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산신항에 2-4단계가 있는데 자리도 안 좋은 4부두를 수천억 원을 들여 재인수할 이유가 있습니까?”

현대상선이 지난해 매각했던 부산신항 4부두(PSA HPNT) 지분 재인수를 추진하겠다고 하자,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현대상선은 하역요율 절감을 위해 지난해 PSA에 매각했던 HPNT 지분 30%를 재매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매입가는 2,000억 원이 넘을 전망이다. 해당 터미널은 현대상선이 지난해 PSA측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40%를 매각할 때 800억 원을 받았었다. 경영권도 없는데다 매각 지분보다 적은 지분을 훨씬 높은 가격에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역요율을 낮춰 비용을 절감하고,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정식으로 승선하기 위한 경쟁력을 마련할 수 있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충분히 재인수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사실상 부산신항 2-4단계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현대상선측이 해당 터미널지분을 고가에 다시 매입하려는 의도에는 ‘왜’라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부산신항 2-4단계는 아직 개발 중에 있고 개장도 2021년으로 예정돼 있다. 부산항만공사(BPA)와 항만업계는 터미널 공급이 과잉돼 있어 민자부두인 2-4단계의 개장 시기를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미 파이낸싱을 담당했던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일부 공급받았기 때문에 계속 미루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개장 시기를 연장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청을 했지만, 이미 현대상선을 비롯한 출자사들의 자본금 납입이 늦어져 개장이 연기됐고, 수익을 얻기 위해 민간이 투자한 사업이라 정부도 마냥 개장을 연장시킬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4단계는 신항 초입에 있어 부산신항 내 터미널 중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현대상선에 투자를 검토했던 블랙록도 1조 원 투자 조건으로 2-4단계 지분에 대해 담보권을 설정해달라고 요구한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블랙록이 지분 5%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현대상선측에 2-4단계에 대한 담보권을 설정해 달라고 했다는 것은 산은이 55%를 가지고 있으면서 뒷받침해주고 개장 후 운영도 현대상선이 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대상선측이 욕심내고 있는 HPNT의 현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얼라이언스가 3개로 재편되면서 메인 얼라이언스도 유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믿었던 현대상선은 얼라이언스에 정식으로 가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량 처리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또 다른 항만업계 관계자는 “HPNT는 월 22만TEU 이상 처리해야 하지만, 얼라이언스 재편 후 17만TEU를 겨우 처리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는 얼라이언스 재편 전 현대상선이 소속됐었던 G6 물량이 뒷받침 돼 배당에 문제없겠지만, 내년에는 배당을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HPNT는 IMM 사모펀드에 일정부분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주주인 PSA와 현대상선이 각자 지분만큼 분담해줘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공시자료에도 약정 실행가능금액이 연간 46억 5,000만 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전 현대상선 관계자는 “내년 이후에는 배당 문제 때문에 오히려 IMM측이 현대상선에 매입해 줄 것을 사정할 것 같은데, 지금 비싸게 인수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부산신항 터미널 운영 체제의 재편도 충분히 검토를 해야 한다. BPA는 부산신항 터미널 운영사들이 PNC를 제외하고 한 개의 터미널에서 한 개의 얼라이언스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데다, 운영사간 과도한 경쟁으로 요율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터미널 운영사 통합이나 선석재배치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PSA가 지난해 현대상선의 HPNT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신항의 가장 안쪽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가장 안좋은 자리인 기존 1부두(PNIT) 하나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PSA가 PNIT와 HPNT 법인을 통합한다면, 현대상선이 HPNT 지분 40%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지분 가치는 줄어들 수 있다. PSA가 PNIT 지분 100%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신항의 터미널 통합에 현대상선이 HPNT도 확보하고 향후 개장하는 2-4단계를 개장해 양사를 통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양쪽 터미널 중간에 위치한 BNCT(5부두) 야드가 수직배열로 돼 있는 탓에 HPNT와 2-4단계의 통합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HPNT와 2-4단계는 수평배열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과 산업은행이 부산신항 4부두 지분 재인수에 얼마나 많은 검토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작금의 상황은 부산신항의 터미널 운영 재편이나 항만 터미널의 트렌드 변화 등 큰 틀에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단순히 비용절감만을 위해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면 이는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 이는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기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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