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편집국장] ‘한국해운 재건’이란 거창한 타이틀을 두고 두 해운업체가 맞붙었다.

현대상선과 SM상선, 양사는 최근 선복 교환 등 상호 협력 문제를 두고 전례 없는 설전을 벌였다. 현대상선측은 지난 13일 국내 원양국적선사 간 협력이 불가하다는 뜻을 내비치며 SM상선측이 제안한 협력을 공식 거부했다.

하루가 지난 14일 SM상선측은 현대상선측이 협력을 거부한 5가지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양사가 주장하고 있는 요점은 현대상선은 협력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고, SM상선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유이한 ‘원양국적선사’ 간 이 같은 다툼을 두고, 단순히 경쟁업체간 ‘밥그릇 싸움’이라 치부할 수 없는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번 다툼은 SM상선이 제안한 양사간 협력을 현대상선이 거부한 것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대한민국 해운재건’이라는 명분 아래 올 하반기 설립될 해양진흥공사의 자금 5조원을 사실상 독식하겠다는 현대상선과 나눠먹자는 SM상선 간 다툼이다.

최근 현대상선측의 행동은 ‘수조원의 지원자금은 현대를 위한 것이니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는 투가 역력하다. 현대상선이 이러한 자격이 있는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리도 떳떳하게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냉정히 따진다면 현대상선은 지원자금을 한 푼도 받을 자격이 없다.

그들은 세계 유수의 선사들이 앞다퉈 대형 ‘컨’선을 발주하고 있으니, 이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이러한 흐름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들이 이렇게 요구할 자격이 있는가. 2016년까지 현대상선은 부실덩어리 기업이었고, 정부의 지원자금이 투입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의 경영성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지원받고서도 1조 2,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아직 사실확인이 되진 않았지만, 청와대 게시판 국민청원에 현대상선의 방만경영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까지 올라오면서 기업이미지도 땅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수조원에 달하는 추가 지원자금을 독식하려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뻔뻔함을 넘어서는 것이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정부가 현대상선 위주로 해운산업을 재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현대상선의 착각은 정부의 이러한 시그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현재로서는 이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드류리 등 세계 유수의 해운조사기관이 현대상선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더군다나, 앞으로 수조원의 자금을 현대상선에 투입하더라도 이 회사가 세계해운시장의 리딩기업군에 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현대상선에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면 마치 수년 내에 리딩기업군에 들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선복량 기준, 현대상선은 29만TEU로, 1위 머스크(420만TEU)나 2위 MSC(320만TEU)에 비해 10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오는 2019년 이후 2M과의 제휴가 연장되지 않으면,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되더라도 향후 현대상선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타 얼라이언스가 현대상선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뜩치 않다. 때문에 시기적으로 지원자금 투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함에 있어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위험요소 최소화’와 ‘투자효과 극대화’이다. 지원자금을 독식하기 위해 SM상선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는 현대상선에 정부가 올인한다면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더러, 해운산업의 리스크를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운산업 재건’의 주요 내용은 원양 컨테이너 선사 부활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조만간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국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향후 국내 해운산업의 방향과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때문에 정부의 계획은 조심스럽고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재건계획이 실패한다면 향후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세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국민세금은 특정업체의 쌈짓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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