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내항수송 입찰 관련, “조합이 한 것이 뭐냐” 비판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연안해운업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해운조합이 한국가스공사의 내항 LNG 수송 입찰 과정에서 회원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개진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연안해운선사 중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연안업계가 일거리가 부족해 경영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입찰자격요건 협상과정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KOGAS)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내달 실시하는 통영~제주 애월 LNG 수송선 입찰에 연안(내항)선사를 참여시키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연안해운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한국해운조합과 의견조율에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공사는 해당 LNG 수송선이 내항수송인데다 운항 선박 사이즈가 작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해운조합과 입찰사업설명회 직전까지도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자격요건을 낮추는 등 연안선사 참여를 독려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해운조합에 연락을 취해 연안선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기준 요건을 낮추고 선사를 추천해 달라고 해 추천업체에 직접 연락해 입찰을 준비해 왔었다”며, “외항업체들에 비해 자본금 규모나 운항 선박 척수나 톤수 등의 차이가 너무 커 기준 요건을 없애는 등 연안선사를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운조합과 여러차례 미팅도 하고 10월께에는 서울 본부에 직접 방문도 하는 등 연안선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해운조합의 의견을 들어왔다”며,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외항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바람에 연안선사들이 겁을 먹었는지 적격심사(PQ) 서류조차 제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가스공사는 국내 연안선사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심사요건을 맞추기 위해 일본의 연안선사와 외항선사의 현황을 파악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으나, 일본 해운업계는 연안선사와 외항선사의 차이가 크지 않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해운조합의 의견을 묻자 국내 해운업계는 내·외항업체의 차이가 현저히 커 지속적으로 자격요건을 낮췄고 최종적으로 지난달 입찰공고를 통해 자격요건을 공개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내 연안선사들의 현황을 잘 알지 못해 일본 해운업계와 비교해 PQ 기준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까지 진행했는데 일본은 외항이나 연안이 큰 차이가 없어 내부적으로 외항 PQ 기준의 70%정도로 맞추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히고는, “그런데 해운조합에 물어보니 우리나라는 외항과 연안선사의 갭(gab) 차이가 커 70%로 낮추더라고 도저히 맞출 수 없을 정도여서 자본금이나 운항척수, 연간 수송량 등에 대한 규정을 대부분 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운조합의 의견을 듣고 만들었다는 입찰 조건은 내항업체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나마 포스코의 연안화물 수송을 전담하는 일신해운과 연안화물과 외항화물 수송을 병행하는 SJ탱커가 사업설명회에 참여해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연안선사 중 규모가 크다는 양사도 외항선사들의 운임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입찰 참여를 검토했던 SJ탱커 관계자는 “PQ 기준을 낮췄다고 해도 이런 저런 조건을 맞추기 힘들어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도 “외항만 하는 우리 선사도 저 정도 수준이면 입찰에 자격 미달이다”고 설명했다.

한 연안선사 관계자는 “(입찰에)참여한 외항업체들은 국내 연안선사에 비해 신용도가 좋아 주거래은행에 더 좋은 조건으로 금융이자를 받기 때문에 연안선사보다 낮은 운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기한 업체들도 PQ를 통과해봤자 본입찰에서 외항업체들의 운임 수준을 맞추기 어려워 떨어질 것이 뻔하니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이 연안화물 수송입찰에 정작 연안선사들이 외항업체들에 치여 참여조차 못한 것에 대해 해운조합측의 무능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수차례에 걸쳐 접촉해 온 가스공사측에 연안업계의 현실과 의견을 제대로 개진하지 못했다는 것.

특히, 관련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것조차 몰랐던 조합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처음부터 가스공사측에서 연안선사를 참여시킬 계획이 없었다'는 식으로 해당 문제를 가스공사의 탓으로 돌리는데 급급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외항업체들 틈바구니에서 연안선사가 제 아무리 튼실하다고 한들 게임이 안될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연안해운업계의 현실”이라며, “연안선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들어오게 하고 2척 중 1척은 연안수송을 기반으로 하는 선사로 규정하는 등 가스공사가 조건을 맞춰줄 수도 있었을텐데,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던 해운조합이 왜 제대로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연안선사 관계자도 “입찰이 진행되는 것도 몰랐지만 연안선사들이 입찰에 개별적으로 참여하기에는 어려우니 몇 개 선사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시켰다면 여러모로 연안해운업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히고는, “그럼에도 해운조합은 '처음부터 가스공사가 연안선사를 참여시킬 생각이 없었고, 면피용으로 조합측에 의견을 물은 정도였다'고 해명하고 있어 답답할 뿐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해운조합 측에서 연안선사들의 현 상황에 대한 정보가 미흡했음을 인정하면서도, 해운조합에서 특별한 액션이 없어 그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해운조합측의 추천으로 직접 접촉했던 SJ탱커 이외에는 연안선사들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구체적인 입찰조건에 대해 해운조합 측에서 문제제기를 했다면 상황에 따라 구조를 바꿀 수 있었겠지만, 그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가(공사) 연안선사를 참여시키기 위해 반년이 넘게 해운조합과 의논을 하고 대구에서 서울까지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는데, 이를 단순히 '면피용'이라고 주장하는 조합측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황당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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