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편집국장] 지난주 여수광양항만공사(YGPA)에 번갯불이 번뜩였다. 공사 창고에 콩이라도 한 말 있었다면 아마도 먹기 좋게 볶아졌을 것 같다.

YGPA 사장 퇴임식과 취임식이 지난주 금요일 군사작전이라도 펼치듯 순식간에 이뤄졌다. 사실 이보다 더 기습적인 사건(?)은 바로 전날 펼쳐졌다.

지난 16일 오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신임 YGPA 사장 최종후보로 방희석 씨와 정두섭 씨를 낙점, 이날 오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로 관련내용을 통보했다고 한다. 김영석 해수부장관은 조금 뒤인 오후 6시께 곧바로 방희석 씨를 신임사장으로 선임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는지 다음날 바로 퇴임식에 이어 취임식이 진행됐고, 방희석 씨가 신임사장으로 취임했다.

YGPA 항만위원장 재직 시 발생한 여러 의혹에 제대로 된 해명 한 번 못하다 해수부에 사장 후보 사퇴의사까지 밝혔던 방 후보는 그렇게 공기업 사장이 됐다.

당시 공운위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방 후보에 대해 언론사들이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 못했고,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고위공직자 인사시스템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타 의혹들은 차치하더라도 방 사장이 YGPA 항만위원장으로 재직 시, 특정업체의 사외이사로서 해당업체의 이권이 관계된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항만공사법’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어겼다는 의혹에 대해 방 후보는 그 어떤 해명도 내놓지 못했다. 이러한 내용이 공운위 회의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백번 양보해 관련내용이 누락이 됐다고 하더라도 언론보도 내용을 알고 있는 해수부장관이 위법 의혹에 휩싸인 방 후보를 기다렸다는 듯 임명을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본지가 당시 방 후보에 대해 사외이사 겸임에 따른 위법 의혹을 제기하자, 방 후보는 해당업체인 CJ대한통운측에 사외이사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직서는 공운위가 열린 날인 16일 ‘일신상의 이유’로 수리됐으며, 해당 내용은 방 사장이 취임하던 날 공시됐다. 정말 타이밍이 기가 막힐 정도다.

CJ대한통운은 YGPA가 관장하는 광양항에서 컨테이너부두사업을 철수하려고 하지만, 엄청난 위약금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의 전 사외이사가 YGPA의 사장이 됐다. 참으로 공교로움의 연속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