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김수란 기자] “수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대표가 국감의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것이면 정부자금을 받지 말았어야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본 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현대상선의 지원문제 등에 대해 추궁하기 위해 유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국감 당일과 마지막 종감 날 모두 해외출장을 이유로 유 사장은 불출석했으며, 경영재무를 총괄하는 전무가 증인으로 나왔다.

현대상선측의 이러한 대응에 해수부를 비롯한 다수의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기업 총수도 문제가 생기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마당에 수 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챙긴 기업의 대표가 해외출장을 이유로 전무를 대신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 농해수위 위원들도 당혹스러움을 내비쳤다. 종감 당일 한 위원은 부산신항 인수 문제로 급히 해외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김 전무의 해명에 “상황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상선과 상황이 비슷한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보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대표는 과거 정무위 국감과 조선·해운구조조정 청문회에 모두 참석했었다.

국회 관계자는 “국감의 증인은 국감에 관련된 내용을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을 통해 확인하기 위해 증인을 신청하는 것”이라며,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라면 당연히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국민을 대신해 당사자에게 확인을 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해수위가 유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이유는 국민을 대표해 공적자금이 올바로 쓰이고 앞으로의 지원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 살피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유 사장은 공적자금만 받아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국감에는 전무를 출석시켰다. 현대상선측은 해외출장을 불출석 이유로 밝혔지만, 공교롭게도 유 사장은 국감의 증인으로 나서야 할 날을 전후해서만 해외출장을 갔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지 않느냐”고 혀를 찼다.

관련내용을 확인시켜 줄 증인이 불출석하면서 현대상선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은 명쾌히 해소되지 못했다. 당일 출석한 전무는 “현대상선에 앞으로 얼마만큼의 자금이 투입돼야 정상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회사의 재무와 기획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임원임에도 “모른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자, “그러니 알만한 분이 오셔야할 것 아니냐”는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김 전무에게 질의를 했던 위원들은 수조원대의 자금 투입에 대한 문제와 회사의 미래성 등에 대해 지적을 하면서 마지막에는 좀 더 강한 경영합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해외출장이 어떤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현대상선이 처해 있는 입장에 비춰보면 유 사장은 이날 국감장에 반드시 나와 회사의 운영상황과 미래에 대해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해야 했다. 이미 2조 원이 넘게 지원됐지만 13분기 연속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5조원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이끌고 있는 수장이라면 해외출장을 조금 미루더라도 나왔어야 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자 의무이다.

어이가 없는 것은 이날 유 사장을 대신해 참석한 김 전무의 말이다. 위원들이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김 전무는 “지속적인 지원”이라고 답했다. 수조 원대의 자금을 지원받은 업체의 대표는 나타나지도 않고 무작정 돈만 지원만 해 달라고 하니, 무슨 심보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정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앞으로도 계속 정부자금을 달라는 것인데, 이렇게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느냐”고 입을 모았다.

현대상선에 투입된 자금은 국민들의 피와 땀이다. 작금과 같은 해운위기 상황에서 책임감을 상실한 공적자금 투입은 국민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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