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조합의 실추된 이미지를 제고하고, 대외 공신력 및 신뢰를 회복시킬 것이다.”

지난 7월 취임한 이기범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의 일성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2년여 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던 해운조합에 이 이사장은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다. 검사 출신인 그가 전문성은 부족하더라도 조직 내부의 개혁만큼은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개월 후, 그가 조합 이사장으로서 처음 내놓은 정책의 중심은 측근 챙기기였다. 자신의 당선을 도운 A씨를 부산지역본부장으로 앉히기 위해 이 이사장은 취임 후 곧바로 조직한 ‘조합혁신기획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획단은 약 3개월 동안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두 가지 큰 틀을 마련했다. 첫 번째가 부산지역본부장 신설이고, 두 번째가 경영본부 산하의 기획조정실을 이사장 직속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본지가 보도했다시피 이미 부산지역본부장 신설에 대해서는 조합 내부에서 상당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기조실을 이사장 직속으로 전환하는 문제도 슬쩍 넘어가긴 어려울 것 같다. 경영본부 내 핵심부서인 기조실이 빠져 나가면 경영본부는 ‘팥소 없는 찐빵’과 같아진다. 차기 경영본부장은 해수부 출신 인사로 사실상 낙점돼 있는데, 해수부가 명분밖에 없는 자리에 사람을 보내는 것도 우스운 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획단의 수장은 기조실장이 맡고 있다. 현 기조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검찰 수사에서 배임수재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벌금형을 받고 풀려난 B씨다. B씨는 당시에도 기조실장이었다. 이러한 경력의 B씨는 이 이사장 취임과 동시에 지방출장소에서 2년 만에 해운조합 본부 기조실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조합 내부사정에 어두운 이 이사장은 B씨에게 구조조정과 관련된 전권을 쥐어 줬으며, 그는 이 권한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단순히 B씨의 과거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그가 3개월이란 시간에 걸쳐 내놓은 개혁안은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개혁안은 부산본부장을 신설해 이 이사장의 측근인 A씨를 앉히고, B씨 본인이 수장으로 있는 기조실을 이사장 직속으로 전환함으로써 경영본부장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는 24일로 예정된 부산본부장 선출을 앞두고 A씨는 후보등록을 마쳤다.

조합 홈페이지 조직도에도 이미 기조실은 이사장 직속으로 전환돼 있다. 조직이 이렇게 바뀌면 B씨의 권한은 사실상 경영본부장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어떤 이는 “B씨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개혁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의 폐쇄된 조합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혁신이라고 내놓았지만, 아무도 이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

현재 조합은 ‘개혁’이라는 명분하에 그들이 원하는 그들만의 조합을 만들어 가고 있는 듯 하다. 회원사를 위한 조합이 아니라 몇몇 사람의 자리보존과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것이 이 이사장이 주장해온 개혁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다만, 조합은 농협과 같이 별도의 조합법을 통해 운영되는 조직으로 반드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감사 권한은 해수부에 있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라도 눈을 치켜떠야 한다.

최순실게이트가 나라를 휩쓸고 있고,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은 다시금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의 상흔이 여전한 현 시점에서 작성된 조합의 개혁안에는 그들의 욕심만이 똬리를 틀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1,1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거대 조직이다. 해수부가 눈을 감는 순간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해수부가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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