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가 한진해운에 공짜로 인수한 지분 54% 중 20% 198억 원에 매입

-산업은행 “매우 잘된 거래” VS 해운업계 “현대상선 지원정책 재검토 돼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연이은 해외터미널 부실 인수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현대상선이 올해 초 인수한 미국 롱비치터미널(전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스 선사인 MSC가 한진해운으로부터 1달러에 매입한 54%의 지분 중 20%만 매입하면서 198억 원이나 지불한 것으로 확인돼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와중에 현대상선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 자금 중 대부분을 국내외 터미널 매입에 활용하겠다고 밝혀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재검토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KDB산업은행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지난 1월 198억 원을 지불하고 지분 20%를 확보한 미국 롱비치터미널은 원래는 한진해운 터미널이었으며, 한진해운은 해당 터미널을 MSC에 단돈 1달러에 지분 54%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한진해운이 MSC측에 1달러에 넘긴 지분 54% 가운데 20%를 현대상선이 198억 원이나 주고 샀다는 것이다. 관련업계는 현대상선이 해당 터미널 바로 옆에 CUT터미널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이렇듯 무리하게 인수한 배경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관련내용에 대해 묻자 “MSC가 채무도 인수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그렇다는 거지…”라고 시인했다.

당초 한진해운이 운영했었던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과 MSC가 각각 54%, 46%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우량자산 인수 명목으로 해당 터미널 법인(TTI)을 인수하려 했으나, 기존 주주인 MSC에 우선매수권한이 있어 MSC가 한진해운 지분을 확보한 이후 현대상선에 되파는 과정을 거쳤다.

MSC는 한진해운의 지분 54%를 확보하면서 물동량 개런티 및 기존 법인의 채무를 책임진다는 이유로 1달러에 매입을 했고, 현대상선에 되팔 때에는 이사회 최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인 20%만 매각하면서 198억 원을 챙겼다.

전 한진해운 관계자는 “MSC가 기존 채무와 물량 개런티 등을 책임진다고 해 1달러에 기존 한진해운 지분 54%를 확보했지만, 현대상선에는 이중 절반도 안 되는 20%를 되팔면서 우리 혈세 198억 원을 챙겼다”며, “MSC가 운영권을 쥐고 싶으니 54% 전체를 다 현대상선에 되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겨우 20%만 넘겨주면서 198억 원이나 받은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바로 옆에 CUT라는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사 터미널이 버젓이 있음에도 운영권도 없는 터미널 지분을 매입하는데 혈세를 낭비하고는, 기존 터미널인 CUT를 조기 반납하면서 향후 10년간 수백만 TEU의 물량까지 의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롱비치터미널 지분 20%를 비싼 가격에 인수해 국부유출 논란을 야기해 놓은 것은 물론, 조기반납에 따른 페널티로 바로 옆 CUT에 일정량의 컨테이너 물량까지 의무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앞서 본지는 현대상선이 LA항에서 머스크에 전대받은 CUT를 반납하는 대신 10년간 250만TEU를 의무적으로 머스크터미널(APMT)에 기항해 줘야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운업계는 자사 터미널이 있음에도 MSC가 한진해운으로부터 운영권을 포함해 사실상 공짜로 넘겨받은 지분의 일부를 현대상선이 운영권도 없이 거액의 자금을 내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자금이 산업은행이 한진해운 우량자산을 인수하라고 내 준 혈세(지원금)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자사 터미널이 없었다고 해도 MSC가 공짜로 받은 지분의 절반도 안 되는 지분을 매입하면서, 그것도 운영권도 없는 지분을 198억 원이나 지급하고 살 선사가 어디 있느냐”며, “하물며, 자사 운영 터미널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정부자금으로 롱비치터미널 지분 매입을 했는데 그 돈이 외국선사에 넘어간 것은 명백히 국부유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분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지원이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 한다”며, “이건 뭐 한 두 건도 아니고 산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인수한 거의 모든 해외터미널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니,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이 논란이 확대됨에도 불구, 정작 국민 혈세를 현대상선에 지원해 준 산업은행측은 오히려 “해당 계약이 매우 잘된 계약”이라고 추켜세우고 있어 업계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산업은행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TTI(롱비치터미널 운영법인)는 성공적이다”며, “그렇게 좋은 조건으로 따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CUT 조기반납으로 인한 물량 개런티가 발목을 잡고 있음에도 TTI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그래서 나가면서 머스크에다 물동량 개런티 해주고, 달랑 (TTI)지분 20%를 가지고 오면서 머스크(실제로는 MSC)랑 동등한 조건으로 물건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성공적이라고 답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현대상선측이 공시한 유상증자 문제까지 겹지자 관련업계는 산은의 ‘현대상선 감싸기’가 이미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미 정부자금 3,000억 원으로 한진해운 터미널을 인수한 현대상선에 연이어 터미널 인수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또다시 국내외 터미널 인수 등을 지원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해운도 항만도 모르니까 돈을 지급하고는 이후 상황은 살펴보지도 않고 현대상선측이 설명하는 것만 듣고 있으니, TTI 인수가 성공적이라는 말을 하는 것 아니냐”면서, “글로벌 선사 아무나 붙잡고 이번 미국 서부지역 딜(Deal)을 물어보면 잘된 인수라고 할 선사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하겠다고 하니 어쩌겠나 싶지만, 한편으로는 해운물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해운물류의 미래를 맡겨놨다는 사실이 한심해 업계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대상선이 투자한 터미널에서 발생한 일들이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이냐”며, “자사 돈이면 수백억 원이나 들여 MSC가 거저 받은 지분 중 일부를 매입했겠냐”고 분개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한데 국내외 터미널 인수 자금에 활용하겠다고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실권주까지 산은이 인수해 주는 호의(?)를 베풀어 주겠다고 하니, 앞으로 어쩌려고 저렇게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 해운에 미래가 있는지 정말 암담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산업은행 국정감사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자행한 ‘묻지마 투자’에 대해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채이배 정무위 위원실 관계자는 “산은이 현대상선의 자금지원에 정확하게 지원 항목의 목적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지원을 했는지, 제대로 썼는지, 또 나머지 부분은 어디에 썼는지 확인을 해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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