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발주 관련, 해수부 역활에 선 그어

 

▲ 현재 운항 중인 선박중 가장 큰 컨테이너선인 OOCL(코스코 인수)의 2만 2,000TEU급 OOCL홍콩호. 현대상선은 이보다 더 큰 2만 3,000TEU급 선박 12척을 발주한다고 공표했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발주는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후 공사를 통해 발주할 것이다.”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위원회 회의 시작 전, 기자와 만나 현대상선 초대형 선박 조기 발주와 관련해 “공사가 설립되면 공사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차관은 해양진흥공사 설립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당초 해수부는 3월 중 선박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공사 설립 전에라도 선박금융을 지원해 신조발주를 조기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초대형선 발주가 확정적이었던 현대상선은 공사 설립 전 선박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초대형선이 발주되면 해양진흥공사가 선박을 소유하고 현대상선이 용선을 하는 형태로 진행돼야 하지만, 공사가 직접 선박을 보유할 수 없는데다, WTO 규제 등에 발이 묶였다. 이에 따라 공사가 자회사 만든 후, 이를 통해 선박발주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진흥공사가 선박을 직접 보유하기 어려운데다, WTO나 각종 국제 규제를 비켜가기 위한 방안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수부가) 섣부르게 선박을 조기발주한다는 정책판단을 내린게 아닌가 싶다”며, “이미 금융권이나 업계에서는 조기발주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20척 발주 계획은 진흥공사로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어 출범 이후 선박 발주 규모를 재조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차관의 이 같은 발언도 공사 설립 후 모든 정책적 판단은 공사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 현대상선에 20척을 모두 발주시킨다고 하더라도 향후 조기 반선이라던지, 계약 불이행 등의 돌발상황에 따른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사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대량의 초대형선을 발주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공사 직원들이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초대형선에 대한 발주 지원 검토를 타당성 조사부터 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도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20척 발주가) 괜찮은 딜(Deal)이었다면 선박금융이 경색되서 애먹고 있는 산업은행에서 지금처럼 마냥 손놓고 있진 않았을 것”이라며, “산은이 같이 해줘야 하는 딜일 수밖에 없는데, 공사 설립 후에는 발주 규모가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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