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8.12.13 목 14:36

현실 외면한 해운재건 로드맵…실망한 해운업계

해운업계, “조선에 해운 끼워 넣으려는 발상이 문제” 김수란 기자l승인2018.04.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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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근해 항로별 특성화 전략 부재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크게 아시아권과 유럽권 선사들로 나뉜다. 통상 유럽권 선사들은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확대와 M&A를 통한 성장을, 아시아권 선사들은 국가 재건을 통한 국가 발전과 맞물린 성장을 각각 지속해 왔다. 머스크를 비롯한 유럽선사들은 전통적으로 M&A를 항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또 이들 유럽 국가에서는 자국 화물을 자국선사에 실어야 한다는 정책은 없지만, EU라는 끈끈한 틀 안에서 유럽화물을 아시아권 선사에게 넘겨주는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대로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권 선사도 자국화물이 자국선사에게 실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반면 우리나라는 M&A를 통한 글로벌 선사를 육성하지도, 자국화물을 우리나라 선사에게 밀어주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A ‘컨’ 선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 국가별로 원양시장에 구분된 전략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대상선에 초대형 ‘컨’선 20척 발주시키는게 다라고 한다”고 지적하고는, “정부가 근해시장이라는 나무만 보지 말고 원양시장이라는 숲을 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본지는 글로벌 선사들의 성장 배경과 국내 해운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고도 제대로 된 해운정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 알아봤다<편집자 주>.

-M&A로 성장한 머스크

글로벌 1위 선사인 머스크는 컨테이너 선사들의 M&A를 가속화 시킨 대표적 선사로 꼽힌다. 머스크가 지금만큼의 반열에 오르게 한 M&A의 시작점은 1999년 실시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사 사프마린(Safmarine Container line)과 미국의 컨테이너 박스를 최초 개발한 씨랜드(Sealand)를 인수했을때 부터이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사프마린은 미국~남아프리카 항로와 유럽~남아프리카 항로의 강자로, 머스크가 인수할 당시 ‘컨’선 50척, ‘컨’박스 8만개를 운용하는 중견선사로 남아공 수출의 36.3%, 수입의 52.5%를 점유하고 있었다. M&A 후 별도 운항 체제를 유지하다 실질 통합 운영은 2011년께에 이뤄졌다.

씨랜드는 1956년 세계 최초로 미국 동안에서 ‘컨’ 운송을 개척한 ‘컨’산업의 상징과 같은 회사로, 터미널 18개를 포함해 현금 8억 달러에 인수됐다. 인수 당시 사명까지 머스크 씨랜드로 변경했지만 2005년 네덜란드 물류회사인 P&O 네드로이드(NED Lloyd) 인수 후 현 머스크 라인으로 돌아왔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P&O 네드로이드는 2000년대 초반 영국선사 P&O사와 네덜란드 회사 NED가 합병한 회사로 유럽항로에 강점이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이 당시 유럽항로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아시아 항로를 운항하는 싱가포르 소재 자회사 MCC를 통해 아시아 항로 영업도 강화했다고 한다. MCC는 머스크가 1994년 덴마크선사인 EAC를 인수하면서 EAC의 자회사인 말레이시아 BSD를 개명한 회사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아시아항로를 운항하는 MCC 마저도 동남아 국가의 선사를 인수한 것”이라고 전했다.

머스크의 활발한 M&A 전략은 지난해까지도 이어져 독일 선사인 함부르크 수드까지 삼키면서 꾸준히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M&A로 신규 항로 진출 혹은 항로 점유율 높여

머스크를 비롯한 선사들이 M&A를 통해 얻은 것은 항로 점유율이다. 머스크 전 임원 라스 옌센은 자신의 저서 ‘1825일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머스크는 2000년대 중반 자사의 스타라이트 전략이 ‘항로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 결과 머스크가 씨랜드 인수 후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여러 항로에서 규모가 크지 않다는 문제점이 드러나 P&O 네드로이드 인수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또 “머스크는 태평양 항로에서, P&O는 대서양과 아시아~유럽항로에 강점이 있어 양사가 1990년대 협업을 했었다”고도 밝혔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머스크는 미주항로 강자인 씨랜드 인수로 미주 항로 점유율을 높이고 아프리카 항로 강자인 사프마린으로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사프마린 인수 전까지 아프리카 시장에 진입을 못했었는데, 아프리카 시장 최대 선사를 인수하면서 해운시황이 폭락한 이후에도 아프리카 항로에서 상당한 수익을 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3위 CMA-CGM도 마찬가지다. 2005년 아프리카 항로 강자인 프랑스 선사 델마스(Delmas)를 인수했다. 또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2016년 싱가포르 선사 NOL(APL, 미국·싱가포르선사)을 삼키는 등 외형확대를 위해 M&A를 적극 활용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상선대 해운이 제국주의 식민지 개척 당시 성장한 측면이 크다보니 과거 아프리카 식민지를 일궜던 유럽선사들이 아프리카 항로에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아프리카에 프랑스 식민지기 많았던 탓에 CMA-CGM를 비롯한 북유럽 선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한국선사들은 진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전했다.

