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국내 물류산업을 대표하는 사업자단체는 두 곳이다. 육상물류를 대표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와 항만물류를 총괄하는 한국항만물류협회이다.

물류산업의 육성 및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들 두 사업자단체가 상호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일까. 공교롭게도 두 사업자단체의 수장(首長)은 한 재벌기업의 대표가 맡고 있다.

통합물류협회는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사장이, 항만물류협회는 손관수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사장이 각각 수장으로 있다. 이 회사는 공동대표 체제이다. 좀 더 들어가자면 통합물류협회의 핵심분야인 택배분과위원회의 위원장 자리 역시 협회창립 이후 9년째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이 전담하고 있다.

물류산업을 대표하는 두 사업자단체 간 협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두 단체의 수장이 특정기업 인사라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업자단체의 성명이나 움직임은 업계를 대표한다. 때문에 특정기업의 대표가 두 단체의 수장이라는 점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을 수 있다. 특정기업의 이익에 따라 사업자단체가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측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하지만, 이는 분명 특정기업의 이익과 궤(軌)를 같이 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양대 단체의 수장을 맡는 동안 이 회사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회사의 내부사정이 CJ대한통운으로 하여금 사업자단체의 수장 자리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지 않았을까요.” 물류업계 한 임원의 말이다.

어떤 내부사정이 생겼을까. 최근 몇 년 간 CJ대한통운은 컨테이너 항만하역사업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허치슨에 부산항 신선대부두 매각을 시도하다 무산됐다. 또 정부가 TOC부두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사를 별도 법인체제로 전환하려 했지만, 지난해 없던 일이 돼 버렸다. CJ대한통운은 전국에서 TOC부두를 가장 많이 운영한다.

CJ대한통운은 통합물류협회 창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택배분과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CJ는 국내 택배시장의 45%를 장악하고 있다. 택배는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한 후 가장 기대를 많이 하는 사업이다. 국회에는 CJ대한통운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해운법 개정안’과 ‘화물운송산업발전법’이 계류돼 있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해운법 개정안은 막아야 하고, 화물운송산업발전법은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두 법의 향방은 이 회사가 원하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수부 관계자가 해운법 개정안을 추진한 사업자단체측에 수차례에 걸쳐 “제재 대상에서 CJ대한통운만큼은 제외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CJ대한통운의 최근 행보를 보고 있자면, 그냥 넘기기에는 무언가가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다.

손관수 항만물류협회장은 지난해 2월, 박근태 통합물류협회장은 올 2월, 1년 사이 한 회사의 대표가 각각 두 단체의 수장이 됐다. CJ측이 그동안 사업자단체장 제안을 번번이 일언지하에 거절해 왔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는 분명 ‘별 일’이라 할 수 있다. CJ측 인사들은 기자에게 말버릇처럼 이렇게 말해 왔다. “CJ는 그 어떤 사업자단체의 회장은 절대 맡지 않아요. 이는 그룹의 방침입니다.”

CJ그룹의 방침이 바뀐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다른 계산이 깔려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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