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지난 67년 동안 우리나라 선박산업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해 온 한국해운조합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사장이 사퇴하고 급기야 회장이 조합의 관리감독부처인 해양수산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조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용섭 조합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수부의 인사개입 문제를 거론함과 동시에 이기범 전 이사장의 사퇴 이유에 대해 해수부의 찍어내기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겉으로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해수부는 이기범 전 이사장의 비위내용이 담긴 민원이 접수되자 지난해 12월 8일께 전격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착수 나흘 만에 이 전 이사장은 자진사퇴했고, 해수부의 감사는 마무리 됐다. 이후 이사장의 사퇴가 조합 내부 알력다툼 때문이라는 의혹과 함께, 지난해 11월말 개정조합법이 시행됐음에도 이전에 조합이 정관을 바꾸지 못한 이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거졌다.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가 조합 내부로 향하자, 이 회장은 올 초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해수부를 비판했다.

때문에 이 회장이 해수부를 공개 비판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해수부로부터 (앞으로)해운조합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해수부 추천 인사는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 해수부 관계자는 “인사문제와 관련해 조합측으로부터 그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문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때문에 이 회장은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았다면 해수부의 누구로부터 어떻게 전달받았는지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 전 이사장이 물러나기에는 개인적 일탈행위가 사소했다고 언급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쏟아낸 발언은 일부분 옳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해수부는 그 어떠한 이유에서든 조합 인사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회장의 주장대로 해수부가 ‘이제는 더 이상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줬다면 문제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해수부가 조합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합의 인사는 임원에 대한 인사와 직원에 대한 인사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임원은 해수부 퇴직 인사라 해도 대의원 투표를 거쳐야만 당선되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문제는 실장급 및 팀장급 인사인데, 직원 인사에 해수부가 ‘누구를 내보내고 누구를 앉히라’고 지시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와 관련,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부가 산하단체 인사에 개입을 할 수도 없고,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사개입 논란 외에 이 전 이사장의 사퇴배경을 두고 해수부측의 찍어내기를 의심한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이 전 이사장이 자진 사퇴한 이유에 의혹이 있었다면 우선 내부적으로 조사를 한 다음에 의심을 해도 늦지 않는다. 하지만, 조합측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업계에서는 이 전 이사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내부 알력다툼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전 이사장이 사퇴함으로써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쯤은 고민해 봤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해수부의 감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조합은 지난 67년 동안 외부로부터 너무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말로만 개혁을 외쳤지,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보여주기식’으로 영입한 외부인사 중 대다수는 수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선박의 안전조치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 그저 말로만 개혁을 외쳤을 뿐이다.

이번 조합의 위기는 어떻게 보면 기회라 할 수 있다. 이번 참에 썩은 부위는 과감히 도려내야 하고,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자체적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역부족인 것 같아 안타깝다. 스스로 메스를 대지 못한다면 외부에서 관여를 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해수부는 인사개입 논란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산하 단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관리감독이라는 본연의 업무만 제대로 하면 된다. 해수부는 정기감사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특별감사도 적극 활용해 산하단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합은 오는 3월 정기감사가 예정돼 있다. 이번 감사는 해수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는지,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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