독일선사 하팍로이드도 2005년 CP(Canadian Pacific) 쉽을 통해 미주와 대서양 항로를, 2010년대 이후 칠레선사인 CSAV(2014년)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선사인 USAC(2016년)을 잇달아 인수해 남미항로와 중동항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물론 M&A가 꼭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1997년 한진해운이 독일 2위 선사인 DSR-세나토(Senato)를 인수한 것은 한진해운에서도 실패사례로 꼽힌다. 이 M&A는 기존 유럽의 동서항로만 운항하던 한진해운이 세나토가 운항하던 유럽 남북항로와 대서양 시장을 진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전 한진해운 관계자는 “한국선사가 독일회사, 그것도 동독회사를 인수했는데 잘됐을 리가 있겠느냐”며, “초반에는 별개 회사로 운영하다 물류와 운항을 통합하고 영업만 별도로 하다 결국 접었다”고 전했다.

또 CMA-CGM에 인수당한 싱가포르 선사 NOL도 원양 노선 진출을 위해 1997년 미국선사인 APL을 인수했지만, 실패오 귀결되면서 오히려 CMA-CGM에 인수를 당했다.

-아시아 선사, 국가 재건에 따른 해운 발전

이같이 유럽선사들이 타국 선사와의 M&A를 통해 항로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성장을 했다면, 아시아 선사들은 국가 발전 전략에 의해 성장한 측면이 크다.

중국의 경우 덩샤오핑 국가 주석 체제에서 코스코와 차이나 쉬핑이 만들어져 자국 화물 수송을 위주로,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정부가 선사를 만들고 산업화가 가속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컨’선사들이 성장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전쟁 패전국과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을 위해 해운산업이 발전했다. 일본은 세계대전 패전국과 원전피해, 재벌해체 등을 겪으면서 ‘자국 화물=자국수송’ 원칙에 의해 종합상사형 ‘컨’선사를 만들어 키워나갔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원조와 산업화에 따른 해운발전이 이뤄졌다. 다만, 타 아시아 선사들과 다른 점은 양대 선사의 태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베트남 전쟁에 따른 미국의 전쟁물자 수송을 위해 탄생했다는 점에 반해,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폭발적 성장에 기댄 일본식 종합상사형 선사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 전쟁의 전쟁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씨랜드(현 머스크)와 합작회사로 탄생해 미 군수물자 수송이 주력이었다”며, “현대상선은 알려진대로 그리스 선주가 현대그룹 조선소에서 유조선을 발주해놓고 인수해가지 않아 만들어진 선사로, 두 선사는 태생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미주항로에 강점이 있었던 것도 씨랜드와 합작해 정기서비스를 꾸준히 해 브랜드를 알렸기 때문인 것이다. 또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진 않지만, 유럽선사와 같이 글로벌 M&A를 주도하면서 선대를 늘렸다.

반면 현대상선은 글로벌 시장에서 M&A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끌던 현대그룹의 영화에 힘입어 전 계열사의 모든 화물들을 실어나르는 종합상사형 선사로 ‘컨’ 부문에서 한진해운과 같이 특정항로에서 강점을 키우기 어려웠다.

전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과거 그릅 계열사들의 물량을 토대로 영업력을 늘려나간 케이스라서 ‘컨’처럼 항로 점유율을 높여 3자 영업을 강화해 수익을 내 외형을 확대한 선사들과는 스타일이 달랐다”고 말했다.

-김빠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정부는 한진해운이 파산된 이후 원양 선사를 키우기 위한 정책지원을 약속했다. 때문에 해운업계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한 SM상선에 대해 현실적이고 화끈한 지원 방안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계획안에는 ‘선박발주를 통한 선대확장’이 핵심이었다. 단기 자금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던 ‘컨’선사들에게는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발주 방안만 포함돼 있고, 벌크선사들에게는 생각지도 않았던 선박 발주 방안이 담겨있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를 도와주기 위한 정책방안이라고 포장해 놓고 결국 지난 정권들과 똑같이 실상은 국내 조선소를 지원하기 위한 방책뿐이라는 점에서 해운업계의 실망감은 분노로 변하고 있다.

