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 자격 바뀐 법 시행됐지만 정관 개정은 못해

- 해수부 유권해석 없이 이사회 의장 이사장이 맡아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해운조합이 개정된 조합법(이하 개정법)이 시행된 후 개최한 두 차례의 이사회는 물론, 어제(27일) 개최된 총회도 무효라는 논란이 일고 있어 집행부에 대한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법과 정관이 불일치한 부분에 대해 최소한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 유권해석을 받고 이사회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그 어떤 고민도 없이 버젓이 이사회를 진행해 조합 집행부의 책임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해운조합은 지난 11월 30일 개정법이 시행됐지만, 개정법 시행 전까지 조합 정관이 개정되지 않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개정법에는 이사회의 의장이 이사장으로 돼 있지만, 조합 정관에는 회장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정관을 개정하지 않으면 법 시행 이후 원칙적으로 이사회를 열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해운조합은 지난 9일 이사회에 이어 지난주에는 서면으로 이사회를 개최했으며, 27일에는 총회까지 열어 2016년도 결산과 2017년도 예산 및 정관 수정사항 등을 통과시켰다. 9일 이사회는 사퇴한 이기범 씨가, 서면 이사회에서는 이사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장수익 사업본부장이 각각 의장 자격으로 안건을 의결 및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조합의 한 회원사 관계자는 “이사회는 해운조합 예산 의결과 해수부에서 고쳐오라고 지적한 정관개정 변경안을 총회에 올리기 위해 개최됐으며, 이사회에서 의결된 내용은 총회에서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두 차례의 이사회와 27일 열린 총회가 모두 무효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먼저 이사회의 의장 자격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함에도 불구, 아무런 논의없이 이사회 의장을 이사장 주도로 개최해 진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된 조합법의 주요 핵심사항도 이사회 의장을 기존 회장에서 이사장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정관은 법 시행 이전에 무조건 개정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이사회의 의장을 회장과 이사장 둘 중 누가 맡아도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조합은 이사회를 두 차례나 진행해 의결사항을 통과시킨데 이어, 총회까지 열어 이사회에서 통과된 내용들을 의결했다.

해운조합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정관과 법이 맞지 않으면 이사회 자체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때문에 이미 진행된 이사회는 무효다”고 주장했다.

업계나 전문가들은 정관과 법이 불일치하다면 해운조합은 이사회를 개최할 수 없으며, 불가피하게 이사회를 개최해야 한다면 사전에 상위부처인 해수부의 정확한 유권해석을 서면으로 받아놓고 이사회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는 해수부나 법제처에 유권해석에 대해 의뢰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분야 전문가는 “법과 정관이 상이하면 주무부처인 해수부나 또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사전에 받고 이사회를 진행했어야 했다”며, “이는 추후 이사회 의결사항이 상위부처인 해수부에서 규정위반이라고 거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에서도 이사들 간 대립으로 인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서 상위부처에 유권해석을 받아놓지 않으면 책임자 문책의 소지가 있어 집행부가 해수부에 당연히 유권해석을 받았어야 한다”며, “특히, 다른 회원들이나 해수부에서도 이의제기를 하면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담당자가 책임지지 않으려면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은 정관개정건으로 해수부에 여러 차례 직접 방문하고 수시로 연락을 취했으면서도, 정관과 법이 상이한 상황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는 문제에 대해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

특히, 이기범 이사장 사퇴 이후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장수익 본부장은 이 문제를 뒤늦게라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서면 이사회를 소집해 안건을 의결한 것은 매우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일부 회원사 관계자는 본지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총회 당시 해명을 요구했지만, 집행부측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여러 문제가 있어 정관 개정안은 최근 반려시켜 다시 고쳐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사전에 유권해석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조합측으로부터 그런 문의는 한 번도 없었으며, (이사회 의장 자격 문제에 대해서는)전례를 참조해봐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업계나 관련 전문가는 이번 비정상적 이사회 소집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분야 전문가는 “어떠한 조직이 법과 정관이 따로 놀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해석도 없이 이사회를 진행하느냐”고 반문하고는, “개정 조합법의 핵심이 이사회 의장 자격인데,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더욱 신경을 써서 챙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해운조합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도 “이번 이사회 의장 논란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낼 사항이 아닌 만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수 십년 전통의 해운조합을 한 순간에 법도 정관도 무시하는 이상한 조직을 만들어 버린 만큼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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