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남기찬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이 대규모 조직개편을 예고하면서 BPA가 술렁이고 있다. BPA 역대 사장 중 취임 직후 이처럼 조직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건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조직내에서의 긴장감은 꽤나 고조돼 있어 보인다.

남기찬 사장은 직원들의 '자리 만들어 주기 문화' 등 고질적 병폐로 지목돼 온 인사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BPA의 인사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BPA가 출범한 지난 2004년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였다. 이 같은 조직문화는 초창기 컨테이너부두공단, 해수부, 부산시 등 이른바 ‘관(官)’ 출신 인사들이 대거 BPA로 옮겨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후 BPA는 ‘관’ 출신들을 한데 묶어 '컨'공단 출신들로 통칭됐으며, 이 외에 특채나 외부 민간기업 등에서 영입된 인물들에 대해서는 '외부사람'으로 통했다. 조직이 출신성분에 따라 두 부류로 나뉘어 진 것이다. 문제는 이 중 ‘컨’공단 출신들이 BPA에서 주류로 통하면서 주류=‘컨’공단 출신이 되고 외부 인물들은 정치권 등의 특별한 연줄이 없으면 비주류로 분류됐다.

국회 관계자는 “공공기관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문제지만, 주류로 나뉘는 라인들이 서로 자기 사람들만 밀고 당겨주는 문화는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들의 악습인 패거리 문화 중에서도 가장 안좋은 케이스”라며, “임기제의 사장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동안 주류가 비주류가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조직이 자리를 잡고 서로의 견제를 통해 발전을 하는데 특정 라인에서만 지속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면 조직이 정체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특정 라인'에 대한 문제점을 대외적으로 몰랐던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공채 출신들이 자리잡고 관 출신들이 정년에 도래하면서 자연히 없어질 문화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러한 조직의 뿌리깊은 문제에 대해 누구하나 선뜻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형제가 본부장을 해먹고 특정인물들이 요직을 두루 차지 하고 앉았는데 업계나 해수부가 이런 문제를 모를 리가 있겠느냐”며, “손을 대기엔 골치 아프고 공채출신들이 올라오면서 자연히 해결될 문제이니 건드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BPA의 조직 경쟁력이다. 주류로 통하면 조직에 설사 누를 끼치는 행위를 하더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어 조직내 기강이 해이해 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러시아 나홋카항 투자 실패 사례다. BPA는 나홋카항 투자 사업에 거액을 건넸지만, 사업은 추진조차 못하고 접었다. 항만업계 한 인사는 “실패는 있을 수 있지만, 책임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며, “BPA가 나홋카항 개발사업에서 엄청난 투자 실패를 했음에도 불구, 당자사들에게 무슨 조치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항만업체 관계자는 “민간기업에서 그랬으면 담당자들 모두 회사를 떠나야 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큰 사고를 쳐놓고 당사자들 지금 다들 잘 계시지 않느냐”고 헛웃음을 지었다.

허치슨이 람차방항만 일부 선석을 해수부측에 내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람차방항 운영은 BPA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BPA 내부에선 나홋카항 사업 실패로 10년 가까이 해외투자를 못하다 이제 겨우 하게 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좋지 못하다. 나홋카항 사업 이 외에도 여러 사업 추진 실패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나홋카항 사업 실패 말고도 숱하게 많은 실패를 옆에서 봤지만, 문제가 생겼다고 담당자 문책하는 것 봤느냐”며, “좌천이라고 해봤자 다음날 가보면 바로 옆부서로 옮겨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람차방을 운영하게 되면 또다시 돈만 버리고 돌아오는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선임된 기관장에게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요소는 강력한 인사권에서 나온다. 전임 사장도 이 같은 문제를 직시한 이후 여러차례 직원들에게 “능력이 없다면 1급이 2급 밑으로 갈수도 있다”고 수 차례에 걸쳐 이야기했지만 말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남 사장의 주변 평판은 꽤 괞찬은 것 같다. 여기 저기에서 기대를 걸만 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조직이 발전을 하려면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더이상 공기업이 '철밥통'이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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