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일부업체 시스템 조작 비일비재”우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지난해 7월부터 전면시행되고 있는 컨테이너 운임공표제가 효과측면에서 그다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운임이 일부분 인상됐지만, 통제기능 미비로 ‘반짝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면시행 8개월째를 맞는 운임공표제가 일부 운임 상승 효과는 있었음에도 여전히 다수의 선사들이 ‘성공 안착’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해수부가 도입 초부터 예고했던 연말 실질조사가 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뒷전으로 밀려 진행되지 않아 일부 선사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풀렸다는 평이다. 실제 선사들이 체감한 운임공표제 효과도 한진해운 사태 직후인 10월까지로 추측하고 있다.

A 해운업체 관계자는 “초반에는 해수부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여 효과가 있었지만, 한진해운 사태로 뒷전으로 밀렸던 것 같다”며, “선사들끼리도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직후인 지난해 10월까지 상승 효과를 봤고 이후는 그저 그렇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해수부는 한진해운 사태와는 별개로 제도가 시행되면서 초반 인상폭에 비해 차츰 체감 인상폭이 줄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운임공표제 도입 초반에는 제로운임이나 마이너스 운임을 받던 동남아나 중국 항로에서 단 1달러라도 운임을 받게되니 운임인상 체감률이 높았을 것”이라며, “이후 상승폭이 미미했던 것은 한진해운 사태때문이라기 보다는 제도 도입 2~3달이 지나면서 차츰 인상폭이 이전만큼 와닿지 않기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제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운임공표를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서 감독하지만 큰 영향이 없는데다, 12월 예고됐던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일부 선사들 사이에서도 시스템 조작이 하루이틀 사이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운임공표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초반보다 통제기능이 떨어진데다 반년동안 운임공표제를 겪다 보니 일부 꼼수가 생기기도 하고 선사들 사이에서도 대충 전산 조작을 한다거나 그런게 눈에 보이는 부분들도 있다”며, “황정협에서 자체감독을 한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고 해수부에서 예고된 전수조사가 진행이 안돼 초반보다 공표제에 대한 긴장감도 많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설령 해수부에서 전수조사를 나온다고 하더라도 시스템만 보고 갈건데 하루이틀만에 전산 조작하고 끝나면 엔터키 한번으로 원상복구 시키면 끝나는 문젠데 이런 부분이 제대로 조사될지 의문이다”며, “게다가 ‘컨’선사 대부분이 오너십 운영이라 모든 결정을 오너가 하기 때문에 이러 저러한 예외케이스들을 하나둘씩 풀어주면 또 전처럼 유야무야될까봐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오너십 경영이 강한 ‘컨’선사 특성상 담당자들이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을 들며 현재보다 더 강력하게 운임공표제의 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업계 사이에서는 전산조작이 의심스러운 곳이 보이기도 하고 해수부에서 이를 모르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귀찮으니 그냥 넘어가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전산조작으로 제도를 농락하거나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하는 등의 선사들에게는 강력한 처벌을 해 제도가 올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근해선사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팬오션을 제외하면 오너십 경영을 하고 있어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결정권한이 없거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해수부에서 좀 더 강력하게 운임공표제에 대한 강제조항을 만들어 운임공표제가 꾸준히 시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위에서 시켜도 처벌이 세거나 제도적으로 못하게끔 하는 강력한 툴이 있어야 운임공표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지난해 연말 조사는 늦어졌지만 올해는 실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근에도 선사들의 제출 자료가 부족하거나 미비하면 반려시키겠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등 꾸준히 관련 내용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히고는, “지난해 연말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에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번씩 무조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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