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수익구조 개선 절실…단가 인상 불 지필 듯

- 경쟁 택배사 대응방향 따라 시장 변화 불가피

 

택배업계가 기로에 섰다. 지난해 각 업체별로 매출은 3,000억~1조 원을 넘어섰지만, 수익률은 0~3%로 바닥을 긁고 있다. 단가 인하에 따른 수익률 저하가 원인이다. 2,000원 대 이하로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던 B2C 물량의 평균단가는 1800원 대가 된지 오래다. 최근 몇 년 간 수익성이 떨어졌다고는 했지만, 적자가 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턴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기업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가는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고정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CJ대한통운의 실적에도 지난해 4분기부터 빨간불이 들어오는 등 올해 택배업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매우 어둡다. ‘치킨게임’은 시작됐고, 살아남기 위한 각 업체의 몸부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편집자 주>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지난해 3월 17일 CJ대한통운은 경기 광주에 아시아 최대 택배전용 터미널을 건설하는 첫 삽을 떴다. 내년 6월 광주초월물류단지에 들어설 이 터미널은 지상 4층, 지하 2층 2개동에 30만㎡(약 9만평) 규모로 축구장 40개 넓이와 맞먹는다. 화물처리용 컨베이어밸트 길이만 43km로, 마라톤 풀코스보다 길다.

한 민간기업이 건설하고 있는 이 터미널은 국내 택배시장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전망이다.

회사측 계획대로라면 대전허브터미널은 내년 6월 중 가동에 들어가며, 하루 162만개를 처리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리된 택배물량은 총 20억 개로, 이를 1일 평균물량(25일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일 660만개를 처리하는 셈이다. 이 터미널이 개장하면 국내 전체 물량의 24%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택배전용 터미널은 하루 50만개를 처리할 수 있는 CJ대한통운 대전허브터미널이다.

때문에 CJ대한통운은 3,8000억 원이나 투입되는 이 시설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물량을 최대한 끌어 모으고 있다. 터미널은 완공됐는데 처리할 물량이 없다면 애물단지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택배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 회사의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43%이다. 13% 대로 2위인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와는 격차가 많이 난다. 사실상 CJ대한통운이 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이다. CJ의 전략은 간단하다. 파이를 나눠먹을 경쟁사들을 쇠퇴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이익은 최소화 하고 있다. 시장을 장악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지난해 택배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7,520억 원 55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17%이다. 3.3% 이었던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경쟁업체를 공략하기 위해 1년 내내 공격적 영업(단가 인하)을 추진한 것에 비춰보면 나름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CJ대한통운 주도로 진행된 단가전쟁이 얼마나 심했는지는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영업이익률에서 잘 나타난다. 이 기간 한진은 매출 5,485억에 영업이익 6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22% 였는데, 이는 전분기 2.81%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196억 32억 원으로 적자를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0.6% 밖에 되지 않는다. 전분기는 2.58% 이었다.

중견업체인 KG와 로젠도 큰 타격을 입었다. 로젠이 인수했던 KGB택배는 경영악화로 KG로 넘어갔다. KG는 지난해 19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로젠은 매각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업계에 따르면, 로젠의 매각 무산은 대량화물인 B2C 물량이 적은데다, CJ대한통운의 타겟영업이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공격적 영업을 주도했던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률은 왜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을까. 이는 CJ만의 전략인 밀도배송이 큰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 개념이 적용된 밀도배송은 한 지역 물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택배기사들의 이동거리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아파트단지에 타 택배사가 10개를 배송한다면 이들은 30개를 배송하는 것이다. 물량이 많은 기업만 할 수 있는 전략이다.

“지난 한 해 내내 CJ가 치면 막아내야 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들이 시장주도적 위치에 있으니, 냉정히 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도를 넘어서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고 할 수 있어요.” 한 택배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CJ의 전략은 경쟁사의 피를 말리려는 것입니다. 2~3개 기업이 남으면 그때 단가를 올리겠지요.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될지는 가봐야 알겠지요.”

시장을 곤란하게 했던 CJ대한통운의 칼춤이 지난해 말부터 주춤거리고 있다. 무언가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물량도 가장 많고 영업이익률도 업계 최상위이지만 그들은 지난해 4분기부터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영업이익률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월평균 4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11월 들어 감소추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0월 61억 원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18억 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15억 원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71억 원의 수익을 올렸었다.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이후부터 시장에서의 단가경쟁은 주춤하고 있다.

“배송할 물량은 늘어나지만 단가는 계속 하락하다보니 비용은 올라가고 이익이 떨어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돼 왔어요. 이는 택배업계의 목을 조이고 있죠. 뭐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해에는 그 정도가 매우 심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주춤하고 있어요. 아마 당분간 더 낮아지진 않을 것 같아요. 물량확보에 혈안이 됐던 CJ도 이제는 한도에 다다른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A사 임원의 말이다.

- 배송인력 부족한데, 고정비용은 증가

단가경쟁은 늘 있어 왔기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올해부터 택배업계는 정말 심각한 위협에 처해질지도 모른다. 만성적인 인력부족 현상에 새로운 복병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다.

