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로 퇴임…해외법인 감사 결과 반영된 듯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상선이 중국법인장을 전격 해임했다. 이번 인사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해외법인장 책임론'을 언급한 이후 처음 단행된 조치로, 향후 현대상선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상선(HMM)은 중국법인장인 이동훈 상무를 오는 19일자로 퇴임시키고, 후임에 이주명 한국본부장을 겸직하게 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16일 단행했다. 또 장영오 WUT(Washington United Terminals, 美 타코마항 운영법인) 부장도 항만사업관리팀으로 전보 조치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관련 업계는 해외법인 감사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A선사 중국법인 관계자는 “지난 16일 오후 갑작스럽게 현대상선에 임원인사가 났다는 소식이 돌았으며, 감사에 따른 문책인사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이번에는 중국법인장만 물러나는 인사가 났다는데, 조만간 추가 인사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상선 해외법인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발언 이후 첫 문책인사라는 점에서 해운업계 전반에 걸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최근 현대상선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니 ‘혁신 마인드’ 보다는 정부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질타하고는, “ 현대상선에서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 퇴출할 것”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이 회장의 이 같은 경고는 현대상선에 2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음에도 14분기 연속 적자가 발생하는 등 경영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최근 주요 해외법인 임직원들의 '갑질' 의혹을 담은 투서까지 나오는 등 회사 안팎으로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상선에 추가로 지원 자금 1조 원 투입이 결정되자, 관련업계가 현대상선에만 묻지마 식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등 산업은행으로서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중국법인장 교체는 인적쇄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결국 유창근 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의 지적 이후 곧바로 이어진 인사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며, “지난 2년여 간 유창근 사장이 현대상선을 이끌어 왔음에도 경영이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몇몇 임직원들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등 회사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 결국 유 사장이 물러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현대상선의 곪은 부문을 모조리 정리하지 않는다면, 수 조원을 쏟아부으며 이 회사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산업은행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는, “대다수 글로벌 선사들이 흑자전환을 이룬 가운데, 현대상선의 경영 상태만 제자리 걸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 사장이 자리를 유지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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