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람차방 2선석 주면 2020년까지 연장”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해양수산부가 내년 6월 계약이 종료되는 자성대 부두의 운영권을 두고 운영사인 허치슨측에 태국 람차방항의 일부 선석을 내놓으면 연장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는 과거 정부가 허치슨의 계약만료건만 논의되면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상황과는 달리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환영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수부는 허치슨에 내년 6월까지인 자성대 부두 운영기한을 부산북항 재개발 전인 2021년까지 연장하려면 허치슨이 운영하는 태국 람차방항의 2개 선석에 대한 운영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허치슨이 람차방 터미널의 2개 선석을 내어줄 경우, 해당 선석을 K-GTO(한국형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를 육성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BPA(부산항만공사)나 KSP(한국해운연합), 혹은 BPA 단독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허치슨이 이 같은 제안을 거절한다면, 북항 감만과 신선대 통합법인에 자성대 운영을 맡길 예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수부의 복안은 부산항에 3대 GTO가 다 들어앉아 있는 상황이라서 하나라도 빠지는 편이 좋고, 업계도 그러길 원하고 있어 허치슨 계약 종료 후 잔여기간을 가급적 통합법인에 맡기고 싶어한다”며, “만약 허치슨이 람차방항 일부 터미널을 내어준다면 KSP 선사들이 기항하고 BPA에 운영을 맡겨 BPA를 글로벌 운영사로 성장시킬 수 있어 나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허치슨은 해수부가 전에 없이 강경하게 나오자 ‘적자 속에서도 임대료를 한 번도 체납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후 람차방항 2개 선석을 내주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허치슨의 최근 정책기조가 신규 항만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고 운영 상황이 좋은 항만은 투자를, 그렇지 못한 항만은 과감히 접는 방향으로 결정함에 따라 적자가 나고 있는 람차방 2개 선석에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는 전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부두 임대계약자인 허치슨이 임대료를 체납하지 않고 내는 것은 당연한 처사임에도 이러한 이유를 들어 부두계약 연장을 주장할 정도로 반발했지만, 해수부가 강경하게 나오니 한 수 접은 것”이라며, “허치슨이 최근 자사 정책에 따라 적자나는 항만을 정리하고 있는 입장이라 실적이 좋지 못한 람차방을 내주고 부산항에 지분이라도 가지고 있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허치슨에 요구하는 선석이 적자가 심하고 다른 터미널도 있어 해수부 요구대로 내어줘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부산항에서 아예 손을 떼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으니 본사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업계는 해수부의 이 같은 패키지 협상에 대해 ‘신의 한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수부가 허치슨에 얼마나 끌려 다녔느냐”며, “정책에 있어 정부의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이번에 업계가 염원하던 허치슨과 자성대 계약에 대한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추후 BPA나 K-GTO의 람차방항 운영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허치슨과의 긴 악연이 이번 기회에 재정립되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영업력 좋은 허치슨이 운영해도 적자가 났던 람차방항을 KSP 기항만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운영 노하우도 없는 BPA가 운영하게 된 이후의 상황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수부는 허치슨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현 시점에서 람차방항의 운영상황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람차방항의 운영권에 대해 허치슨으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항만을 누가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는 좀 이른 것 같다”며, “만약 람차방항 2선석을 넘긴다면 수익구조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벌써부터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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