“27년 만의 택배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기존 서비스의 재검토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다.” 일본 택배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야마토는 지난달 회사 노조에 이렇게 약속했다. 현재 인력으로는 더 이상 배송할 수 없다는 노조측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야마토의 직원은 총 20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30% 가량 늘었지만, 물량이 더욱 크게 증가해 오히려 인력부족현상은 더 심각해 졌다. 하지만, 회사측은 인력 추가 증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이 힘들어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현재 ‘아마존 재팬’과 같은 대형 화주를 대상으로 택배요금 인상을 위한 협상테이블을 차렸고, 교섭이 결렬되면 서비스 중단까지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는 남의나라 얘기가 아니다. 국내 택배업체도 이러한 현상에 곧 맞닥뜨리게 될 전망이다. 전조현상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지만,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데 업계 종사자 모두 공감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커 가는데, 새로운 인력 유입이 없다는 것이다.

“각 사가 일부 지역에 문제가 생겨 용차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인 A사와 B사는 현재도 특정 지역에 용차를 쓰고 있습니다. 신규 인력을 구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냥 배송원들은 이 회사 저 회사로 좀 더 대우가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할 뿐이지, 시장에 신규 인력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 마디로 택배시장의 인력 풀(Pool)이 한계에 도달한 것입니다. 일이 고된데 비해 벌이가 시원치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C사 임원의 말이다. “그나마 최근 KG와 KGB의 통합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일부 대리점이 이탈하면서 빅3가 인력 구하는데 숨통이 트였습니다. 이전에는 인력시장에 광고를 하면 2, 3달이 지나도 전화 한 통 없을 정도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용차를 투입하면 100%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네트워크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외부의 손을 빌리는 것으로,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용차를 많이 쓰는 택배업체는 영업이익이 좋을 수 없다.

일본 택배는 우리나라보다 시장규모가 2배 이상 크다. 야마토 운수의 지난해 처리물량은 19억 개로, 우리나라 전체 물량인 20억 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택배시장 인력구조는 판이하다. 일본은 직영체제로 배송원들이 모두 사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배송원의 95% 이상이 지입차주로, 택배업체의 직원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배송원들은 복리후생 측면에서 일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일례로, 일본 배송원들은 법적으로 휴가 및 휴일을 보장받지만, 우리나라는 휴가를 가려면 본인이 돈을 들여 해당 날짜에 사람을 써야 한다. 일요일을 제외하면 무조건 배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점차 한계점을 향하고 있다. 이미 현실이 된 인력난에 각 택배사들은 터미널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의 투자비가 요구되는 자동화 사업을 추진하려면 현재 수익률이 받쳐줘야 하는데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때문에 배송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국내 택배업체들은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을 붙잡아 둘만한 당근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시간외 수당 의무 지급’이라는 복병까지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 택배업계는 터미널에 인력을 대주는 조업사(인력업체)와 계약했고, 조업사는 택배업체로부터 받는 낮은 인건비를 보존하기 위해 용역직원 및 아르바이트에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시간외 근무시 일당의 1.5배에 해당하는 수당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각 조업사들은 택배사에 이에 대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각 택배업체들은 지난 1월부터 조업사에 터미널 분류원들의 시간외 수당만큼 더 추가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는 택배사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터미널 운용규모에 따라 각 업체별로 연간 적게는 70억 원에서 많게는 250억 원이 넘는 비용이 추가로 지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용은 각 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을 넘어선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업은 적자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시장상황은 모두에게 부담스럽지만, 덩치가 큰 업체에게는 더욱 불만스러운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가는 떨어져 수익은 크게 떨어지는데 반해, 비용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광주터미널 조감도.

- CJ 광주터미널, 나비효과 가져오나

CJ대한통운은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44.1%로, 독보적 1위 기업이다. 하지만, 택배 단가는 2,018원으로, 시장 평균(2,322원) 대비 304원이 낮다. 지난해 실적으로만 보면 국내 택배업체 중 가장 양호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수익구조를 바꿔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 회사는 빠르면 내년 6월 광주허브터미널을 개장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광주허브터미널은 운영 시, 운영비와 금융이자 등 매월 90~1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수익구조로는 이러한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 CJ에게 단가인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광주터미널의 정상운영은 수익률 개선이 될 때 가능하다. 이는 시장에 나비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무조건 액션을 취해야 하고, CJ의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CJ가 광주허브를 개장하면 매월 약 100억 원 가량의 운영비가 투입돼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CJ는 현 시점에서 매월 70억 원 이상 흑자 구조를 형성해 줘야 하는데,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수익구조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익구조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광주허브가 개장된다면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D사 관계자의 말이다.

