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영세한 연안선사들은 평생 LNG 수송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하는겁니까?”

최근 한국가스공사(KOGAS) 입찰과 관련해 한 연안 해운선사 관계자의 말이다.

가스공사는 내달 중 입찰을 통해 통영에서 제주 애월까지 LNG를 수송하는 연안 LNG선 2척을 수송하는 선사를 낙찰할 예정이다. 이미 적격심사(PQ)를 끝내고 각 PQ 통과 선사는 조선소 짝짓기까지 마무리해 서류를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내항 수송임에도 연안선사는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고 연안선사 입찰 참여를 위해 낮췄던 자격요건으로 외항선사들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PQ를 통과했다.

당초 가스공사는 입찰에 국내 연안선사를 참여시키기 위해 연안선사의 이익단체인 한국해운조합에 여러차례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개된 입찰조건에는 국내 연안선사가 참여하기 어려운 조건이어서 연안선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못했다.

PQ에 통과한 한 선사 관계자는 “선박운항 기준을 5,000t 이상만 인정해 주는데 연안선사들이 대부분 2,000t, 3,000t 선박을 운항해 이런 부분 때문에 참여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외항선사야 당연히 기준을 넘겠지만 보유선박 척수나 운항 실적을 5,000t 이상으로 했으니 해당 안되는 연안선사들이 태반이었을 것이고 결정적으로 마지막까지 참여의지를 보였던 SJ탱커도 결국 포기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스공사가 해운조합측에 입찰에 참여할 만한 회원사들을 추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해운조합에서 추천해준 기업도 대부분 대기업 기반이거나 외항선사들이었다. 해운조합은 가스공사에 NH개발, GS칼텍스, SK해운, 동아탱커 등 총 12곳의 선사를 추천해줬다.

이같은 해운조합의 행태에 업계는 세월호 이후에도 여전히 공제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명색이 연안해운의 발전을 위한다는 단체에서 공기업 입찰에 어떤 수를 써서라도 중소선사를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지, NH개발이나 GS칼텍스 같은데를 소개시켜 줄 수 있느냐”며, “세월호 사고로 조합이 공제사업에만 치중하니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여태껏 변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해운조합이 대응할 방법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가스공사도 공기업으로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여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의 이번 입찰은 연안선사의 발전에 기여할 여지가 다분하다.

특히 3~4년전 한전의 장기운송계약 입찰에 일본선사가 참여해 논란이 일자, 법까지 고쳐가면서 국내 선사를 지원해줬었다. 당시 상황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본은 자국에서 선박금융에 대해 0%에 가까운 금리를 제공하는 반면 우리나라 국적선사는 최소 3~5%대의 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에 일본선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렇지만 한전측은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선사 참여를 배제시키지 않았는데, 국내에서 외항선사면허까지 받은 특정 선사의 참여를 배제시킬 수 없고, 국가 시스템상 낮은 운임으로 수송해줘야 국민들에게 더 저렴한 전기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당시 해양수산부(당시 국토해양부)와 선주협회는 여러 방안을 고심해 입찰 자격 조건에 ‘모기업이 국내 기반을 둔 업체로 한정한다’고 명시하는 등 법을 바꿔 일본선사 참여를 제지했다.

가스공사 측에서는 이번 입찰에 대해 ‘내항운송을 기반으로 하는 선사’라고 명시하거나 기준 요건을 더 낮추기 어려웠다고 해명하면서도 해운조합의 대응에 대해 상당히 아쉬워하고 있다. 해운조합이 더 강력하게 대응했더라면 공기업 입장에서는 마지못해 어떠한 액션을 취해줬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해운조합은 연안선사 참여가 어려운 조항에 대해 정확히 지적해 내지도, 연안선사가 참여하지 못한 이번 입찰에 그 어떤 반대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한 연안선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우리한테 맞지 않은 옷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송이 아니었다”고 한탄했다. 해운업계에서도 이번 입찰이 연안선사가 단독으로 하기는 힘들다고 인정하고 있다. 물론 현 연안선사들의 상황으로는 위험물 수송인 LNG선을 제대로 운항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 대해 적어도 외항선사와 연안선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를 시켜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열악한 연안선사에 외항업체의 선박 운항과 안전관리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기간화물 수송에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해운조합은 연안해운업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과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해운조합이 이번 가스공사 딜에 대해 남의 일인냥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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