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에 ‘외부물량 70% 이상 처리 기업 제외’ 단서조항 포함되나

- 해수부 관계자, 선주협회에 지속적 요구

CJ대한통운이 지난 2013년 10월 남극기지 건설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평택항에서 선박에 물자를 선적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 CJ대한통운 블로그>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최근 3개년 평균 외부물량이 70%가 넘는 기업(재벌기업 물류계열사)은 시행령에 단서를 달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방법을 검토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유섭, 정인화 의원 등 두 국회의원이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이 해운·물류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법안의 시행령에 CJ대한통운과 해양수산부가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최근 해수부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외부물량이 3년간 평균 70%가 넘는 기업은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괜찮을 것 같다’고 전해왔다”며, “내용을 검토 중이며,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가 안 되는 부문이 좀 있는데, (해수부 관계자가)이 이야기를 건네면서 ‘CJ대한통운에 따르면’이라고 전제를 했다는 것이다”고 밝히고는, “사실 3년 평균 외부물량이 70%를 넘는 기업은 CJ대한통운 밖에 없으며, 판토스나 글로비스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 대상에 포함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관련법안을 피해나가기 위해 CJ대한통운측이 시행령 조항에 깊게 관여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은 해당법안이 발의되기 직전인 2월 21일 통합물류협회 회장사가 됐다. 때문에 해운법개정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자단체장을 맡았다는 세간의 의혹은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각 사별 전체 매출 대비 그룹관계사 매출은 현대글로비스 71%, 판토스 69%, CJ대한통운 17%, 롯데로지스틱스 89%, 삼성SDS 74%, 삼성전자로지텍 92% 등이다.

이중 가장 활발히 포워딩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판토스 등 3개 업체이다.

그룹 자체가 전문물류운송기업인 한진은 사실상 해당 법안의 적용대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감안하면 CJ대한통운만이 외부물량이 70%를 넘어서 해당 조건에 유일하게 부합한다.

실제로 앞으로 해운법이 개정되고 ‘외부물량 70% 이상’이라는 문구가 시행령에 들어가게 된다면 누가 보더라도 CJ대한통운을 위한 맞춤식 법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해운포워딩 비즈니스는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판토스 등 3파전인데, 글로비스와 판토스가 해운법이 개정돼 외부물량을 유치하지 못하게 되면 CJ대한통운이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반칙으로, 해당 문구가 법안에 포함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수부가 특정업체(CJ대한통운)를 직간접적으로 옹호하려 했다는 의혹은 사실 수개월 전부터 제기돼 왔다. 관련법 개정안은 지난 3월 정유섭 의원이 처음 발의했으며, 두 법안의 밑그림을 그린 선주협회측에 해수부 관계자가 지속적으로 “CJ대한통운만큼은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해수부 관계자가 서너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와 CJ대한통운을 개정법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 왔다”며, “해수부에서 무엇 때문에 특정업체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인화 의원은 지난달 말 재벌기업 산하 2자물류업체들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물류계열사인 2자 물류업체들은 해운중개업과 국제물류주선업(포워더)을 그룹의 계열사 물량만 전담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2자물류기업들은 그룹계열사 물량이 아닌 타 업체의 물량을 중계(포워딩)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내달 중 정유섭, 정인화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두 해운법 개정안을 병합심사 할 예정이며, 통과가 유력시 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