일례로 한진은 동남권택배터미널 운영비로 월 19억 가량을 지출한다. 광주터미널은 해당터미널보다 규모면에서 5배 이상 크기 때문에 적어도 80억~1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추측이라 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월별 영업이익에서 70억 이상 넘긴 적이 3월과 6월 딱 두 번 밖에 없으며,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수익구조는 CJ대한통운이 개선작업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CJ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이후 저가로 계약한 물품을 걷어내고, 공격적 영업을 자제하는 등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시장에서의 단가하락현상은 주춤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CJ가 단가를 내리지 않는다면 타 업체가 내릴 이유는 없습니다. 현 시장구조가 사실상 CJ의 독주체제로 가고 있는데다, 수익률이 바닥인 상황에서 적자가 코앞인데 물량을 가져오기 위해 단가를 더 내리는 업체가 나올 순 없는 거죠. 실제로 CJ가 물량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를 취하자 시장에서 단가하락세가 멈췄습니다. 이는 CJ가 시장을 좌지우지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중소업체 대표의 말이다.

 

택배업계의 경영개선방안은 현실적으로 택배단가 인상밖에 없다. 그런데, CJ가 단가하락을 주도하며 점유율은 높였지만, 현 시점에서 화주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단가를 올리는 것은 조심스럽다. 무조건 올려야 살 수 있는데, 경쟁사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4사(대한통운, 한진, 현대택배, CJ GLS)가 10% 초반대 점유율로 엎치락뒤치락 할 당시 서로 한 번씩은 단가를 내려 점유율 1위를 하다 모두 부메랑을 맞은 경험이 있다. 현 시장구조는 분명 당시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CJ가 단가를 쉽게 올릴 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CJ가 화주와의 협상에 실패해 물량을 내 놓으면 경쟁사가 이를 가져가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됐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2000년대 초 당시 물량경쟁으로 단가를 내리다 모두 실패한 이유는 ‘우리 회사가 아니더라도 경쟁사가 충분히 해당 물량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단가만 떨어뜨려 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때문에 CJ의 단가 인상작업은 회사의 사활이 걸려있는,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 사활 건 CJ의 단가 인상작업, 택배업계의 선택은

화주와의 담판에서 단가를 인상하려면 물량을 포기할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택배업체는 화주와의 담판에서 번번이 패했다. 엄포를 놓을 배짱이 없었다. ‘너희들이 아니어도 택배사는 많다’는 화주들의 심리가 택배사를 짓눌러 왔을 뿐이다.

택배사가 화주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그 가격에 내가 배달해 주지 않으면, 다른 택배사도 배달을 못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야마토가 아마존재팬과 협상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아니면 너희들의 물량을 배송할 수 있는 택배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CJ가 이러한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쉽게 말해 CJ가 단가 인상에 실패해 물량을 내놓으면 한진, 롯데, 로젠, KG, 우체국 등 경쟁업체 중 한 곳이라고 해당 물량을 가져갈 수 있다면 CJ의 단가인상작업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서 CJ를 긴장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사는 롯데글로벌로지스라 할 수 있다. 롯데는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롯데그룹이 뒷받침만 해 준다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CJ의 물량을 삼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CJ가 단가를 높이는 작업에 들어간다면 나머지 업체들은 모른 채 뒤따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대다수 업체가 수익률이 최악이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모두들 그러길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또 모르죠. 기다렸다는 듯 물량을 채 갈 기업이 있는지도. 아마 제 생각에는 롯데가 거의 유일할 것입니다. CJ도 이를 우려하고 있을 겁니다.”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중견택배사 대표는 “제가 알기로는 롯데는 시장 확장보다는 계열사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택배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그룹사 물량을 처리하는데도 버거울 텐데,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CJ가 토해낸 물량을 가져갈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라고 예상했다.

꼭 롯데가 아니더라도 C2C에 강한 로젠과 우체국도 호시탐탐 B2C 물량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CJ로서는 안심할 수 없다.

- 업체 간 ‘치킨게임’ 최고조 이를 듯

택배업계가 수익성 향상에 목을 메고 있지만, CJ의 단가 인상작업이 마냥 반갑지만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CJ를 막지 못하면 CJ의 성장세는 거침없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사태가 닥친다는 것이다.

분명 CJ의 점유율은 독보적이지만, 불안정하다. 수익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데다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CJ는 내년 4월말까지 전국 서브터미널에 1,227억 원을 들여 자동화를 추진하고, 같은 해 6월까지 3,800억 원을 투입해 광주터미널을 완공할 계획이다. 당장 자금이야 금융권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익률로는 어림도 없다. 지난해 영업이익 556억 원으로는 광주터미널을 6개월 밖에 가동하지 못할 텐데, 수익률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밀도배송은 한계점에 이르렀고,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CJ는 어떤 식으로든 움직여야 살 수 있는데, 경쟁사가 어떻게 나올지 불안해 조심스럽기만 하다.

단가인상작업에 성공하면 이 회사는 야마토가 일본시장에서 갖고 있는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국내에서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잘못되면 물량과 네트워크 모두 망가져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현 시점에서 CJ가 내부적으로 자신감이 확보된다면 지체없이 단가인상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는 상상 가능한 거대한 리스크를 동반한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택배시장이 결국 일본과 같이 2~3개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대한통운을 인수한 CJ는 가격인하를 무기로 시장을 휘저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CJ대한통운 VS 택배업계’라는 대결구도가 형성돼 왔다. CJ는 공격적이었고, 경쟁사는 방어했다. 올해부턴 이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CJ는 올해 반드시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CJ의 수익구조 개선작업에 경쟁사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치킨게임’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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