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A전무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계셨죠?”. “그래, B부장 어쩐 일이야. C부장도 왔네.”

지난해 말, 선후배 간 반가운 만남 이후 CJ대한통운은 한국통합물류협회의 회장사가 됐고, A전무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B부장과 C부장은 회사 선배였던 물류협회 A전무에게 CJ대한통운의 박근태 사장이 협회장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접근했다.

이후 A전무는 회원사 대표들을 설득했고, 올 1월 중순께 각 사 대표 회의에서 박근태 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키로 합의했다. 2월 21일 박 사장은 협회 총회에서 협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A전무가 약속을 지켰지만, CJ는 그를 버렸다.

박 사장이 협회장으로 취임한지 2개월여가 지난 5월 초께 CJ측은 A전무에게 상근부회장직을 제안하며, 그 대신 새 전무를 외부에서 영입하겠다는 의중을 전달한다. 연봉도 50% 인상해 1억 5,000만 원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A전무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5월 15일, CJ대한통운 상무 출신인 새로운 전무가 왔지만 A전무의 부회장 승진은 없었다. 협회 내에 전무만 두 명인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화가 난 A전무는 25일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본사를 찾아가 박 회장에게 따졌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박 회장으로부터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는 말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사실상 협회를 떠나라는 통보였다.

협회 사무실로 돌아온 A전무는 분통이 터졌다. 조직에 남아 저항하는 방안과 그냥 물러나는 방안,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밤낮으로 고민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얼마가지 않아 체념으로 바뀌었다. 그달 31일 A전무는 9년간 근무했던 조직을 떠났다.

CJ대한통운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까. 본지 취재결과 CJ측은 A전무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켜줄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CJ측이 A전무를 상근부회장으로 승진시키려면 반드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박 회장 취임 후 이사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으며,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판토스 등 부회장사 가운데 그 어떤 업체도 CJ로부터 A전무의 부회장 승진관련 내용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CJ대한통운측은 통합물류협회 회장직에 이토록 강한 애착을 보였던 것일까. 이에 대해 관련 업·관계는 ‘해운법 개정’과 ‘표준운임제 도입’ 등 문재인정부 출범 후 해운 및 물류부문에 새로 도입될 것이 유력시되는 법안이 CJ 입장에서는 매우 껄끄럽기 때문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CJ대한통운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계를 대표하는 ‘물류협회장’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난 십 수년 간 사업자단체의 수장 자리를 맡아달라는 업계의 요청을 번번이 거부해 왔던 CJ측이 자청해 물류협회장 자리에 오른 이유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예상이 틀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CJ대한통운측이 설명하면 된다. 그 이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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