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1.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항하던 원양노선에 현대상선의 대체선박 투입이 어려워지자, 해양수산부는 외국선사들에 긴급히 협조 요청을 했다. 결국 세계 최대선사인 머스크가 포함된 2M이 이 항로를 운항하게 됐다.

#2. 국내 최대 수출입관문인 부산항에 한진해운 선박이 일시적으로 몰려들면서, 기존 처리 부두인 한진해운신항만의 장치율이 85%를 넘어섰다. 몰려드는 화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추가 선석이 필요하지만, 기존 한진터미널을 제외하고선 나머지 4개 터미널 모두 외국계 기업이 대주주인 탓에 야드가 여유가 있음에도 처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부가 해운 및 항만정책을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기업과 논의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해수부는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항하던 원양항로의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외국선사에 도움을 요청했다. 국내 유일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은 제몸 가누기도 어렵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외국선사에 머리를 숙여 대체 선박을 투입했다.

머스크와 MSC가 속한 해운얼라이언스인 2M은 대한민국 정부의 부탁 속에 당당하게 한진해운이 수십년간 키워 온 노선을 가져갔다. 명백한 국부유출이지만, 안타까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2M의 대체선박 투입을 정책적 성과라고 칭하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한진해운 직원들은 자신들이 지켜온 노선을 하루아침에 도둑맞는 셈이지만, 아프다고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한다.

현재, 법원과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맞서며 어떻게 해서든 한진해운을 회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해수부가 나서 한진해운의 주요 인프라인 단독 노선을 외국적 선사에 넘겨주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업계에서는 과거 국토해양부 시절 해운항만정책이 소외된다는 명분하에 부활한 해수부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회생할지 파산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과 맞서면서까지 법원과 한진해운측이 회생을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얼마 남지 않은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단독 항로는 현대상선에는 고작 1개, 나머지 4개는 한진해운을 이 상태로 몰아넣은 2M에 내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항만정책이 소외된다면서 부산시를 등에 업고 부활한 해수부가 매국노도 아니고 외국선사 좋은 짓만 골라서 할 수 있냐”고 언성을 높이고는, “법정관리까지 못 가게 막질 못했으면 이제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지, 외국적선사 밥그릇 챙겨주는 해수부는 정녕 어느 나라 정부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커다란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국내 해운정책이 외국선사에 끌려다닐수 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하나 남은 원양선사인 현대상선도 현재로서는 제 앞 길을 가눌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하다. 때문에 앞으로 해수부는 외국계 선사들과 국내 해운정책을 논할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국내 선사가 아닌 외국선사가 해수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절대 그럴리 없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질일 뿐이다.

이는 최근 부산신항에서 벌어진 일련의 행위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여파로 일시적으로 한진해운 선박이 몰리면서 한진해운터미널의 장치율이 수용가능 수준인 80%를 넘어서자, 부산항만공사가 비상에 돌입했다. BPA는 부랴부랴 대체 선석을 찾기 위해 4개 터미널에 한진해운 선박을 받아달라고 부탁했지만, BNCT를 제외한 3개 터미널에서 돌아온 대답은 “장치장에 여유가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그나마 협조를 표명했던 BNCT도 담당이사가 협조를 표명한 정도였다.

정말 장치장에 여유가 없었을까. 본지 확인 결과, 신항의 BNCT를 제외한 3개 터미널 장치율은 PNIT가 70%, 현대부산신항만 55%, PNC가 62% 수준으로 PNIT외에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만업체라고 해도 자금 지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하역을 해줄까 말까 하지만, 정부가 압박하면 어쩔수 없이 해줬을 것”이라며, “외국계 기업들이 뭐가 아쉬워서 돈 떼일지도 모르는데 한진해운 선박의 하역작업을 해주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해수부가 우리나라 앞마당을 외국기업에 다 내주고도 잘못한 줄도 창피한 줄도 모르더니, 결국 이 꼴을 보는 것 아니냐”며, “그럼에도 환적물량이 이탈할 것을 우려해 내놓은 대책이 부산과 광양에 기항하면 기존보다 인센티브를 더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선사들 배만 불려 주는 것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수출입 비중의 63%를 차지하는 부산신항은 한진해운터미널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계기업이 장악했다. 이제는 해운부문도 정부가 외국선사에 부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기업들에 수출입관문을 다 내주고서 '무역이 나라의 기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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