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항측, 현대측에 ‘승계 불인정’ 통보

-日현지서 민사 1차 조정 실패

 도쿄항부두주식회사 홈페이지 아오미부두 소개란에 여전히 한진해운 선박 접안 사진이 게재돼 있다.
 도쿄항부두주식회사 홈페이지 아오미부두 소개란에 여전히 한진해운 선박 접안 사진이 게재돼 있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상선이 지난 2월 15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고 밝힌 한진해운 도쿄터미널이 일본 항만당국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한진해운 터미널 인수 명목으로 산업은행의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도쿄항 운영당국에서 계약 승계 불인정에 대해 최종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도쿄항을 관리운영하는 도쿄항부두주식회사는 지난 7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도쿄터미널 계약 승계를 불인정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한진해운 파산법인과 현대상선에 최종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현대상선은 곧바로 도쿄항부두를 상대로 민사조정신청을 했고, 지난달 25일 진행된 1차 조정은 결렬됐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 한진해운 도쿄터미널과 카오슝터미널을 운영하는 한진퍼시픽을 약 15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현대상선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해운의 도쿄터미널과 카오슝터미널을 확보했다”고 홍보했었다.

그렇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현대상선이 확보했다던 도쿄터미널은 계약승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도쿄항부두 홈페이지에도 현재까지 계약자가 현대상선이 아닌 한진해운으로 명시돼 있다.

도쿄항부두가 현대상선의 터미널 계약 승계를 연장하지 않는 사유는 계약주체가 한진퍼시픽이 아닌 ‘한진해운’으로 돼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엄연히 법인이 다른데, 한진퍼시픽 지분을 인수한 현대상선에게 계약을 승계해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 항만업계 관계자는 “도쿄항부두와 계약서에 계약한 주체가 한진해운이었고 한진퍼시픽은 한진해운이 도쿄 부두 관리를 위탁한 법인이었지 도쿄항부두와 직접 계약이 없다”며, “게다가 도쿄항부두에서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계약해지 조건이 있었고 한진해운의 업무를 대리한 한진퍼시픽의 지분을 인수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은으로부터 지원받아 인수했다고 주장한지 한참이 지났는데 도쿄항부두에서 계약승계 불인정에 대해 최종 통보하자 갑자기 민사조정신청을 했다고 한다”며, “일본에서 조정은 3차례 정도 이뤄지는데 첫 번째 조정 전 유창근 사장이 도쿄항부두 사장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그쪽에서 만나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항부두는 우리나라 항만공사와 같이 도쿄항을 관리하는 정부소유 회사로, 도쿄항에는 오오이, 아오미, 시나가와 부두 등 3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이 운영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중 아오미 터미널의 제3호(A3)에 대한 영업관리권을 확보해 OOCL, 코스코의 선복교환 등으로 화물을 영업해 운영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쿄항은 우리나라처럼 항만공사와 별도 법인을 설립해 30~50년 장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도쿄항부두에서 개별 선석에 대한 운영권을 물량유치가 가능한 선사나 물류사와 계약하고 이들이 다시 하역만 전담하는 하역사와 계약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비용처리에 대해 매출로 잡지 않고 하역사와 항만관리당국에 지불할 대금을 지급한 후 남은 금액을 정산해 가져가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이같은 정산과 관리를 한진퍼시픽에 위탁했고, 한진퍼시픽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일본부문에서 2015년 매출 31억 3,576만 원, 영업이익 23억 6,476만 원을,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지난해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4억 1,375만 원, 37억 3,279만 원을 기록했었다.

이처럼 도쿄터미널 실적이 한진퍼시픽에 기록되다 보니 현대상선이 착각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계약주체가 한진해운으로 명확한데다, 터미널 인수를 추진한지 한참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 민사조정을 신청했다는 점은 상당히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 측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앞두고 시간을 끌거나 면피하기 위해 조정을 신청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항만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도쿄항에 기항도 잘 안하는데 부두 운영사정까지 알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실적 자체가 한진퍼시픽으로 잡혀있는데 현대상선에서 착각을 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계약서상 승계 불인정 사유가 명확한데 몇 달이 지나도록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민사조정을 신청해서 다들 황당해하고 있다”며, “계약서가 확실한데 조정을 진행해도 도쿄터미널은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 정부자금 지원 때문에 시간을 벌기위해 조정신청을 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업계에서 도쿄에서 기항도 안하면서 터미널만 인수한다고 했을 때부터 다들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었는데, 결국 인수도 못하는 것 가지고 정부 자금 지원받아 큰소리 친거였냐”며, “현대상선이 정부에 계속 자금지원을 해달라고 죽는 소리를 하고 있는 현 시점에 이러한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 자금지원 명분이 떨어지니 일부러 쉬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대상선측은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그런 일이 있느냐”면서, “확인해보겠다”고 하고는 수일째 묵묵부답이다.
 

▲ 출처-도쿄항부두주식회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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