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서 제출 ‘無’…유흥주점만 아니면 ‘OK’

-카드 유용문제로 前이사장 사퇴했지만 개선의지 전혀 없어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해운조합이 대의원 이상 상근 및 비상근 임원들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하면서, 최소한의 제동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전임 이사장이 법인카드 유용 등이 문제가 돼 자진사퇴했음에도 불구, 이를 개선하려는 조합측의 의지가 전혀 없어 감사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운조합은 임원들에게 제공하는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사유서 없이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기업이나 단체에서 일정금액 이상일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게 돼 있는 것과 대비된다.

본지 취재 결과, 조합이 임원들에게 제공하는 법인카드는 연간 한도액을 정해놓은 것 외에 유흥주점만 아니라면 국내·외 어디에서든 사용 가능하다. 또 1회에 일정금액(50만 원) 이상 사용하더라도 사용내역이 담긴 사유서 한 장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 조합은 비상근임원 각자에게 직급에 따라 연간 800~3,000만 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지급하고 상근임원은 경우 업무추진비 8,000만 원 한도내에서 조합 직원과 나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부부처 산하기관은 임원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하면서 사유서에 사용시 사용내역을 명확하게 기입하게끔 관리하고 있다. 몇 년전부터 정부 정책기조가 ‘청렴’으로 맞춰진 후에는 임직원과 금액에 상관없이 법인카드 사용의 모든 내역에 대해 사유를 명확히 작성하는 기관도 많아졌다. 하지만, 기관에 따라 ‘클린’에 초첨이 맞춰져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 50만 원 이상 이용에 대해서는 추가로 사유서를 제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 항만공사 관계자는 “우리 공사는 법인카드가 식당이외에는 사용이 불가하며 사장, 팀장, 직원 상관없이 금액이 얼마가 됐든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무조건 정확하게 누구와 어디서, 어떤 이유로 사용하게 됐는지 파일로 작성해 저장해야 한다”며, “감사기관에서 전표만 가지고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고 일일이 확인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부처 산하기관 감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도 “요즘은 산하기관들도 투명하게 자금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법인카드 사용액이 일정금액 이상이면 사유서를 받게 돼 있다”며, “아무리 폐쇄적인 기관도 50만 원 이상이면 사유서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그런 조항이 없다면 부처에서 기관에 규정을 바꾸라고 권고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운조합도 이들 기관처럼 몇 년전까지는 관련 조항이 있었지만, 영업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상품권 구입 문제 때문에 해당 조항을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현금성인 상품권 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을 다시 만들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해운조합 직전 이사장 사퇴 배경이 법인카드 남용 때문이라는 점이 대외적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조합 내부에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해운조합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해운조합도 몇 년전까지는 특정금액 이상 사용하면 내역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접대나 영업 등 이런 저런 용도로 사용할 상품권을 대량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없앴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상품권 남발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으니 해당 조항을 다시 복원하는게 맞긴 할 것 같은데 여지껏 아무말 없는 것으로 보아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전임 이사장이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백화점이나 해외에서 유용했다고 하는데, 해운조합 법인카드는 클린카드는 맞지만 해외결제나 이런 것들을 막아놓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해운조합의 법인카드가 백화점이나 해외결제가 가능한 줄 이사장 감사 문제가 불거지고 처음 알았다”며, “법인카드를 음식점 이외에 사용했다고 하기에 말이 안되서 해수부에서 그냥 트집잡아 찍어내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감사 내용이 사실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카드가 음식점 이외에 된다고 하더라도 추후 문제될 것을 우려해 사용하지 않는게 대부분인데, 특정한 개인이 유용을 해 문제가 불거졌으면 조항을 만들법도 한데 이사장 사퇴 이후 조합 내부에서 그러한 문제를 고민한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업계는 법인카드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아무런 노력을 취하지 않고 있는 해운조합에 대해 해수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운조합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법인카드가 해외결제도 되고 백화점이 되도 뭐가 문제가 있냐는 식이고,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이사회나 총회에서 누구하나 문제제기를 한 사람이 없지 않냐”며, “예전에 있던 조항도 다시 복구시킬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자체적으로 감사에서 문제제기를 한 적도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하는 해수부 감사를 더 강화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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