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현대상선에 한진 알짜자산 인수자금 대거 지원키로

 

- 업계, “정부 지급보증으로 지금이라도 한진을 살려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국정을 농락한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인수하는데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지원키로 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미주노선과 미국 롱비치터미널,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등의 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거액의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이 현대증권을 매각하고 받은 현금 1조 2,500억 원 중 지속적인 적자로 현재 2,000억 원 가량밖에 남아있지 않은 현 시점에서 산은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현대상선에 수 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해주겠다는 것이다. 불과 3개월 전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한 자금 3,000억 원을 지원하지 않고 법정관리로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파격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금액이 1조 넘긴했지만 증권 매각에 따른 브릿지론 금액을 산은에 갚고 8,000~9,000억 원 가량이 남았는데, 매달 1,000억 가까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금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며, “현대상선이 국내 유일의 원양컨테이너선사가 될 전망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산은이 한진해운 자산인수 자금을 현대에 장기적으로 대출해 주지 않겠냐”고 전했다.

정부는 최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원양선사 육성에 6조 5,0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실상 하나 남은 현대상선에 해당 자금 대부분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는 산은의 이같은 현대상선 육성정책(?) 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고작 3,000억 원 때문에 세계 7위선사는 문을 닫게 했으면서 10위권 밖 선사를 수 조원을 투입해 세계 5위를 만들겠다는 무식한 발상은 누구머리에서 나왔는지 궁금하다”며, “컨테이너선 주력 선사도 아닌 현대상선을 세계 5위 선사로 만들거면 뭐하러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보낸거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선박만 확보하면 영업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는지 한진해운이 보유한 유수의 화주들이 현대상선에 완벽하게 흡수되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현대상선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는 국적선사 필요없다고 현대상선도 버리는거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일본과 대만이 국적선사를 합치는 논의를 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 정부는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을 전후해 정부의 방침들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는데, 업계 안팎으로는 최순실 씨가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이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보고서에서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한진해운이 더 낫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음에도 불구, 정부는 한진이 아닌 현대상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미르재단 출연금 문제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사퇴 배경에 외압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한진해운 사태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이해못할 상황부터 자율협약 체결, 그리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까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최순실 씨를 대입하면 퍼즐이 맞춰진다”며, “최순실 씨가 개입해 국내 1위 원양선사를 망가트린거라면 해운업계에서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 해운업체 관계자도 “비선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이 지난 2013년 현대증권 노조에서 현대그룹 비선경영에 황 모씨가 지목되면서였고, 이후 황 씨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법인들에 대한 불법 지원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음에도 무혐의로 풀려나서 현대그룹 계열사들 조차 이해를 못했었다”며, “당시 비선경영에서 황 씨가 그룹 계열사 임원들을 본인 회사로 불러 그룹의 상황을 논의하고 대표나 임원을 본인이 지목했던 그런 상황이 지금 최순실 씨 상황과 매우 닮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현대상선을 택한 결정적 이유가 현대증권 매각금액인데, 당초 6,500억 원짜리가 어떻게 반년만에 두배 가까운 1조 2,500억 원이되는 기적을 보여주고, 정식 얼라이언스에 가입도 안한 현대상선에게 자금지원을 약속한 것 등 이해가 안된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한진그룹의 미르재단 출연 문제 의혹이 제기되고 조 회장의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사퇴 배경에 대한 외압을 시인하면서 한진해운 법정관리 배경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배경에 최순실 씨가 개입한 의혹이 커지면서 지금이라도 정부지급보증을 통해 한진해운을 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례없이 한진해운이 수십년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신뢰도가 전문가도 아닌 인물의 판단에 의존하는 등 국가 자체의 문제로 파산위기에 직면했다는 현 상황을 화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순실 씨가 법정관리에 개입을 했든 하지 않았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만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보고있는 상황에서 산은 내부에서까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후회하는 분위기라고 한다”며, “지금이라도 국가가 지급보증을 해주고 미주노선이나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작업을 중단시킨다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진해운이 화주들에게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겠지만 현재 국가가 특수한 상황에서 피해를 본 상황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영업력을 회복할 수 있지 않겠냐”며, “설령 한진해운 이름을 다시 쓸 수 없다고 한다면 신규 법인을 만들어 해당 자산과 인력을 이전하는 방법도 있는 등 한진해운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도 “정권이 바뀌거나 추후라도 최순실 씨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가적으로도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도 두고두고 씻을 수 없는 망신거리가 될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더 큰 망신을 당하기 전에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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