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본부내 유일 임원인 사업본부장 책임 커”

-조합법 바뀌었지만 정관은 예전 그대로…혼란 가중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이기범 전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이 전격 사퇴한 것과 관련, 조합 내부 주요 임직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기범 전 이사장은 이달 초 해양수산부가 감사에 착수하자 지난 13일 전격 사퇴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전 이사장의 개인적 문제를 두고 해수부에 민원이 제기돼 감사로 이어졌다는 것.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주요 배경은 해수부와의 ‘소통부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조합 본부에서 유일한 임원인 사업본부장(현 이사장 직무대행)과 구조조정을 지휘한 기획조정실장 등 두 사람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본지 취재 결과, 해수부는 조합이 정관개정을 뒤늦게 요청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으며, 이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 전 이사장의 개인적 일탈이 담긴 민원이 해수부로 접수됐다. 이에 그동안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시선이 차가웠던 해수부가 곧바로 감사에 착수해 이사장을 솎아 낸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의 시초는 개정 조합법 시행 이전에 조합측이 해수부에 정관 변경을 요청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개정 조합법은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개정법 이전에 해운조합의 정관을 먼저 변경해야 함에도 불구, 조합측이 늑장을 부려 아직도 해수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사회의 의장은 개정조합법에 따라 이사장이 맡아야 하지만, 조합의 현 정관에서는 회장이 의장을 맡는 것으로 돼 있어 혼란이 불가피해 졌다.

지난 7월 취임한 이 전 이사장은 취임직후 법 개정에 따른 정관개정 문제를 가장 먼저 선결했어야 함에도 불구, 이를 등한시 한 채 조직개편에만 몰두하면서 해수부에 정관개정 승인을 요청하는 시기를 넘겨버린 것이다.

당시 정관개정은 법 시행 하루전인 11월 29일 급하게 총회를 열어 의결했으며, 이후 1주일이 지난 12월 5일 해수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데, 조합 내부 정관은 개정되지 않은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급기야 해수부는 정관 개정안이 접수된 다음날인 6일, 이 전 이사장을 세종청사로 불러들였고, 이 자리에서 이 전 이사장은 호되게 망신을 당했다는 후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에서 아무런 말을 안 하는데 어떤 대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정관개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겠느냐”며, “법 시행일에 맞추려면 늦어도 한 달 전에는 총회를 열고 해수부로부터 정관개정 승인을 받았어야 했는데, 법 시행 후에 이를 해수부에 가져다주니 누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조합측의 업무처리를 비판했다.

이어 “조합에서는 대의원들이 너무 바빠 총회 일정을 맞추지 못해 늦어졌다고 해수부에 해명한 모양이던데, 이사장 취임 후 5개월이나 되는 시간동안 대의원들의 일정 조율이 안 됐다는 것이 말이나 되냐”고 반문하고는, “조직개편을 한답시고 정작 가장 중요한 정관개정을 못 챙겼는데 해수부에서 화가 안 나겠냐”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사장이 사퇴한 초유의 사태를 두고 비전문가인 이사장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보좌해야 할 A상무의 역할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A씨는 본부내 유일한 임원으로 비록 사업본부장이지만, 경영본부장 대행업무까지 총괄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A상무가 이사장에게 해수부나 조합원과의 관계를 해소시키는데 역할을 해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상무는 세월호 사태이후 2년여 동안 이사장 부재에 따른 조합의 문제를 누구보다 경험했던 인물임에도 불구, 조합업무를 잘 모르는 이 전 이사장과 해수부와의 가교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해운조합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선출된 A상무는 그동안 이사장 공석에 따른 조합의 문제점을 역설하면서 이사장을 빨리 선출시켜 달라고 대의원들에게 요구했던 인물이라, 누구보다도 이사장 공백에 대해 몸소 체험한 인물 아니냐”며, “한 상무(전 경영본부장) 퇴임 이후 본부의 유일한 상근임원인 A상무가 이사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좌해야 하는데,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하고 다녔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한때 A상무가 일부 대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이사장이 본인 말을 안 들어준다고 하소연하고 다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사장이 조합 내부의 유일한 임원을 못 믿을 정도로 A상무가 이사장의 신임을 못 받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냐”며, “이사장이 믿지 못할 정도로 A상무가 못미더웠던 모양인데, 이런 인물한테 조합의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긴다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이사장이 조합원이나 해수부와의 소통이 안 되면 문제가 커진다는 것은 A상무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개정법 시행 전에 정관변경안을 승인받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기조실장의 책임도 있겠지만, 누구보다 A상무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이사장 취임 이후 기획조정실장으로 복귀한 B씨에 대해서도 책임이 엄중하다는 전언이다. B실장은 조합기획혁신단장을 겸직하면서 조합 개혁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B실장이 이번에 복귀하기 이전에도 기조실장을 맡아왔고 이전에도 기조실에서 여러 차례 근무했었기 때문에 정관개정안 승인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인물임에도 조직개편에만 급급해 정관개정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조합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B실장은 기조실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왔고 세월호 사고까지도 기조실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정관개정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인물임에도 조직개편하느라 정신이 없어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면서, “얼마나 대단한 조직개편을 해 놓았은지 모르겠지만, 정작 일선으로 처리해야 할 정관개정 시기를 놓쳐 이사장 사퇴로까지 이어지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조합의 주요 임직원인 A상무와 B실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책임을 물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운조합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서 내부에서 A상무와 B실장이 이사장을 잘 보필했어야 했음에도 서로 견제하고 다른 짓을 하다 이 지경까지 온 것 아니냐”며, “이번 사태로 조합 주요 인물들 간 알력 다툼과 인사문제 등 전반에 걸쳐 문제가 드러난 만큼, 어물쩡 넘어갈 것이 아니라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사장을 잘 보좌해야 할 사람들이 서로 다른데 정신이 팔려 결국 이사장이 사퇴하는 지경까지 왔는데도 책임이 있는 두 사람(A상무, B실장) 중 한 명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두 사람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바뀐다고 해도 또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이사장 사퇴와 관련, 이 전 이사장 당선 당시부터 고까운 시선을 보내왔던 해수부가 이번 참에 일을 크게 벌여 이사장만 찍어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어, 이번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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