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당 50~60만 원 책정…‘컨’ 리스사 강력 반발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산신항 터미널사들이 한진해운 컨테이너 리스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리스 컨테이너 반출 합의를 마친 가운데, 유독 ‘외국계 터미널’사인 BNCT만 과도한 반출비용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BNCT는 컨테이너 리스사들에게 타 터미널대비 반출비용을 2배 이상 요구하고는, 미수용시 이후 발생하는 터미널내 비용까지 모조리 청구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한진해운 컨테이너 리스사 및 항만업계에 따르면, 부산신항 터미널사들이 개별적으로 한진해운 ‘컨’리스사들과 공 ‘컨’ 반출협상을 마무리했지만, BNCT측만 현재까지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BNCT는 ‘컨’리스사들에게 박스당 50~60만 원을 요구하면서 지난 9일까지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이후 터미널내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모두 청구할 계획임을 일방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진해운에 리스해 준 ‘컨’리스사들은 총 13개사로, 이들 리스사들은 대부분 BNCT를 제외한 부산신항 터미널사들과 박스당 20~25만 원 가량으로 합의를 보고 반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 법정관리에 들어간 선사에 ‘컨’ 박스를 리스해 준 ‘컨’ 리스사들은 터미널내에 묶인 자사의 ‘컨’ 박스를 돌려받기 위해서 터미널사에 박스당 가격으로 합의를 보고 되돌려 받는다.

법정관리 개시 이전에 터미널에 반입된 박스는 회생채권으로, 개시 이후에 반입된 박스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리스사들은 개별 박스마다 일일이 채권별로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되도록이면 빨리 박스를 돌려 받으려 하기 때문에 터미널사가 비용을 따져 양사 합의하에 일명 랜섬차지(Ransom charge)를 내고 박스를 찾아간다.

한 터미널 관계자는 “법정관리 후 박스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일단 터미널에 있어 리스사들이나 터미널사에서 개별적으로 접촉해 양사 합의하에 가격을 협상해 박스를 반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터미널들은 하역요율이나 이런저런 운영비용 등을 따져 가격을 책정하고 우리 역시 한진해운 박스에 대해 리스사들과 랜섬차지에 대한 합의를 보고 반출해 줬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터미널사에 랜섬차지를 내고 박스를 되돌려 받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국내 터미널 중 유일하게 BNCT만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개시 이후인 9월 1일부터 리스사들이 터미널사들과 박스를 찾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던 점을 미뤄본다면 3달이 넘도록 아무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리스사들에게 찾아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부산항만공사(BPA)의 주장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한 리스사 관계자는 “다른 터미널사들은 물론, 하다 못해 국내 타 항만까지도 ‘컨’ 반출에 대한 합의가 다 끝났는데 유독 BNCT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며, “9일까지 박스당 50~60만 원가량의 가격을 수용하지 못하면 이후 발생하는 터미널 내의 비용까지 모조리 청구하겠다고 통보를 하고, 지금까지 어떠한 말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BPA측은 본인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노력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여태 아무런 진전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는, “어느 정도 수준의 가격이어야지 타 터미널하고 2~3배 차이가 나는데 어떤 리스사가 수긍을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리스사 관계자는 “리스사 입장에서는 박스 중 사용기한이 10년이 넘으면 폐기처분을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다, 박스가 법정관리 개시 이전과 이후에 따라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으로 분류되는 등 여러모로 복잡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랜섬차지를 내고 박스를 찾아가고 타 터미널사들과 무리없이 가격을 협의했는데, 유독 BNCT만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고 있어 황당하다”고 전했다.

리스사와 업계에서는 BNCT와의 랜섬차지에 대한 합의가 더딘 이유로 BNCT측의 터미널 야드가 여유가 많은데다 하역요율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부산신항 터미널사들의 대부분 장치율은 60~70%정도이지만 BNCT는 한진해운 박스가 1,300여개나 있는 19일까지도 장치율이 50.9%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터미널 관계자는 “BNCT는 요율이 비싸 부산신항 터미널사들 중 장사가 잘 안되는 편이어서 야드가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다”며, “타 터미널들은 한진해운 박스가 몰려와 영업에 방해되니 하루라도 빨리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BNCT는 장치장이 남아도는데다 요율이 비싸다는 명목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해 배짱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BNCT측은 리스사들과 커뮤니케이션측면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조만간 만나 합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BNCT 관계자는 “(랜섬차지에 대해서) 터미널마다 산정방식이 다르다”며,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로 조만간 임대사들과 만나 설명을 해 드릴 예정이다.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면 곧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BNCT의 이같은 설명과는 달리 리스사들은 양사가 서로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에 협의가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진해운 ‘컨’ 리스사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한진해운 박스가 묶이면서 선사들이 박스가 부족한 실정이라 서로 유리한 조건으로 박스를 빌려가고 있는데다 다른 국가 항만에도 한진해운 박스가 묶여있는 실정에 BNCT에 몇 개나 있다고 그돈을 내고 찾아가겠냐”고 반문하고는, “BNCT도 야드도 남아돌고 요율도 비싸고 하니 배짱부리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로서도 박스를 당장 못 찾는다 해도 아쉬울 것도 없고 장기전으로 가도 상관없는데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13개의 한진해운 ‘컨’ 리스사들이 공동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BNCT에 지분율 9%를 보유하고 있는 BPA가 한진해운 박스 반출 협상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추후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BPA의 신항 터미널 지분율을 순차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북항문제나 신항 지분투자 문제 등 BPA가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리스사들의 박스 반출문제도 여전하다”며, “그나마 부산신항에서 유일하게 BPA가 9%의 지분을 갖고 있음에도 BPA의 의견이 하나도 관철되지 못하는 것은 BNCT가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어 “BPA가 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이나 방향 등은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많지만, 적어도 항만에 대한 주도권은 정부측을 대리하는 BPA가 잡고 가야한다”며, “이런 상황이 앞으로 또 어디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BPA가 매물로 나온 PNC 지분을 시작으로 신항 지분을 매입해 주도권을 잡고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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