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공짜 분류비’ 문제, 본사가 해결해야”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0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택배터미널에서 이뤄지는 분류작업은 택배기사가 하고 있지만, 회사로부터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17일 “CJ대한통운측에 택배터미널 분류작업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 줄 것을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어 내달 중 택배기사들 1,000여 명이 참여해 집단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측의 이러한 방침은 최근 정부가 ‘근로기준법’을 개정,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것과 맞물려 택배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택배노조측은 “장시간 노동의 폐해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 어떤 직종보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전하고는,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새벽부터 진행되는 분류작업 때문임에도 택배회사들은 아무런 대가를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3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을 촉구하며, CJ대한통운측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교섭요구사실도 공고하지 않는 등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에 한 달이 넘는 서명을 벌인 결과,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1,000명이 소송에 참여키로 했다”고 밝히는 등 향후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CJ대한통운측은 노조원들이 자사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교섭에 임할 이유가 없고, 실질적 계약관계인 각 대리점과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노조는 1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CJ대한통운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을 신청, CJ대한통운이 실질적 고용주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가 제출한 신청서에는 CJ대한통운이 ‘실질적 고용자’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조합원들이 CJ대한통운이 소유, 관리하면서 제공하는 터미널 내 레일 등 설비에서 분류작업을 시행하고 있는 점 ▲분류 설비의 속도, 조건 등 조작 및 환경을 전적으로 CJ대한통운이 결정하고 있는 점 ▲분류 작업 개시 시점이 CJ대한통운의 배송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점 ▲CJ대한통운과 대리점 간 도급계약서 및 대리점과 조합원들 간 위수탁 계약서상 조합원의 수입은 집하 및 배송 수수료로만 명시돼 있고, 분류작업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 등을 꼽았다.

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이 교섭사항으로 요청한 분류작업 개선 등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따라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30조, 제81조 3호 등에 따라 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CJ대한통운측은 노조가 요청하고 있는 ‘분류작업비 무상 제공’ 부문에 있어서는 건당 배송수수료에 포함돼 있다고 일축해 왔다.

노조측은 “CJ대한통운측이 건당 배송수수료에 분류비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최근 경주 택배노동자들이 쟁의행위로 분류작업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전 달과 동일하게 수수료가 지급됐다는 점은 회사측의 이러한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와 CJ대한통운 간 이 같은 대립은 택배시장 전체에도 팽팽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조측 주장대로 실제로 소송이 이뤄진다면 택배업계는 그 자체로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측 주장이 무리한 측면이 있지만, 어찌됐든 만약에 CJ대한통운이 소송에서 진다면 모든 택배업체가 분류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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