넘어가면서 피해가 속출함에도 여전히 한진그룹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는 정부와 채권단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다른 항만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넘어가면서 국내 수출업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지만, 부대 산업체들과 미국 화주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 국제 망신을 사서 하고 있다”며,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에 오너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오너가 사재출연을 하겠다고 나섰으면 정부나 채권단도 사태수습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채권단이 아직까지도 정신 못차리고 있다”며, “관련 부처 장관들이 종일 모여 회의를 한다고 기사가 나오는데 대책이 안나오는 것을 보면 그냥 쇼(show)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운업체 관계자도 “한진해운의 반사이익으로 흥아해운이 수혜를 봤다는데 한진해운이 동남아에서 얼마나 한다고 흥아가 수혜를 보냐”고 반문하고는, “저런 엉터리 보고서가 나오니 정부나 채권단이 안심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나 채권단에서 국적선사 한 곳이 저렇게 되면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다른 국적선사에서도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이미 대한해운과 팬오션을 통해 경험하지 않았냐”며, “그럼에도 아직도 이게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수수방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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