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 '이해당사자, 관련 사항 심의·의결 시 참석 불가' 규정

- CJ대한통운 '사외이사'로 해당 업체 터미널 관련 의결권 행사

 CJ대한통운 광양항서부터미널 전경.<데일리로그 D/B>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사장 후보 최종 3인에 들어간 방희석 중앙대 명예교수가 YGPA 항만위원장 재직 시, 제척(이해관계 위원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 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 교수는 CJ대한통운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YGPA 항만위원장 자격으로 여수광양항에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현안사항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항만공사법에는 이해당사자가 관련 사항을 심의·의결할 경우 제척사유에 해당돼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YGPA는 지난해 9월과 12월 진행한 항만위원회에서 CJ대한통운 광양터미널(광양항서부터미널)과 연관이 깊은 안건을 심의·의결했는데, 이 자리에 CJ대한통운의 사외이사인 방희석 교수가 참석했다.

당시 9월 진행한 위원회에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터미널 인센티브제도 개편에 대한 사항이었으며, 12월 회의에서는 터미널 사용료 면제 여부와 3-2단계 컨테이너부두(터미널) 전환 시 투자시설 활용방안 등 CJ대한통운 관련 현안사항을 의결했다.

관련 법에는 항만위원의 제척사유와 관련해 본인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을 심의·의결할 경우 의결에 참석할 수 없게끔 제한하고 있다. 항만공사법 제15조에 따르면, '위원은 자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이나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또는 2촌 이내의 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에 대해 심의·의결에서 제척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법은 위원 본인에 대한 이해관계로 규정하고 있지만, 초창기 항만공사법 제정 당시 항만위원에 항만공사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터미널 운영사들의 이해관계자가 항만위원으로 선임될 경우, 개별 회사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 우려돼 관련 법규가 제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11년 위원 제척사유에 대한 법이 있음에도 각 항만공사 스스로 해당 법을 지키지 않아 국회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이후 해당 법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항만공사별로 정관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위원장이 의결을 거치지 않고 기피 여부를 결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당시는 YGPA가 출범하기 전이었지만, 항만공사별로 항만위원에 각 터미널 운영사들의 대표나 해당 지역 본부장 등이 위원으로 참석해 터미널별로 지급하는 인센티브 문제나 항만 예산에 대해 관여해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지적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위원 제척을 함으로써 더 이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 항만공사 관계자는 “제척사유가 강화된 이후에도 특정 업체 사장이 위원으로 참석해 예산 문제가 발생할 것이 우려돼 자체적으로 위원회에 제척사유를 제출하고 위원회 참석을 못하게 하는 등 문제제기 이후에는 제척사유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확인해줬다.

논란 이후 출범한 YGPA는 정관 제14조(위원의 제척·기피·회피) 2항에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는 사항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위원에게 심의·의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사유를 적어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이 경우 위원장은 기피신청에 대해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기피 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3항에는 '위원이 사유에 해당하는 때에는 스스로 그 사건의 심의·의결에서 회피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다시 말해 광양항 터미널 운영사의 한 곳인 CJ대한통운의 사외이사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방 교수는 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의결할 경우 위원장에게 기피신청을 해야 됐지만, 본인이 위원장임에 따라 그대로 참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3항을 보면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 스스로 위원회를 참석하지 말라고 규정돼 있어 방 교수 스스로 CJ대한통운과 관련된 내용을 의결할 경우 위원회에 참석하면 안됐던 것이다.

과거 사외이사를 겸했던 한 법률 전문가는 “법 조항을 보면 개인에 국한돼 있기는 하지만 법 제정 취지가 이해관계에 얽힐 경우 공정한 의결이 어렵기 때문에 법을 만들었다면 (방 교수 사례에 대해)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사외이사는 엄연히 회사의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임원의 자격인데, 회사 소속이 아니라서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항만위원에 교수들이 많이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만 우회적으로 학회나 본인 대학의 연구비 지원 등의 이권이 있는 경우가 많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알려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히고는, “사외이사는 해당 기업의 급여를 받고 회사 이권에도 개입하는 등 이해관계가 명백히 드러나는데 ‘관계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게다가 항만공사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이 지켜야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도 이해관계자를 회의에 배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항만공사법이 개인 이익에 국한돼 있다고 하더라도 공운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공운법 제19조에는 ‘이사회 안건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장이나 이사는 그 안건의 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공운법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항만공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가 비상임이사(항만위원)라면 관련 안건에서 배제해야 맞는 것인데, 지속적으로 참석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위원장 재직 시 이해관계가 얽힌 사항에 대해 아무런 고민 없이 의결권을 행사해온 방 교수에 대해 항만업계는 YGPA 사장 후보 자격이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YGPA 항만위원장 직전에도 인천항만공사(IPA) 항만위원장을 수행했고 오랫동안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을 맡아왔는데 관련 내용을 방 교수가 모를 수 있겠냐”며, “항만공사 예산문제에 있어 터미널 운영사들과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 한 두 번도 아닌데, 본인이 CJ대한통운에서 급여를 받고 있으면서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인물이 공공성을 요구하는 공기업 사장이 될 경우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