한 벌크선사 관계자는 “배값이 싸서, 환경규제 때문에 선박발주를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금융권에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선사들이 대부분이라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내후년에 시행하는 환경규제를 걱정하게 생겼냐”면서, “재건계획에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한국해운의 폭넚은 지원방안이 될 것이라고 하더니, 선사들의 현실을 외면한채 공무원들이 제멋대로 만들어서 내놓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형 벌크선사 관계자도 “가스공사나 한전같은 국가 공기업의 전용선대 입찰이 몇 년간 없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해운 재건에 그런 이야기가 왜 포함돼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전세계적으로 선박공급 과잉 때문에 전 선형대가 시황 회복이 안돼 몇 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조선소 살려주겠다고 또 발주를 조장하면 우린 언제 해운시황이 회복돼 돈을 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 ‘컨’선사 관계자도 “현대상선에만 국한된 지원책이 아니라고 설명해놓고 결국 현대상선에 초대형선 20척 발주를 지원하기 위해 벌크니 전용선이니 죄다 가져다 붙인 것 같다”며, “정부가 도대체 업계 누구 말을 듣고 이렇게 훌륭한(?) 정책을 내놓은건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또 지난 대선 민주당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컨’ 적취율 70% 이상에 대해서도 ‘적취율을 끌어 올리겠다’며 이를 위해 ‘화주상생펀드’를 활용하겠다는 점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화주가 선박에 투자했던 적은 2000년대 중반때나 가능한 일이고, 당장 화주들도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의 화물을 실을 선박에 투자하라고 하면, 할 곳이 있겠느냐”며, “은행도, 선사도 선박투자를 꺼리고 있어 해양진흥공사를 만들어 대신 발주시키는 정책이 나왔는데, 화주더러 선박에 투자해 배당만 받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목적이 이윤 극대화고 특히나 상장기업은 매출을 올리는게 우선인데, 자사 매출로 잡히지도 않고 배당만 받아가는 구조를 누가 반기겠느냐”며, “현실적으로 ‘컨’적취율 올리기가 어려우니 이미 국적선사가 수송하고 있는 공기업들 벌크 물량까지 집어넣어 전체 화물에 대한 적취율이라고 말을 바꾼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적취율로 물량 뒷받침 후 글로벌 M&A 필요
   
 

글로벌 선사들 중 무작정 ‘컨’선박만을 대거 발주해 선복량을 늘려 성장한 선사는 없다. 자국화물을 통합한 자국선사에게 지원하거나, 은행이 주인이 되면서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하거나, 항로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M&A를 통해서만 몸집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전략에 실패한 선사들은 먹히거나, 합병하거나, 파산했다.

특히, 그룹사에 화주와 조선소를 가지고 복합적인 종합상사형 선사를 지향했던 일본 3사는 결국 ‘컨’선사를 제외한 선대만 남기고 사실상 ‘컨’선대를 정부에 내놨다. ‘컨’선사 관계자는 “자동차를 비롯한 벌크부문은 괜찮은데 ‘컨’부문만 적자가 나고 있으니 일본 3사가 사실상 정부더러 책임지라고 던져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우리나라 원양선사들이 글로벌 시장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외국 선사들의 사례를 교훈삼아 자국선사에게 자국화물을 밀어주고 원양항로에 강점이 있는 선사를 M&A함으로써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원양선사와 근해선사들에 대한 각각의 지원이 명확하게 분리된 정책은 필수라고 한다. 현대상선이 2M에 반토막으로 승선하고, 한진해운 미주노선 5개를 인수한 SM상선이 고작 1개 노선만 운항하게 되면서 세계 원양시장에서 경쟁해야할 선사들이 근해선사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정리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구조조정을 한답시고 근해선사들 갯수나 줄이라고 하는데, 근해선사들은 시장에서 도태되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대상선이 애들 노는데 들어와서 대장노릇하고, 원양노선한다고 한진해운 미주노선 인수해놓고 근해항로를 비집고 들어오는 SM상선이다”고 전했다.

이어 “SM상선이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5개를 인수하고 1개밖에 운항하지 못하는 이유를, 현대상선을 어떻게 해야 원양항로에서 강점을 갖게 할 수 있을지, 이러한 문제들을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며, “이러다간 현대상선 하나만 남기고 작은 선사들을 다 죽을 수도 있으며, 원양선사 없이 근해선사도 힘들지만, 반대로 근해선사 없이 원양선사도 존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도 “애시당초 조선과 해운이 같이갈 수 없다는 것을 지난 정권의 정책을 통해 입증이 됐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정책이 나왔다”고 밝히고는, “정부가 일단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한 SM상선에 대한 제스처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 원양선사들에 대한 적취율을 끌어올려 일정부분 경쟁력을 갖추게 한 다음, 이후 부족한 항로에 대한 M&A를 추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정부가 근해시장이라는 나무만 보지 말고 원양시장이라는 숲을 보고, 글로벌 선사 육성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수란 기자  sooran@daily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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