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2021년 개장 예정 2-4단계 터미널 지분 55% 보유…현대상선도 5% 확보

- 현대상선 HPNT 지분 매입 추진에 관련업계 “세금 낭비”

부산신항 전경. <데일리로그 D/B>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상선과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부산신항 HPNT 터미널 지분 인수와 관련, 산업은행이 오는 2021년 개장 예정인 2-4단계 부두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무리하게 같은 항만 내 다른 부두인 HPNT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업계는 2-4단계가 HPNT보다 위치도 좋고 사용기한도 훨씬 길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현대상선이 HPNT를 욕심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민자부두로 개발 중인 부산신항 2-4단계는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이 은행의 자회사인 대우건설이 각각 40%, 15%를 보유하고 있다. 2-4단계는 이미 지난해 2월부터 공사에 들어갔으며, 오는 2021년 2월 개장 예정이다. 현대상선도 해당 부두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며, 나머지 40%는 현대산업개발이 가지고 있다.

당시 산은은 정부 차원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관련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현대상선이 해당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때문에 모항인 부산신항에 거점이 없어 PSA HPNT 지분 30%를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재인수 하겠다는 현대상선의 논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불과 1년 전에 PSA에 해당 터미널 지분 40%를 800억에 매각한바 있다.

부산신항 2-4단계는 당초 현대산업개발과 현대상선이 각각 50%씩 지분을 출자해 건설키로 했던 사업이었으나, 현대상선이 해운시황 악화 등으로 자본금 납입이 늦어지게 돼 지분구조가 산업은행이 참여한 현재와 같이 변경됐다.

산은은 당시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운영키로 한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의 하나로 해당 사업에 참여했었다.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은 기재부가 2015년 산업은행 자금 15조 원과 민간자금 15조 원 등 총 30조 원을 조성해 SOC 투자사업 등 투자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을 중심으로 금융지원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시 현대상선측의 자본금 납입이 계속 늦어지면서 사업 진행이 어려워 졌었는데, 산은이 국내 SOC 사업 발굴을 위해 운영하는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으로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요청해 와 승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해당 프로그램의 하나로 부산신항 2-4단계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분 40% 만큼에 해당하는 PF(Project Financing)를 일으켜 자본금을 출자하기로 했었고, 지난 2015년 11월 해수부 및 관련 주주들과 투자 MOU를 맺은 바 있다. 산은은 전체 사업 금액 9,150억 원에 대한 PF 금융주선을 담당하고, 산은 자체적으로도 2,000억 원 이상 출자해 현재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산은에서 직접 2,000억 원 이상을 출연키로 했으며, 해당 금액은 공사가 진행하면서 필요한 상황에 따라 인출해 사용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해 줬다.

관련업계는 이 같이 현대상선이 자사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미 지분을 확보해 놓은 2-4단계가 있음에도 혈세 2,000억 원을 넘게 들여 같은 항만 내에 있는 HPNT 지분 매입에 열을 올리는 현 상황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021년 개장 예정인 2-4단계는 운영 시점부터 총 28년 11개월을 사용할 수 있어, 개장한지 10년 가까이 된 HPNT(2010년 개장, 30년 임대계약)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도 HPNT보다 훨씬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아울러, 민자부두는 기존 HPNT와 같은 비관리청 항만공사와 달리 자체적으로 금융을 일으켜 건설한 다음, 정부에 기부채납한 후 그 기한동안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4단계는 정부가 28년 11개월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해당 기한동안 항만공사에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부산신항에 HPNT보다 자리가 좋은 2-4단계가 있는데 왜 HPNT 지분 인수에 목을 매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PSA측에서 임대료를 안 깎아줘서 인수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2023년까지인 계약기간동안 최소한의 계약이행 후 2021년 2-4단계가 개장하면 이 부두에서 물량을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누가 생각해도 쉬운 길이 있는데 800억 원에 지분 40%를 팔고, 이보다 적은 30%의 지분을 2,000억 원이나 주고 되살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도 “민자부두는 기부채납 후 일정 기간동안 무료로 사용하는 대신 개발에 사용했던 비용에 대한 자금을 수익을 내 갚는 구조인데, 산은이 이를 주선했다면 현대상선에는 훨씬 유리한 입장인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 왜 말도 안 통하는 외국기업에 쩔쩔매면서 굳이 운영권도 없는 HPNT 지분을 비싼 값에 되산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고 혀를 찼다.

2-4단계에 대해 정부 정책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는 산은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조만간 개장 예정인 터미널을 산은이 쥐고 있음에도 담당부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현대상선의 HPNT 지분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이 현재 개발중인 터미널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현대상선에 중복투자 가능성이 높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산은내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금의 황당한 상황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부서와 현대상선을 담당하는 기업구조조정실은 별개의 부서인데, 산은 자체적으로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와 구조조정 부서는 서로 정보교환을 못하게 돼 있어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산은 자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 현대상선이 무리하게 HPNT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담당부서가 달라서, 정보교환이 안 된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는 국민 세금으로 중복 투자를 하는 것밖에 더되느냐”고 밝히고는, “설사 산은이 자사 방침으로 의견교환이 안됐다고 하더라도, 현대상선은 이 같은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텐데, 현대상선측이 구조조정실에 상황 설명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터미널 투자로 여러 차례 문제가 있었는데, 현대상선이 자사에 투입되는 엄청난 자금이 국민 세금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지한다면 지금이라도 현명한 투자 결정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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