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지금 우리 모두의 관심사는 현대상선이 국민들의 혈세를 적법하게 썼느냐, 안썼느냐입니다. 부디 떳떳하게 밝히시길.”

현대상선의 방만경영 의혹을 밝혀달라는 국민청원이 진행되자, 한 청원 참여자가 남긴 댓글의 일부분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대상선의 방만경영 의혹과 관련해 과다 회식비 사용, 팀별 서무계 직원 등 4가지 의혹에 대한 자료 공개 및 개선을 요청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관련업계는 국민혈세가 투입된 이후 방만경영 의혹에 대한 여러 소문이 무성했었다. 이같은 내용은 댓글에도 나타난다.

참여자들은 “이런 얘기가 해운 관련 업체에는 공공연한 사실로 회자되고 있다”, “급여 외에 교통비로 월마다 팀장이 현금으로 나눠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해외 대리점 관리며 계약 등 운영 비용이 어떻게 나가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등 추가 의혹들도 댓글을 통해 속속 제기됐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는 이번 청원을 계기로 현대상선의 방만경영 의혹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 연말 송년회를 고급 호텔에서 했다느니, 상여금을 지급했다느니, 회식이 많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여러차례 흘러나왔다”며, “국민청원이 시작되면 청원 참여 수와 관계없이 권익위의 조사가 이뤄진다고 하니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 직원이라고 밝히면서 반박하는 글들도 눈에 띈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책임을 지시기 바란다”, “7년간 임금이 동결됐다”, “몇년전부터 돈이 없어 회식도 가능한 하지 않는다” 등이다. 그러면서도 서무계 직원에 대해서는 “1명 내지 없는 부서도 많다”, “팀에 1명 정도 배치되었지만 (중략) TO는 0.1명 이하로 책정된다” 등 관련 의혹을 반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해운업계는 과도한 회식과 해외출장도 문제지만, ‘서무계 직원 배치’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파산한 한진해운을 비롯해 법정관리를 졸업했던 대한해운, 팬오션도 팀마다 회식장소를 정하고, 서류 파일을 정리하는 직원을 별도로 두지 않았었다고 한다. 현대상선을 관리하고 있는 산업은행이나, 산은이 관리하는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전 한진해운 관계자는 “요즘 어떤 회사가 복사하고 서류정리하는 서무계 직원을 별도로 두는 곳이 있다고…, (현대상선이)개념이 없는 것 아니냐”며, “한진해운도 본부장급 이상에 비서 역할을 하는 직원이 별도로 있었지만, 전 직원이 로테이션으로 해당 업무를 맡았었다”고 전했다. 산은 관계자도 “산은에 입사한지 10년이 됐지만 서무 직원은 본적이 없고, 본인이 각자 알아서 했었다”며, “대우조선에도 3년간 근무했으나, 서무계 직원을 두지 않았는데 현대상선과 관련해 그러한 청원이 들어갔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본지는 이번 현대상선의 방만경영 의혹 논란에 앞서 혈세 3,000억 원을 지원받고 한진해운의 해외터미널 인수과정이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여러차례했음에도 불구, 어떤 이유에선지 정부의 관리감독은 소극적이었다.

설상가상 이같은 상황이 정리되기도 전에 현대상선의 방만 경영 의혹이 청와대에 접수됐다.

이달 말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 계획의 핵심 내용이 7월 출범할 해양진흥공사 예산 대부분을 현대상선에 집중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수 조 원에 달하는 국민혈세를 지원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현대상선에 대한 방만경영 의혹은 단순히 어떤 한 기업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에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은 투명 경영이다.

관련 청원에 한 참여자가 남긴 댓글에 현대상선은 대답해야 한다.

“조사해 보면 사실인지 아닌지 알겠죠. (중략) 사실이 아니라면 다행인거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죠. 혈세가 투입되고 있어요. 투명하게 해야겠죠. 억울할 거 없어요. 세금으로 월급받고 계시니 국민들 요구에 따르는 건 당연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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