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서라면 현대상선에 직접 5조를 투입하는 것보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를 인수해 현대와 합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 아닙니까?”

최근 현대상선에 정부가 5조 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산업은행 및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현대상선에 선박과 터미널을 인수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향후 5년간 5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보도에 대해 검토 중이나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업계는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상선에 추가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현대상선이 ‘특별관리 선사’이기 때문에 정부가 자금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현대상선에 대한 자금지원 명분이 국가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면 더더욱 자금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다수의 관계자들이 ‘현대상선에 5조 원을 투입하면 한진해운 파산 이전으로 국가 해운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이는 현대상선에 시장이 신뢰를 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지난 2년간 현대상선측이 보여온 경영 행보가 의심을 받는 것이다. 13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고, 적자 폭도 늘어나고 있으니, 현대상선측도 이 같은 시장의 반응에 불만은 없을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총 지원금 5조 원 중 3조를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2조를 재무구조 개선과 터미널 인수 자금에 사용한다는데, 답답하다”며, “현대상선에 초대형선과 터미널이 확보돼도 얼라이언스 재승선은 고사하고 글로벌 순위권 문턱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의 트렌드가 M&A로 바뀐 지 한참 됐는데, 정부가 우리나라 해운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싶은 것은 맞는지 궁금하다”고 우려했다.

업계의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세계 4위 선사인 프랑스 CMA-CGM이 5위인 독일 하팍로이드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선사인 코스코가 홍콩선사 OOCL을 인수하면서 CMA-CGM을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서자 CMA-CGM이 궁여지책으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양사는 공히 이 같은 M&A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의 전례에 비춰볼 때 대다수 M&A설은 사실로 확인돼 왔다.

A선사 관계자는 “하팍로이드의 주주로 글로벌 포워더인 퀴네나겔측이 CMA-CGM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는 하나, 인수가를 띄우기 위한 것인지 진짜 반대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 않느냐”며, “이번 M&A가 현실화 되면 포워더인 퀴네나겔 입장에서는 CMA-CGM과의 거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굳이 끝까지 반대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현대상선에 추가로 5조 원을 투입하는 것 보다, 해당 자금으로 글로벌 선사를 인수하는 것이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코스코(COSCO)가 60만TEU 규모의 OOCL을 인수하면서 7조 원 가량을 투입한 전례로 볼 때, 5조 원이면 꽤나 괜찮은 선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얼라이언스에도 정식 승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때문에 큰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현대상선에 막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항만업계 관계자는 “코스코가 OOCL을 너무 비싼 값에 인수했다고 하는데, 인수 당시 보다 현재 ‘컨’선 시장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5조 원이면 괜찮은 선사를 인수하고도 남을 충분한 자금”이라며, “코스코의 M&A도 정부가 나서서 추진한 결과물인데, 해운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면 현대보다 선복량이 높은 PIL이라도 인수하는 것이 나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혈세를 집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에는 ‘국가 해운경쟁력 강화’라는 거부할 수 없는 근본적 목적을 필요로 한다. 정부의 근본적 목적이 현대상선을 살리는 것인지, 국가 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 회복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 현대상선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 외에 다른 길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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