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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근의 順流] “골병들기 좋은 직장, 택배입니다”

오병근 기자l승인2018.09.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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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택배현장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한 택배회사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2명이 숨졌습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이들은 남들 다 퇴근하는 어둠이 찾아오면 일을 시작해 다음날 오전에 퇴근합니다. 택배노조측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12시간 30분을 근무하면서 쉬는 시간이 1시간도 채 못 된다고 합니다.

위험에 노출된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 6시에 출근해 점심시간도 없이 택배차량에서 허기만 때우기 위해 김밥이나 햄버거를 뱃속으로 우겨넣고 또다시 핸들을 잡는 택배기사도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택배현장에서 근무한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쓰러져 가고 있지만, 본사에서는 자사 직원이 아니라며 강 건너 불구경입니다. 아무리 따져 물어도 본사측은 “대리점이 당신을 고용했으니, 그 쪽에 알아보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필자는 그동안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택배현장은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쟁터도 아닌데,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쉬쉬 하고는 있지만, 물류센터에서 불법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일은 비일비재 하다고 합니다. 일이 너무 고되다보니 힘 좋은 20대 청년들도 1시간만 일하면 “돈도 필요없다”며 줄행랑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물량은 밀려들어 오는데, 각 배송처로 분류를 하지 못한다면 물류센터의 컨베이어는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속된 말로 ‘빠그러지는’ 것입니다. 물류센터는 이렇게 ‘빠그러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합니다. 고객과의 배송 약속(?)을 지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본사의 문책만이 남습니다. 때문에 무리한 작업 스케쥴은 반복되고, 결국 사고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사업장에서 잇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뤄져야 합니다. 때문에 원인과 향후 대책방안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합니다. 사망사고도 심각한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것은 물류현장에서 골절, 타박, 피로 등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단순사고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죽지 않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말이 물류현장에서 나오겠습니까. 일 하는 사람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오늘 보낼 물량만 처리하면 된다는 심리가 오늘날의 물류현장을 만든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CJ대한통운 옥천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근로자가 화물을 취급하던 중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이 회사가 자랑하는 대전메가허브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감전사로 숨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잘못했다. 책임을 지고 해결하겠다”는 그 흔한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은 ‘도의적 책임’이란 말을 애용합니다. 아마도 그들은 해당 근로자를 고용한 주체는 본사가 아닌데, 잘못 말했다가는 엮여 들어갈 것을 우려하는 듯합니다.

근로기준법은 4시간 근무하면 30분 휴식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류현장에서는 이러한 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물류센터에서는 컨베이어 밸트가 돌아가는 동안 자리를 뜰 수 없으며, 배송현장에서는 끼니를 걸러야 그날 배정받은 분량을 배송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있어 법은 남의 나라 얘기입니다.

물류센터 분류 아르바이트가 ‘극한 알바’로, 택배 배송직은 ‘밑바닥 인생만 할 수 있는 직업’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지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현재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을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 기업 CJ대한통운의 택배전략은 ‘배송 밀도’입니다. 그들은 배송지역의 밀도만 높인다면 오전, 오후 2회전 배송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사람들은 배송기사들이 하루 300~400개의 박스도 배송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배송기사들의 수입으로 연결된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니 본인만 부지런하면 큰 돈을 벌수 있다는 말로 유혹합니다. 실제로 이 회사 배송직원들은 하루 300개 이상의 박스를 배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번 돈에 대해 회사측과 노조가 주장하는 수입은 제각각이니 무어라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된 노동이 지속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밀도 배송은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택배 일 보름만 하면 10kg이 빠진다’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대다수 택배근로자들이 겪는 일입니다. 이는 물류센터에서도, 배송현장에서도 적용됩니다. 어떤 이는 “적응이 되면 괜찮아 진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1t 똥차 한 대로 이 정도 벌이가 어디 있겠냐”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모두 맞는 말입니다. 필자가 현장을 취재할 때, 간혹 그들 스스로도 이러한 말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위험한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는 느끼지 못하는 건강 문제가 조만간 본인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름 만에 10kg이 빠지는 상황이 분명 정상적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전 6시에 출근해 밤 10시 퇴근할 때까지 강도 높은 노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12시간 넘게 일하면서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삶이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언제까지 고된 노동을 할 수 있을까요. 택배현장을 구성하는 인력 중 가장 많은 연령대가 한 가정을 책임지는 40대입니다. 이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이들이 무너지면 한 가정이 무너집니다.

혈기왕성한 20대들도 3시간만 하면 혀를 내두르며 도망가는 직장. 하루 300~400개를 배송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사람을 끌어 모아 놓고서는, 쓰러지니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니 책임질 수 없다는 직장.

“골병들기 딱 좋은 직장. 택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병근 기자  bkfree@daily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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